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롯의 아내를 기억하여라.”
어제는 하느님 나라를 다른 때, 다른 곳에서 찾지 말고,
지금, 여기서 찾아야 하고 만나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은 아니 계신 곳이 없이
어디든지 계신다는 교리에 바탕을 둔 것입니다.
그런데 같은 교리를 가지고 오늘 저는 반대의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지금 여기를 떠나야 하고,
지금 여기를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 말입니다.
금요일도 하느님을 만나고 토요일도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여기서도 하느님을 만나고 저기서도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금요일이어야만 한다거나 여기여야 한다고 고집해서는 안 되겠지요.
그러니 지금과 여기를 집착하는 사람에게는 소돔과 고모라처럼
그리고 롯의 아내처럼 재앙과 파멸이 불가피합니다.
지금과 여기는 떠나야지만 새로운 지금과 여기가 시작되고,
지금과 여기가 끝나야지만 영원과 하느님 나라가 시작되니
지금과 여기는 살아야 하는 것이지 집착해야 할 것이 아닙니다.
이 세상을 집착하는 것은 더러운 영들이 게라사 지역을
더럽게 집착하여 돼지 떼 속에서라도 살려는 것과 같고,
그리하여 그 영혼들은 저세상 곧 하느님께 가지 못하고,
이 세상을, 아니 게라사 지방을 떠나지 못하고 영원히 떠도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애착도 집착과 마찬가지임을 또한 깨달아야겠습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가지 못함은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을 여기에 두고 떠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먼저 하느님께 기쁘게 감으로써
내 사랑하는 이들도 기쁘게 하느님께 따라오도록 하는 것이
애착이 아닌 사랑임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는 오늘 우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