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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레오나르도 2013.08.28 04:21

연중 21주 수요일-겉꾸밈

조회 수 3259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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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도 겉은 다른 사람들에게 의인으로 보이지만,

속은 위선과 불법으로 가득하다.”

 

<겉꾸밈>

 

겉꾸밈에 두 가지가 있습니다.

외모를 꾸미는 것, 소위 화장이나 옷차림이 그 하나이고,

자기 됨됨이를 위장하는 것, 위선이라고 일컫는 것이 다른 하나입니다.

 

요즘은 남자들도 화장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솔직히 제게는 비위가 상하는 얘기이고

옛날 같았으면 속으로 욕을 퍼부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와 비교하면 좋게 이해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저는 피부가 좋아서인지 지금까지 로션을 발라 본 적이 없고,

향수나 화장품은 한 번도 바른 적이 없습니다.

2-30대는 프란치스코를 따른답시고 정말 거지같이 입고 다녔고,

관구 봉사자를 하고 난 뒤에는 예의상 단정하게는 입으려고 하지만

그래도 옷을 제대로 잘 입고 다니는 편은 아닙니다.

 

얼마 전 모 주교님과 여러 신부님들과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에어컨도 없는 수녀원이라 저는 수도복을 벗고 편한 복장으로 갔는데

그런데 주교님과 신부님들은 로만 칼라에 다 정장을 입고 오셨습니다.

 

그때 운동복 차림의 제가 얼마나 무례하게 느껴졌을까 생각되어 죄송했는데

생각해보면 단정하게 잘 차려입고 곱게 단장하는 것은

정말 상대에 대한 예의요, 상대방을 환하게 해주는 배려입니다.

이런 면에서 꾸밈에 있어서 저의 무신경함은 무례와 무배려입니다.

 

그러나 정말 제가 반성해야 할 것은

남을 배려하지 않는 옷차림이 아니라 위선적인 겉꾸밈입니다.

오늘 주님께서 질타하신 바로 그것이지요.

 

생각해보면 위선은 저의 체질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가는 데마다 “한 마디 좋은 말”을 요구 받으니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 될 수 없습니다.

좋은 말을 그렇게 하고 다니니 사람들은 제가 좋은 사람인 줄 알고,

사람들이 좋은 사람인 줄 아니 좋은 사람 아니건만 좋은 사람인 양 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한 30년 살고 나니 위선이 체질이 되어

저 자신도 제가 위선을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위선을 하고,

제가 진짜 좋은 사람인 줄로 착각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오늘 복음에서와 같이 위선에 대한 질책의 말씀을 들어야

저의 위선을 마지못해 돌아보기는 하는데

‘이 말씀은 내게 하는 말씀이 아니야!’라고 하지 않음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러나 요 며칠간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지난 주 관상피정을 할 때부터 생각하는 것인데

진정 뭘 바라지 않고 다른 사람을 바라볼 수 있다면

그리고 어떤 사람으로 보이려고 제가 위선하지 않는다면

그러니까 내겐 아무 선이 없고 하느님만이 선이시고, 나의 선이시면

그때 저는 진정 하느님으로 만족하고 하느님을 관상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그리고 갓난아이가 아무 옷 걸치지 않고 맨살로 엄마와 만나듯

그때 저는 맨살로, 아니 맨몸으로 주님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살아야 할 가난이고

이것이 제가 늙게 되어도 불행하지 않게 할 것이라는 묵상도 오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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