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땅에 씨를 뿌려놓으면 그 사람은 어떻게 그리되는지 모른다.
땅이 저절로 열매를 맺게 한다.”
비유의 이 말씀을 들으며 저는 이런 생각이 대번에 들었습니다.
나는 씨만 뿌리면 되는구나!
왜냐면 어떤 사람이 땅에 씨를 뿌려놓으면 그 사람은
어떻게 그리되는지 모르는 채 저절로 열매를 맺게 된다고 하니 말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쉽습니까?
씨만 뿌리면 되니 이 얼마나 쉽습니까?
그런데 이 쉬운 것조차 왜 하지 않을까요?
이런 생각은 어제 묵상의 연속입니다.
어제 저는 이런 요지로 묵상하였지요.
“하려는 사람에게 은총도 주어집니다.
아무것도 할 생각이 없는 사람에겐 은총도 필요 없고,
그래서 은총을 바라지도 청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은
아무리 은총이 주어져도 그리고 아무리 쉬운 것이어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오늘 비유의 경우엔 좀 더 들여다봐야 할 것이 있을 것입니다.
그 씨가 우리 입에 들어갈 열매의 씨가 아니라 하느님 나라의 씨이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을 사는 우리가 이 세상에 하느님 나라라는 씨를 뿌려야 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하느님 나라의 씨를 제가 뿌리고 싶고
여러분이 뿌리고 싶은가 그것이 관건인 셈입니다.
이런 묵상을 하면서 적절하지 않을지 모르는데 한 예가 생각났습니다.
동물의 왕국을 보면 수컷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기 씨를 뿌리려고 그렇게 애쓰는 것입니다.
자기 씨를 뿌리기 위해 경쟁자와 싸우다 목숨을 잃기까지 합니다.
우리도 그런 면이 있지 않을까요?
하느님 나라보다 내 나라를 건설하려고 하고,
하느님 나라의 씨보다 내 씨를 뿌리려 하지 않을까요?
그러면 하느님 나라 씨 뿌리기는 당연히 관심 없거나
아무리 쉬울지라도 도무지 하고 싶지 않고,
그러니 발심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발심(發心)이란 불교적인 표현인데,
마음을 일으킴 곧 불도를 깨닫고 중생을 제도하려는 마음을 일으킴을 뜻하지요.
우리 경우 이 세상이라는 밭에 하느님 나라의 씨를 뿌리기만 하면
하느님께서 다 싹이 나게 하고 키우고 자라고 열매 맺게 하셔도
그 마음을 일으키는 발심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불교에서 대발심(大發心)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도 큰맘 먹으면 됩니다.
이 세상에서 소시민으로 편히 살려는 작은 마음을 먹으면 안 되고,
이 세상에서부터 저세상 곧 하느님 나라를 마음에 품고,
작게는 나의 행복과 구원을 위해 크게는 세상 구원을 위해 살기로
마음을 먹기만 하면 작은 마음을 먹고 사는 것보다 차라리 쉽습니다.
한겨울 따듯한 아랫목을 파고드는 마음을 떨쳐내는 것이 힘들지
분연히 문을 열고 한번 뛰쳐나가면 그다음부터는 세상이 열리며
작은 마음이 큰마음이 되기에 오히려 쉬우며 은총도 내립니다.
항상 그렇습니다.
큰맘 먹는 사람에게 세상이 열리고,
용기 내는 사람에게 은총이 내립니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