“남을 죄짓게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불행하여라, 그러한 일을 저지르는 자!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것보다,
연자매를 목에 걸고 바다에 내던져지는 편이 낫다.”

주님께서도 남을 죄짓게 하는 일이 없을 수 없음을 인정하시는데,
이런 불가피함의 인정을 잘못 이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으니 체념적으로 계속 남을 죄짓게 하거나
남을 죄짓게 하고도 뻔뻔해질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주님께서 말씀하신 의도는 절대로 그런 것이 아니지요.

이어지는 말씀에 남을 죄짓게 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 하십니다.
이 또한 자살하라는 말씀이 아니지요.
남을 죄짓게 하는 것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하고 조심하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종종 남을 죄짓게 하고
자기는 천하태평인 사람을 보고 크게 분노하곤 합니다.
성질을 있는 대로 돋우고 속을 뒤집어 놓고는 어떻게
아무런 일이 없었던 듯 지낼 수 있는지 생각할수록 이가 갈립니다.

그런데 그게 남의 얘기가 아닙니다.
전에는 그런 줄만 알았습니다.
남만 저를 죄짓게 하고 나는 남을 죄짓게 하지 않는 줄 알았습니다.

헌데 언제부턴가 저로 인해 죄짓는 이웃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죄를 짓게 하려고 의도한 것은 아니었을지라도
저의 어두운 표정 때문에,
저의 냉정한 태도 때문에,
저의 짜증스러움 때문에,
저의 편애 때문에,
저의 교만 때문에,
심지어 저의 코골이와 훌쩍거림 때문에 남을 죄짓게 하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세심히 살피면 사는 게 죄이고,
하는 게 다 남을 죄짓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죄악을 헤아린다면 감당할 자 아무도 없고,
죄만 헤아리고 있으면 아무 것도 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죄악을 헤아리고 있느니
차라리 사랑을 하는 것이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일 겁니다.

그러니 오늘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바는
내가 남에게 무슨 죄를 짓게 했고, 하고 있는지,
그거나 따지고 있으라는 얘기는 아닐 것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바는
남을 위한 큰 사랑을 꿈꾸는 사람일수록 겸손하게
내가 하는 사랑만큼 남을 죄짓게 하고 있음에 깨어 있으라 하심입니다.

저는 태중 교우라 그런지
옛날 우리의 신앙 실천에 좋은 점이 많이 있음을 보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화해성사의 양식입니다.
지금도 나이 드신 분들은 그렇게 성사를 보지요.
“이밖에 알아내지 못한 죄와
남이 나로 인해 지은 죄 있을 터이니
신부는 저를 도무지 벌하고 사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