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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사슬에 묶인 삼손 (Samson in Catena 1594)

작가 : 카라치 안니발레 (1560 ~ 1609)

크기 : 켐퍼스 유채  : 180 x 130cm

소재지 : 이태리 로마 보르게세(Borghese) 미술관


윤리적인 차원을 강조하는 여러 종교에선 육체의 의미는 타락과 범죄의 온상과 같은 부정적인 면으로 흐르기 쉬웠으나 성서에서는 좀 더 균형 있는 태도로 육체를 대하고 있다. 구약 성서에는 육체와 몸이 같은 단어로 표시되는 반면, 신약 성서에서는 두 개의 단어를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다. 다른 언어에서 처럼 성서에서도 몸과 육체는 흔히 같은 것을 가르키고 있는데,셈족의 개념으로 몸과 육체는 둘 다 인간 전체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도 바오로 역시 몸의 존엄성을 강조하였으나, 인간적인 요소 특히, 죄스러운 생활에 관계되는 부분은 몸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육체란 단어로 표현했다. 그러나 성서 어디에도 육체는 악한 것이라고 표현된 곳은 없고 예수께서 우리와 같은 육체를 취하셔셔 인간이 되셨기에 고귀하며 신앙고백에서와 같이 마지막 날에 육체의 부활을 믿는다고 고백할 수 있다.
 


사도 바오로처럼 육체가 악한 것은 아니지만 죄의 상태를 가리킬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크리스챤들은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여 아름다운 삶을 살 수도 있고 육체의 유혹에 빠져 범죄의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양면성을 띄고 있다. 그래서 크리스챤 삶에서 많은 선행은 하느님의 선물인 육체를 성령의 도구로 사용해서 이루어지며 인간 몸의 조건 역시 그 균형에 있어 이 세상 어떤 피조물 보다 아름다운 것으로 표현되고 있다.
 


중세기 교회 역사에서 몸을 너무도 범죄와 관계되는 육체적 차원에서 접근했기에 몸을 가리는 것이 곧 선이 된다고 생각하는 착각도 있었으나 희랍 문명의 찬란한 흔적을 받아 들이면서 육체의 아름다움은 하느님의 아름다움과 연관되는 것으로 표현했다.
 


인간의 가치가 강조되던 르네상스 시대부터 희랍 로마의 조각에 나타나고 있는 균형미를 인간의 이상적인 아름다움의 조건으로 표현해서 많은 조각과 회화에서 인간 육체의 아름다움이 곧 하느님이 창조하신 인간의 아름다움과 직결되는 것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종교개혁의 충격으로 위축된 교회의 위상을 바로잡는 것을 큰 목표로 했던 바로크 시대의 작가로서 그가 남긴 많은 종교화나 신화적 주제의 작픔에서 접근했던 희랍적 표현과 달리 이 작품을 예외적인 것으로 표현했다.


그전까지 교회와 사회에 존재하던 육체의 부정적인 차원에 대한 경고를 주기 위한 목표로 이 작품의 주제를 선택했고 신자들에게 바른 윤리 생활의 권고 목적으로 이 작품을 제작했다.
 


이 작품은 구약 판관기 15장 2절에 등장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영웅 삼손에 대한 것이다. 삼손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한 사건으로 성서이기 이전 당시 사람들에게 민담 차원에서 많은 흥미와 매력을 끌던 내용이었다.


이 사건의 전말은 판관기 13장에서 16절의 내용처럼 삼손이 하느님의 도움으로 엄청난 힘을 얻어 이 괴력으로 아무도 이길 수 없는 높은 자리에 올랐으며 하느님께서는 그에게 항상 이스라엘을 괴롭히던 필리스틴 인들을 쳐이기라고 주신 육체적 힘을 자기 과시용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삼손은 육체의 욕망에 눈이 어두워 이방인 여자들과 놀아나다가 나중에 들라라라는 요녀의 유혹에 빠져 하느님이 자기에게 준 비밀의 제공함으로서 완전한 무력한 인간이 된다. 그토록 대단한 힘을 자랑하던 그가 적국인 필리스틴 인들에게 체포되어 노리개감으로 전락해서 갖은 수모를 당하게 된다. 필리스틴 인들을 자기들이 도저히 이길 수 없었던 삼손이 한낱 무능한 인간이 된 것을 사슬로 묶고 눈알일 뽑아 큰 집에 묶어 두고 코끼리 쑈를 하듯 국민들의 놀림감으로 만들어 이스라엘 신앙에 대해 조소하게 만들었다.


