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그러므로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라.”
오늘 주님께서는 제자들을 세상 가운데로 보내시며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처신하라고 하십니다.
세상 한 가운데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한 것이란 어떤 겁니까?
이어지는 주님 말씀에 세 가지 명령어가 나옵니다.
“조심하여라.”
“걱정하지 마라.”
“피하여라.”
그러니까 주님께서는 세상 한 가운데서 살아가면서
조심할 것은 조심하고,
걱정하지 말 것은 걱정하지 말며,
피할 것은 피하며 사는 것이 슬기롭고 순박하게 사는 거라고 말씀하십니다.
먼저 조심하고 피하라는 말씀을 보겠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을 조심하여라.”고 말씀하시는데
‘자고로 머리가 검은 동물은 조심하라.’는 말처럼
인간은 누구든 조심하라는 그런 뜻입니까?
제 생각에 여기서 말하는 사람들이란
우리를 궁지로 몰아넣을 사람들, 곧 박해자들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사람들을 조심하고, 피할 수 있으면 피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모순처럼 들리는 말씀도 하십니다.
이 박해자들이 우리를 의회에 넘기고 죽게 할 텐데
그런 상황이 되면 무슨 말을 할까 미리 걱정하지도 말고
그런 상황이 닥치면 견디라는 말씀도 하십니다.
그러니까 주님께서는 박해의 상황이 올 것을 조심하고 피하라고 하시면서
또 동시에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는 것인데 서로 모순이 되는 거 아닌가요?
언뜻 보면 모순처럼 보이지만
박해자들을 조심하고 피하되 그런데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해야 될지 걱정하지도 말고 끝까지 견디라는 말씀인 거고,
이렇게 하는 것이 슬기롭고 순박한 것이라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나는 순교할 거야!”하면서 조심하지 않고 무대포로 덤비는 것은
순교의 열정 면에서는 순박하지만 슬기롭지는 않다는 말씀이지요.
우리 삶 가운데서도 맞서야 할 때와 물러서야 할 때가 있습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에 목숨 걸 듯이 덤비지 말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에 똥고집 부리지 말아야 합니다.
반면에 아주 중요한 것은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고
그것을 위협하는 사람과는 끝까지 맞서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슬기로운데 우리는 종종 정 반대로 합니다.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말라는데도 사소한 것에 목숨을 겁니다.
그런데 목숨까지 거는 걸 보면 그 사람에게는 그게 사소한 게 아닌 게지요.
그러니까 슬기롭지 못한 사람은 사소한 것과 중요한 것이 뒤바뀐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사소하고 무엇이 중요합니까?
내겐 무엇이 사소하고 무엇이 중요한지 돌아보는 오늘이 되어야겠습니다.
내겐 무엇이 사소하고 무엇이 중요해야 하는지 성찰하는 하루 되게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