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빕니다. 오늘 저의 나눔 주제이자 핵심은 “나는 무엇을 청하는 것인가? 달걀과 생선인가? 아니면 뱀인가? 전갈인가? 그리고 주님께서 나에게 주시는 것을 달걀로, 생선으로 받아들이는가?” 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저는 “청하라, 찾아라, 두드려라” 라는 말씀구절을 통해 하느님 아버지의 무한히 주시고, 수용하시며, 열어주시는 큰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종의 학생들이 쓰는 용어로 빽이 생기는 것입니다. 마치 내 옆에 나를 받쳐주는 존재가 늘 있다고 이야기하시는 것 같기 때문에 무척이나 든든한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형제 여러분은 살면서 오늘 말씀처럼 청했는데 늘 얻어지고, 찾았는데 늘 찾게 되고 두드렸는데 항상 열렸다고 체험하십니까? 우리가 하는 기도가 늘 우리가 지향한 대로 갔습니까? 밀양 송전탑, 쌍용차 사건, 아니면 우리에게 기도를 부탁한 이들의 바램이 모두 이루어 졌습니까? 어제 서 라파엘 형제님께서 컴퓨터실에 오셨는데, 중요한 것을 잊어버려서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성인에게 청했는데, 아직 못 찾으셨다고 하셨습니다.
생각해 보면 지금 이순간에 들어주실 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제 삶 안에서 아버지 하느님께 언제 청하였고, 찾고, 문을 두드리면서 하느님께 의탁했는가, 그리고 하느님께 기도를 드렸는가 생각해 봅니다. 제가 고동학교 3 학년 때 저는 작은형제회의 삶이 좋았고, 사부 프란치스코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입회하고 싶었고 입회하기 위해서 수능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사실 저는 고등학교 때에 친구와의 의리가 중요하지 공부가 무슨 벼슬이냐면서 친구들이랑 놀러 다니는 것을 좋아했기에 공부를 그렇게 잘 하지 못하였었고 3학년 때도 성적이 좋지 않고 바닥이었습니다. 때문에 수능에 대해서 걱정도 많이 했었습니다.
그래서 3학년 때부터 시작했던 것이 성모님께 드리는 묵주 9일 기도였습니다. 54일기도를 한번하면 소원도 들어준다는 9일기도의 책자를 보고 솔깃해서였습니다. 그렇게 일 년간 2번을 하였던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꼬박 꼬박해야했기에, 12시가 되기 전에 졸면서도 기도를 한 적이 있었고, 끊기지 않게 하려고, 무척 노력했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저는 수능시험에서 무척이나 낮은 점수를 맞았고, 신학교도 떨어졌었습니다. 그때는 생각해보면 참 어리숙해서인지, “아니 9일기도 하면 다 들어주신다더니 기도해도 안 들어주시고, 기도 안 해 !” 라며 하느님께 하소연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떨어지고 나서 군대생활도 하고, 몇 년이 지나 입회를 해서 살다보니, 그때 했던 그 기도가 실제로는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이루어졌고, 하느님께서 들어주셨다는 사실을 살면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입회하기보다 지금 입회했기에 이렇게 좋은 형제들을 만날 수 있었고, 형제들과 함께 부딪치기도 하고 정도 나누면서 함께 살 수 있게 되었구나 하고 하느님께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느님께서 청하라고 하시는 것은 내가 청하는 것이 진짜 나를 위한 것일 때 들어주시는 경우가 많고, 또 그 기도가 당장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면 지금 있는 순간이 참 좋은 결과였고, 하느님께서 지금을 위해서 나를 이끄셨구나 라는 사실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따라서 주님께 우리가 가장 먼저 청해야 할 것은 스스로에게 어떤 것이 좋은 것인지를 알려 주십사고 알게 해달라고 청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을 청해야 하는지 나에게 진짜 무엇이 좋은 지를 먼저 생각하고 그것을 알려 주시기를 청해야 하겠습니다.
실상 하느님께서는 늘 우리의 기도를 듣고 계시고 응답해 주고계십니다. 가끔씩 우리가 청하고 또 청하면 당신의 사랑 때문에 당신의 뜻보다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실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분께서는 늘 당신의 사랑 때문에 우리를 사랑하셔서, 우리에게 당신이 보시기에 좋은 것들을 주시려고 하십니다.
단지, 제가 그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하느님이 주시려는 좋은 것을 지금 이 순간에 결과가 내가 원하는 뜻대로 좋지 않기에 안주신다고 생각하고, 속상해하다 나중에서야 알게 될 뿐인 것 같습니다.
이제야 저는 기도할 때 무엇을 청해야 할지 어떻게 청해야 할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그분이 나를 위해 준비하고, 주시려는 좋은 것을 내가 기꺼이 원하기를 바라고 청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다음 주부터 중간고사 기간입니다. 공부도 별로 안 해서, 기도로 하느님께 청합니다. 단지 좋은 점수가 나오고 시험에 패스하게 해달라고 청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제가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노력할 수 있는 힘과 지혜을 주시라고 청합니다.
하느님께 청합니다. 형제들에게 좋은 형제, 멋진 수도자 형제들을 많이 사랑하는 형제가 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원하시는 모습으로 형제들을 사랑할 수 있게 당신의 사랑을 제가 주시라고 청합니다.
하느님께 청합니다. 훌륭한 작은 형제가 되고, 프란치스코를 똑같이 닮게 해달라가 아니라 프란치스코를 닮을 수 있게 당신이 원하시는 뜻대로 작음과 겸손이 저와 함께 하게 해달라고 청합니다.
오늘 하루 형제님들의 삶 안에서 주님께 어떤 것을 청하시겠습니까? 주님께서는 늘 형제님들의 삶에 응답하시고, 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