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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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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 가까이 가시어 그들과 함께 걸으셨다.”

어제는 저희 수련소 공동체가 소위 엠마오라는 행사를 다녀왔습니다.
부활 대축일 다음 공동체가 같이 나들이를 다녀오는 것을
언제부턴가 일컬어 엠마오라고 하지요.

제가 우리도 엠마오를 다녀오자고 하니 저희 형제 중 하나가
엠마오라는 말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 겁니다.
왜냐고 제가 물으니 놀러가면서 무슨 엠마오냐고 하는 겁니다.
사실 많은 본당 공동체들이 성주간과 부활 대축일을 지내며
수고를 많이 한 사람들의 기분을 풀어주는 차원에서 가곤 하지요.
마침 봄이 오는 때이니 봄나들이인 셈입니다.
그러니 그 형제의 지적도 맞습니다.

그러나 그 말을 들었음에도 저는 엠마오를 가자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봄나들이를 가는 게 아니라 엠마오를 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봄나들이와 엠마오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너무도 분명합니다.

봄을 만끽하러 가면 봄나들이이고
부활을 체험하러 가면 엠마오입니다.
주님 없이 우리끼리 놀러 가면 봄나들이이고
주님과 함께 동행을 하면 엠마오입니다.

그런데 엠마오는 부활 이후 행사의 이름이 되어버렸지만
본래는 예루살렘 주변의 마을입니다.
그리고 제자들은 이 엠마오로는 가는 길이었고,
이 길은 봄나들이와는 너무 다르게 그리 즐거운 길이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
이 길 가고 싶어서 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출세를 꿈꾸던 사람들의 낙향하는 길이었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무덤에 묻고 돌아오는 길,
곧 예수님 없는 낙심한 두 사람만의 길이었습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길을 갑니다.
같이 길을 가긴 하는데 슬픈 두 사람이 가는 겁니다.
그 슬픈 길 나 혼자 가야 한다면 너무 외로울 텐데
그나마 같이 슬퍼하는 사람이 있으니 큰 의지가 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의지가 되고 슬픔을 달래는 것일 뿐
새로운 희망을 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희망은 친구가 주는 게 아니라
주님께서 주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서로 슬픔을 달래던 제자들에게
주님께서 나타나시어 동행도 하시고 빵도 같이 나누며
새로운 희망으로 제자들의 마음이 불타오르게 하십니다.

꺼졌던 불이 다시 타오른 것이랄까요,
아니면 예수가 죽고 그리스도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랄까요.
사랑하던 분, 예수를 잃은 그 슬픔이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실상 예수는 죽어야 했습니다.
아니, 예수가 아니라 예수께 거는 제자들의 헛된 꿈이 죽어야 했습니다.
예수가 죽어야 그리스도께서 온전히 부활하시고,
예수가 죽어야 제자들은 그리스도께 온전히 희망을 걸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예수 부활이라는 말도 바뀌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예수 부활이 아니라 그리스도 부활로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아니겠습니다.
죽은 것은 예수지 그리스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애기해야 맞을 것 같습니다.
제자들 안에서 예수가 그리스도로 다시 태어나셨다.
그래서 비로소 제자들에게 온전히 예수 그리스도가 되셨다.

여러분들도 이런 엠마오를 한 번 다녀오셨겠지요?
못 가셨다면 오늘 또는 내일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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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에스더 2012.04.13 10:05:17
    기묘한 고통을 통해 주님을 만나기 까지...
    늘~보던 나무가 어찌그리 아름다우며...
    우리가 천연의 미를 명상할 때나 토지를 경작하는 일과 나무의 성장과,
    땅과 바다와 하늘의 모든 신기한 것들 중에서 그것들이 주는 공과를 탐구하고 연구할 때 우리에게 진리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이 있습니다.
  • ?
    홈페이지 에스더 2012.04.13 10:05:17
    까치자매님의 쓰시는 댓글에 참~주님의 생명의 공급을 받습니다.
    죽음을 통과한 부활의 향기는 얼마나 향기로운지요~
  • ?
    홈페이지 뭉게구름 2012.04.13 10:05:17
    지금 여기가 엠마오가 되어
    지나가시는 예수님을 알아뵈워야겠습니다.
  • ?
    홈페이지 봄나무 2012.04.13 10:05:17
    으흠~ 저두 놀러 가면서 무슨 엠마오냐고 했는데 그게 아니군요 예수님과 함께 가면 어디든 엠마오군요~전 아직 못 갔는데...^^ 가야 될꺼 같네요
  • ?
    홈페이지 2012.04.13 10:05:17
    엊그제 아들 녀석이 엠마오가 무슨 뜻이냐고 묻길래 나름, 아는데로 설명했는데 오늘 신부님 말씀을 읽고보니 제대로 설명은 한 것 같네요. 저는 직장 관계로 떠나지는 못하고 어두움이 떠난 지금 공동체 안에서 그리스도를 체험하고 있습니다.
  • ?
    홈페이지 까치 2012.04.13 10:05:17
    예수께거는 제자들의 헛된꿈 죽어야 했습니다 . 뒤늦게 진리를 깨닫습니다. 기묘한 고통들 통해 온전히 예수그리스도 만나기까지 다시 새로워지네요 오늘아침 늘 보던 나무가 어찌그리 아름다우며 헛된꿈 죽여주시니 감사합니다.
  • ?
    홈페이지 Smyrna 2012.04.13 10:05:17
    신부님! 제가 사는 곳은 남쪽이라서 봄비가 많이 내리고있어요^^
    어제까지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이 다 떨어지고 꽃비가 내리고있어요.
    신부님 강론글을 읽고 저도 엠마오를 다녀와야겠어요..
    광안대교를 지나 거가대교를 거쳐 그냥 길을 떠나야겠어요.
    그러면 봄비로 오시는 부활의 주님을 만나뵐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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