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도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이 말씀은 주님께서 길을 가시다 당신을 따르는 군중을 돌아보시며 하신 말씀인데,
그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면 이런 것이 될 것입니다.
주님께서 예루살렘을 향해 가시는데 군중이 뒤따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갑자기 돌아서서 군중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나를 따라오는데 왜 따라오느냐?
나의 제자가 되고 싶어서 따라오느냐?
그런데 네가 진정 내 제자가 되려면
너 자신과 네 가족을 미워해야 하고,
네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만 한다.
그럴 각오가 되어 있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생각도 말고,
나를 따라오지 말고 당장 집으로 돌아가고 가족에게 돌아가라!
그런데 주님께서 갑자기 돌아서서 이 말씀을 하시니 군중은 얼마나 놀랐을까요?
그리고 주님의 제자가 되려면 꼭 이렇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예루살렘에 가시는 것은 죽으러 가시고 아버지께 가시는 것이니
제자로서 주님을 따라가는 것은 그저 성지 순례나 단풍놀이 가는 것이 아니지요.
주님을 성지 순례나 단풍놀이 인솔자로 따라간다면
자신과 가족을 미워할 필요도 없고 가족과 함께 희희낙락하며 가도 될 것입니다.
그러나 죽으로 가고, 하느님께 가고, 하늘나라로 가기에
이 세상을 애착하는 나와 떠나지 말라고 붙잡는 가족을 미워해야 하는 거지요.
몇 차례 얘기한 바 있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러다가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가는 거지’ 하며 생각을 바꿉니다.
그리고 하느님께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죽음이 그리고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
두렵지도 않고 어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되다가도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나는 것을 생각하면 그것이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
이것이 힘들고 이것이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죽음이란 더 사랑하는 하느님과 함께 있게 되는 것이고,
죽어도 하느님 사랑 안에 사랑하는 사람들도 함께 있을 거라는
통공의 교리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지 않으면 이 두려움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11월 위령 성월이 이 통공의 교리에 대한 믿음이 우리 안에서
더욱 확고해지게 하는 성월이 되도록 한 달을 거룩히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