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를 찾아옵니다.
천사는 마리아의 집에 들어와 인사합니다.
'기뻐하여라, 은총이 가득한 이여.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라게 됩니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성경에서 하느님께서 당신을 드러내실 때
사람들은 두려워합니다.
하느님의 전지전능하심을 보면서
땅에 엎드리는 모습이 많이 나타납니다.
오늘 복음의 앞선 부분인 즈카르야 이야기에서도
그는 천사를 보고 놀라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의 마리아는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즈카르야의 경우처럼 천사는
'두려워하지 말라'하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 두려움의 이유가 다르게 표현됩니다.
즈카르야는 천사가 나타난 것 때문에 놀라지만
마리아는 천사의 인사말 때문에 놀랍니다.
즉 천사가 나타난 것에 대해서는
그리 큰 반응은 없는 것 같습니다.
두려움에 떨고 있다면
이성적으로 행동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심지어 마리아는 천사의 인사말이 무슨 뜻인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생각해 봅니다.
천사는 마리아를
'은총이 가득한 이'라고 표현합니다.
은총이 가득하다는 것은
이어지는 말로 설명이 되는데
'주님께서 함께 계시는 이'라고 해석됩니다.
주님께서 항상 함께하셨기에
주님께서 나타나신 것이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물론 하느님을 직접 뵙고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처럼
하느님과 함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마리아는 하느님과 함께하려고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했던 사람으로 보입니다.
은총을 가득히 받았기에
마리아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인지
마리아가 그렇게 노력했기에
은총을 가득히 받을 수 있었던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것
하느님 곁에 머무는 것
하느님의 뜻을 찾고 하느님과 함께 하는 것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습니다.
그 노력은 이제
주님의 종인 마리아를
주님의 어머니가 되게 합니다.
우리도 하느님 곁에 머물며
하느님과 함께하면서
마리아처럼 은총이 가득한 삶을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