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3 주간 화요일(루까 6,12-19)
1.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산에 오르시어 밤을 새워 하느님께 기도하셨다고 한다. 왜? 그렇게 기도하신 이유는 당신께서 하실 일에 참여할 협조자들을 뽑으시기 위함이었다.
당
신이 부려먹거나 이용할 일꾼들을 뽑으시기 위함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는 하느님 나라, 그 나라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봉사자로서의 제자들을 뽑으시기 위함이었기에 그토록 "밤을 새우며 하느님께 기도하셨던" 것이다. 이제 그 제자들은 단순한 일꾼이
아니라, 당신의 형제, 가족, 벗이 될 것이다. 그들은 주님께서 세우시는 새로운 공동체, 하느님 나라라는 잔칫상 공동체, 식탁
공동체의 기초요, 원형이다. 이렇게 주님께서는 먼저 사심없는 기도, 나를 위한 기도가 아닌,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마테 6,33) 구하는 기도의 모범을 보이신다.
2.
새로운 공동체, 새 이스라엘의 구성원이요 기초인 사도들은 그만한 자격을 갖추었거나, 뛰어난 덕행이나 신심을 가졌기 때문에 선발된
것이 아니다. 모두가 평범한 보통 사람들, 오히려 세속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많이 부족한 사람들이었다. 다만 한가지, 주님께
부름을 받았을 때, 그들은 망설이지 않고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라나섰다는 데에 있다. 사실 그분은 아직까지는 잘 알려지지도
않은 존재였지만, 몸소 그들을 부르심으로써 그들의 마음 안에서 진정한 인격적인 교류를 이루셨고, 그들은 오로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
주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고, 주님 안에서 살고자 그분을 따라나섰다.
우리 또한 주님께서 부르셨고, 주님을 따르고자 세례를 받고 세상에 파견을 받은 주님의 제자, 협조자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3.
이렇게 해서 제자들이 그분과 함께 다니게 되었지만, "군중은 모두 예수님께 손을 대려고 애를 썼다. 그분에게서 힘이 나와 모든
사람을 고쳐 주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중심은 그분이시다. 뽑아주신 분도 그분이시요, 우리에게 구체적인 사명을 주시는 분도 그분이시다. 제자들도 권능을 받았지만, 그 권능은 자신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새 이스라엘, 희망과 자유의 나라, 정의와 평화의 나라를 위한
것이다. 따라서 예수의 제자는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참칭해서는 아니될 것이요, 우리는 다만 겸손한 일꾼, 협조자일뿐임을 고백하며,
우리의 부족함을 통하여서도 놀라운 일을 이루시는 그분의 권능에 찬미와 영광을 드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