뒤 늦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자 하느님이 다시 힘을 주셔서 자신을 노리개감으로 여겨 우쭐대던 전군들이 모인 큰 집을 괴력으로 허물어 자기를 괴롭히면서 하느님을 모독하던 필리스틴 인들을 몰살시킴으로서 복수를 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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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손은 하느님을 배신함으로 모든 힘을 다 잃고 굴 속에
  갖혀 갖은 수모를 당하면서 과거를 뉘우치자 하느님이 주시는 새로운 힘으로 그는 과거의 영광으로 돌아가기 직전 순간의 비참한 모습이다.


작가는 삼손의 육체를 다른 작품과 달리 성기 전체까지 노출시키면서 그의 비참한 실상을 제시하고 있다. 하느님의 은총 속에 살 때 삼손의 육체는 너무도 늠늠해서 항상 필리스틴인들에겐 큰 부담과 공포가 되곤 했다.


어느 날 필리스틴 인들이 갖은 지혜를 다해 그를 체포하려고 새 밧줄 두 개로 그를 묶었으나 하느님의 능력으로 이 튼튼한 밪줄이 불에 탄 아마포처럼 맥없이 되자 삼손은 주위에 있던 싱싱한 당나귀 뼈 하나를 주워 이것으로 필리스틴 장정 천명을 박살냄으로 아무도 당하기 어려운 존재로 부각되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저버리자 아무도 당해낼 사람이 없던 장사가 어린이들로 부터도 놀림감이 된 무기력하고 비참한 신세로 전락했다(판관 15,9-20) 그의 늠늠한 육체는 관능적인 매력을 발산해서 많은 필리스틴 여인들이 그의 주위에 몰려들어 그의 품에 안기고자 안달이었으나 지금은 너무도 슬프고 무기력한 모습이다.


눈이 뽑힌 그의 얼굴은 검게 칠해져 있는데, 이것은 그의 절망에 빠진 어두운 마음의 표현이다. 다른 곳은 다 어둡게 칠하면서 눈만은 표식을 한 것은 역설적으로 그의 비참한 처지를 표현한 것이다. 어디에도 도움을 청할데가 없는 극도의 비참한 절망 상태를 표현하고 있다.


중세에서 나체화에 있어서도 가리던 남성의 성기를 작가는 대담하게 표현했는데 이것은 바로 삼손의 비참한 현실을 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성적으로 아무런 구실을 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위축된 그의 성기는 할례의 흔적이 제시되고 있다.


할례는 이스라엘 남자의 선택된 특권의 상징인데, 이 선택된 인간이 인간 쓰레기와 같은 이방인 필리스틴 인들에게 조롱거리로 전락한 허망한 슬픔을 알리고 있다. 하느님의 백성 이스라엘을 바다의 모래 알 보다 더 번성하길 바라는 하느님의 약속으로 주어진 성기능이 그의 위축된 성기를 통해 너무도 무력한 나락으로 떨어진 비참한 현실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작가는 이스라엘인들에게 민담적 사건으로 희자되던 삼손의 사건의 복음적 교훈을 너무도 정확하고 충격적인 모습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신앙인들에게 큰 충격과 각성의 계기를 주는 것이다. 하느님으로부터 특별한 능력과 은혜를 받은 사람도 그가 하느님의 뜻에서 벗어났을 때, 하느님이 주신 재능을 바로 사용하지 않을 때 엄청난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는 충격적 진실이다.


사도 바오로께서는 로마서 7장과 8장에서 죽음과 생명의 두 원천을 제시하는데, 사람 안에 머물고 있는 두 세력을 사람이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그 인생은 정반대의 길로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신다.
 


우리와 같은 육신의 조건으로 오신 예수님을 따름으로 이 육체의 유혹을 이기고 자기의 몸을 하느님의 선한 도구로 사용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로 크리스챤 영성의 핵심이며 기본임을 강조하셨다 .


“율법이 육으로 말미암아 나약해져 이룰 수 없던 것을 하느님께서 이루셨습니다. 곧 당신의 친아드님을 죄많은 육의 모습을 지닌 속죄 제물로 보내시어 그 육 안에서 죄를 차단하셨습니다. 무릇 육을 따르는 자들은 육에 속한 것을 생각하고, 성령에 속한 자들은 성령에 속한 것을 생각 합니다.” (로마 8,2-5)


작가는 교회의 권위가 실추된 현실을 실망하는 신자들에게 신앙이 주는 희망과 기쁨의 메세지를 작품으로 전하는 사명에 투신하면서 좀 엉뚱스럽게도 이 작품을 통해 크리스챤 신자들도 인간이기에 빠지기 쉬운 육에의 유혹과 그 비참한 현실을 제시함으로서 신자들에게 깨어있는 삶의 실천적 방향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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