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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바니타스 : 꽃병 (Vanitas : Vase of flower : 1645)

작가 : 안 데 헤엠 (An Devides de Heem : 1606~1684)

크기 : 켐퍼스 유채 : 70 x 56cm

소재지 : 미국 워싱턴 국립 미술관


주님께서 승천하신 후 많은 새 신자들이 생기면서 그들이 믿는 주님의 모습이 어떻했는지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것은 신앙 이전 인간적인 그리움의 자연스러운 표현이었으며 교회는 박해를 받던 시대 부터 지하교회의 벽면을 착한 목자이신 그리스도와 교회안에 영글어진 여러 상징들을 도입해서 성미술로 신앙의 내용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서기 313년 교회가 종교 자유를 얻게 되자 교회의 장식은 당시 최고의 기법이었던 모자이크 기법을 도입해서 표현했는데, 이것은 하느님께 가장 좋은 것을 바쳐야 한다는 순수한 열성의 표현이었다.


교회는 역사 안에서 생기는 여러 양식의 예술 형식을 통해 하느님의 아름다움을 표현했고, 또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 양식과 같은 건축 양식을 창출해서 크리스챤 신앙을 담을 공간으로서 획기적인 모습을 바꾸기도 했다.


그런데 교회의 성 미술사에 있어 획기적인 것은 바로 네델란드 개신교 신자들에 의해 정물화를 성미술로 도입한 것이 그들의 신앙 생활에 대단한 기여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네델란드 미술관에 가면 다른 곳과는 달리 엄청난 량의 정물화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은 통념적인 정물화가 아니라 그들 신앙을 표현했던 성미술의 중요 표현으로 봐야 할 것이다.


정물화는 인물이나 풍경이 아닌 사물을 인위적으로 배치해 놓고 그린 그림을 말한다. 전통적 정물화에서는 화가들이 대상 사물을 선택 할 때에 그 사물이 상징하는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했기에 정물화는 단순한 장식화가 아니라 많은 상징을 통해 신앙의 내용도 담을 수 있었다.


그런데 가톨릭 성미술에서도 스페인에 쥬르바란(Zurbaran)이라는 작가는 정물화적인 표현을 통해 신앙의 교훈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이것이 본격화된 것은 네델란드의 개신교도 들의 영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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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물화의 목적은 그려진 물건들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다. 암흑을 배경으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정교하게 그려져, 어딘지 모르는 방향으로부터 비쳐드는 빛 속에 등장하는 꽃들이나 물건들이 고요히 존재하면서 강한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다. 압도적인 간결함과 엄숙성은 거의 영적이기까지 하다.


종교 개혁 운동에 의해 개신교도가 된 네델란드 신자들은 교리적 차이 이전 네델란드를 지배했던 스페인 왕실에 대한 반발로 가톨릭적인 모든 것을 배격했으며 이 과정에서 성서적 표현을 강조하거나 성인들의 모습을 재현하는 성미술은 깡그리 파괴하면서 반대의 표적이 되었다.


그들은 지도자 칼빈의 가르침대로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선택을 받았다는 표시는 바로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이라는 신의 예정설을 철석같이 믿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 무역과 여러 거래를 통해 많은 돈을 벌어 유복한 국가가 될 수 있었다.


국토의 많은 부분이 바다 보다 낮은 악조건을 매립으로 극복하면서 세계를 무대로 한 무역에 투신해서 많은 재산을 축척한 이들에게 신앙 차원에서 새로운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 즉, 예수님의 가르침인 “마음이 가난한 자의 행복”(마태 5,3-10) “가난한 사람의 행복”(루카 6,20- 23)을 실천하는데 어려움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들이 부유해지자 재물이 최고라는 사고방식이 서서이 침투하면서 신앙의 본질을 잃게 되었다는 자기 모순에 빠지게 되었다.


이때 개신교도들은 자기들의 신앙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그들이 얻게 된 여러 값진 물건들이나 아름다운 꽃을 잘 조합해서 이것은 인간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나 언젠가 사라질 것임을 강조하면서 부유한 삶에서도 신앙의 건전성을 키우라는 권고를 주는 나름대로의 성미술을 통해 현실적 유혹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네델란드 개신교도들은 근면한 노동과 무역 활동을 통해 많은 재산을 축적하면서도 개인적 신앙심의 강조하는 균형있는 신앙 습관을 통해 매일 삶에서 종교적인 성찰과 철학적 명상을 강조하면서 신앙 생활을 이어가게 만들었고 여기에 큰 역할을 하게 된 것이 바로 정물화 형식으로 표현된 성미술 이었다.


