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주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시어 성전을 정화하신 얘기입니다.
성전은 하느님과 만나는 특별한 장소이어야 하는데
여러 가지 잡다한 것들이 성전 안에 가득하고,
기도하는 사람이 아니라 잡놈들이 가득하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의 경우 성당에 무엇이 많은 것이 싫습니다.
성상이나 성화같은 예술품이 많은 것도 싫습니다.
그것들이 제가 하느님 만나는 것에 도움을 주면 좋겠는데
도움을 준다고 하는 것이 제게는 도움이 아니라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명한 성당을 간 분들에게 이런 심한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거기에 예술품을 보러 간 것입니까? 주님을 만나러 간 것입니까?
주님을 만나러 꼭 거기 갈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저의 이런 도발적인 말은 주님을 만남에 있어서
정말 성화나 성상의 도움받는 분들에게도 하는 말이 아닙니다.
성상은 그것을 통해 주님을 만나는 사람에게는 우상이 아니라 성상이지요.
그러나 그것을 통해 주님을 만나지 못하거나 방해받는 사람에게는
그저 예술품이거나 심지어 우상일 뿐일 겁니다.
아무튼 오늘 주님은 성전에서 잡다한 것과 잡놈들을 다 치워버리십니다.
그리고 그 방법이 아주 과격합니다.
주님께서는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위선자들을 말로 세게 질타하신 적이 있으셔도
이렇게 과격한 행동을 하신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셔야만 했나 봅니다.
말로 “이것들을 여기에서 치워라.” 하셨는데 말로는 안 됐나 봅니다.
그들의 돈 줄 그래서 그들이 결코 놓을 수 없고 그래서 꽉 움켜쥐고 있는 것,
그래서 치워버리라고 말로 해서 안 되는 것은 주님께서 과격하게 치워버리십니다.
우리 인생에서 한순간에 모든 것을 폭삭 잃은 것도,
실은 내가 주님 대신 움켜쥐고 있던 것들이고
그래서 주님께서 이렇게 치워버리신 것들일 겁니다.
아무튼 이 정화사건 때문에 주님께 죽음이 닥쳐옵니다.
저라도 그러지 않겠습니까?
내 모든 것을 뺏어 간 주님을 그냥 놔두고 싶겠습니까?
당대 기득권자들도 이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이런 주님을 그냥 놔두면 안 되겠다고 마음먹습니다.
그리고 무슨 권한으로 이런 짓을 했는지 하늘의 표징을 요구하고,
이에 주님께서는“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고 하십니다.
그리하여 주님은 성전을 허물다가 당신 몸이 허물어지십니다.
아니, 당신 몸을 허물어서라도 성전을 허물려고 하신 것이고,
역사적으로도 로마의 침략으로 결국 파괴되고 맙니다.
이제 우리가 남았습니다.
우리도 허물어야 합니다.
주님께서 먼저 당신 몸인 성전을 허무셨는데,
이것은 우리 안에서 잡것들을 치우라는 명령을 실행치 않으면
우리도 우리 몸인 성전을 허물어야 한다는 주님의 표징입니다.
이에 대해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유다인들은 표징을 요구하고 그리스인들은 지혜를 찾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
치울 것인가?
허물 것인가?
어떻게 묵상하고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