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계명을 하느님께 받을 때 돌판에 새겨 받은 모세가
가장 중요한 두 계명에 대해서는 오늘 이스라엘 백성에게
명심하라고 곧 마음에 새기라고 두 번에 걸쳐 얘기합니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아, 이것을 듣고 명심하여 실천하여라.
오늘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이 말을 마음에 새겨 두어라."
비망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아닐 비(非)자의 비망록(非忘錄)인 줄 옛날에 알았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정확히 알아보니 비망록(備忘錄)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잊지 않도록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잊을 것을 대비하여 기록한다는 뜻이 됩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말처럼 사람은 잊게 되어 있는 존재이고,
기억할 것을 기억하고 잊을 건 잊어야지 다 기억하고 살아서도 안 될 것입니다.
그러니 지혜롭고 행복한 사람은 잊어야 할 것과 기억할 것을 잘 아는 사람이고,
알 뿐 아니라 잊어야 할 것은 잊어버리고 기억할 것은 꼭 기억하는 사람인데,
만일 그 반대가 된다면 다시 말해서 잊어서 버려야 할 것은 잊지 못하고,
꼭 기억해서 간직해야 할 중요한 것을 잊는다면, 그는 어리석고 불행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모세도 그렇고 주님도 모든 계명 가운데서 명심해야 할 가장 중요한
두 계명이 바로 하느님을 만유 위에 사랑하라는 것과 여기애인(如己愛人)
곧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우리가 또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모세가 비망록이나 돌판이 아니라 마음에 계명을 새기라고 한 것이나,
주님께서 그것을 첫째가고 둘째가는 계명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하느님을 위해서나 이웃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주님께서 하느님을 사랑하라고 말씀하신 것이 하느님을 위해서겠습니까?
주님께서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씀하신 것이 이웃을 위해서겠습니까?
우리를 가장 사랑하시는 주님께서 우리가 행복하라고 말씀하시는 것 아닙니까?
우리가 죽으며 자녀들에게 이것 꼭 명심하며 살라고 할 때
사랑하기에 그 말을 하는 것이고 행복하라고 그 말을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주님께서 제일 중요하다고 하시고 모세가 마음에 새기라고 한 계명들이
우리 안 어디에 있습니까? 마음 안에 있습니까? 마음 밖에 있습니까?
저는 요즘 세상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함께 한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마음 안에 사랑이 없고 그래서 영혼도 심장도 없는,
그래서 껍데기만 있고 속은 텅 빈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런데 실은 그것이 아닙니다.
마음 안이 텅 빈 것이 아닙니다.
마음 안에 욕심이 가득하거나 두려움이 가득합니다.
사랑이 없기에 욕심과 두려움이 가득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 마음은 가득하면서도 허한 것입니다.
진정 사랑 없이 우리가 살 수 있습니까?
사랑 없이 행복할 수 있고,
그렇게 사는 것을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그러므로 결론처럼 말합니다.
지혜롭다면 사랑이 제일 중요하다는 말씀을 명심합시다.
“사랑과 지혜가 있는 곳에 두려움도 무지도 없습니다.”
라고 하는 프란치스코의 권고도 명심합시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