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다."
오늘 복음은 요셉이 의로운 사람이었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잘 아시다시피 주님 이전에 의로움의 기준은 율법입니다.
율법이 하라는 것을 하고 하지 말라는 것을 하지 않으면 그것이 의로움입니다.
그렇다면 요셉은 마리아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율법에 따라 파혼하고 그 사실을 알려야 했는데
요셉은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작정합니다.
그 이유는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알리지 않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말이 안 되는 것이지요.
파혼했는데도 마리아가 임신한 것이 드러나면,
마리아는 불륜을 저지른 여인이 되잖겠습니까?
그러므로 이것은 요셉의 다른 의로움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요셉의 의로움에는 율법의 의로움도 있지만
마리아에 대한 의리도 있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 의리는 율법적인 의로움이 아니라 인격적인 의로움입니다.
의리 있는 사람은 덕이 있어 어려움 중의 사람을 쉽게 저버리거나,
잘못을 저질렀어도 크게 분노하거나 쉽게 내치지 않는 사람입니다.
사실 약혼자가 자기 아닌 다른 사람의 애를 임신했다는 것을 알고,
분노하지 않을 사람이 이 세상 어디 있습니까?
그렇지만 요셉은 분노가 의리를 덮어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요셉을 칭송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그의 신앙이고 그의 순종이지요.
오늘의 전례는 요셉을 아브라함과 비교합니다.
요셉은 아브라함처럼 믿음으로 의로움을 얻었고,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요셉은 꿈에 나타난 천사를 천사로 믿었고,
천사의 말을 믿고 마리아도 믿었으며
천사의 말을 믿고 마리아와 아기를 데리고 이집트로 떠났습니다.
그러니까 천사의 말을 하느님의 말씀으로 믿은 것은 마리아나 요셉이 같았고,
이런 믿음의 바탕 위에서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며 이집트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서간에서 바오로 사도가 얘기하는,
이런 절망을 거스르는 희망은 하느님께 대한 믿음 없이 있을 수 없고,
믿음이 없으면 이집트로 떠나라는 명령에 순명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물론 이 명령에 대한 순명보다 앞서는 순명이
마리아를 아내로 받아들이라는 명령에 순명한 것이지요.
오늘 복음은 이렇게 끝이 납니다.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하였다.”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이건 꿈일 뿐이야!’ 하며 명령을 걷어찰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믿었고 그 명령에 순명했습니다.
이런 요셉을 보면서
현몽을 한낱 개꿈으로 바꾸는 나는 아닌지
계시의 은총을 인간적으로 날려버리는 나는 아닌지 돌아보는 오늘 우리입니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