가톨릭처럼 화려한 종교 행사를 벌려 참석하면서 신앙을 강조하는 것과는 다른 철저히 개인의 삶 안에서 하느님 체험을 찾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부유한 환경에서도 바니타스 정물화를 통해 인간 삶의 허망한 실상에 눈뜨게 만듦으로써 부유함이 결코 신앙 생활의 파괴요인이 되지 않도록 배려했다.


이 작품에 등장하고 있는 꽃 중에 튤립은 특히 이 시대 네델란드 사람들에게는 단순한 아름다운 꽃이 아니라 더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이 꽃의 원산지는 오늘날 투르키아이나 무역을 통해 이 꽃을 발견한 네델란드 인들은 이것을 자기 나라로 가지고 와서 여러 색깔의 변종을 만들었는데, 이것은 당시 사람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끄는 꽃이 되었으며 이것은 단순한 관상용 꽃이 아니라 튤립꽃 한 포기가 집 한 채 값이 될만큼 대단한 투자 가치가 있는 작품으로 변했다.


한마디로 여기 있는 꽃들은 단순한 꽃들이 아니라 재산의 차원에서도 대단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 되었으니 금상첨화의 물건이라 볼 수 있다. 당시 네델란드 사람들은 튤립에 투자함으로서 일확 천금을 얻을 수 있다는 허황된 욕망에 사로잡혀 삶의 균형을 파괴하게 만들고 있었다.


오늘날 잘못된 투자로 인생을 망치는 해괴한 일들이 당시 툴립 꽃의 거래를 통해 나타나게 되었다. 이 작가는 바로 이런 현실에서 세상 재물의 실상을 제시하고 있다. 이 아름다운 꽃 집 한 채 가격이 되는 튤립도 며칠 후 시들게 마련이고 이 꽃이 시들고 나면 아무도 보는 사람도 없고 더욱 가격은 기대할 수도 없고 쓰레기 통으로 들어가고 만다는 실상을 보이면서 물질이 주는 유혹에 빠지지 말고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 가라는 귀하면서도 충격적인 교훈을 주고 있다.


이것은 칼빈 교도의 생각이 아니라 성서에 대한 깊은 이해, 특히 구약의 전도서에 나타나고 있는 솔로몬 왕의 절규에 가까운 권고를 제시하면서 세상의 허망함을 알아야 하고 이 허망함은 바로 물질에 대한 바른 이해를 바탕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귀한 말씀을 제시하면서 신앙적 강한 교훈을 주고 있다.


구약성경 전도서(Ecclesiastes) 1장 2절에 보면 이 세상의 온갖 부귀와 영화를 한 몸에 누렸던 솔로몬왕의 절규가 나온다. "Vanitas vanitatum, et omnia vanitas. 이 라틴어를 풀이하면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인데,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유한성의 허망함, 물질적 부유, 세속적 쾌락의 허무함을 설파하고 있다. 모든 것이 허무하고 덧없으니 여기에 희망을 두고 곁눈질하기 보다 모두 회개하고 새로운 삶을 찾으라 외치고 있다. 


솔로몬 왕은 이스라엘의 왕으로서 천성적인 총명함과 재치있는 처신으로 많은 영화를 누렸기에 성서에서도 솔로몬의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말년에 살로몬은 자기의 이 호기가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면서 전도서에 나오는 위의 절규를 외치며 사람들에게 바른 삶의 길을 가기 위해 피해야 할 사치와 허영심을 경계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것은 오늘 우리들의 처지에서도 많은 교훈을 주는 내용이다. 살기가 나아지면서 재물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이 서서이 종교를 떠나고 종교에 머물면서도 형식적 소속감으로 신앙을 꾸리는 신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처지에서 이 작품이 주는 교훈을 참으로 대단하다.


우리의 삶이 아무리 풍요로워지더라도 여기에 도취되지 않고 하느님을 찾을 수 있는 인생의 현실 부유함의 건너편에 있는 재물의 실상에 대해 신경을 쓸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항상 성서적 인물이나 교훈들을 주제로 한 성화에 익숙한 우리에게 아름다운 꽃들을 모은 정물화가 성화라는 것은 언 듯 납득이 가지 않으나 네델란드 개신교 신자들이 자기들의 삶의 정향에서 하느님을 찾기에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이 작품을 통해 건전한 신앙을 통해 삶의 균형을 찾았다는 면에서 현대에서도 필요한 성화의 좋은 모범이라 여긴다.

정물화를 통해 신앙의 핵심을 전달하는 이런 방법은 성미술에서 이질적인 것의 도움이 아니라 새로운 분야의 개발이라는 면에서 가치있는 것이다. 이 세상 만물은 다 하느님의 작품이니, 꽃 한송이라도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면 하느님의 선성과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좋은 교훈을 얻을 수 있으며 이것은 현대 성미술이 어떤 형식에 매이지 않고 일상 삶안에서 새로움을 찾게 만든다는 면에서 참으로 소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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