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야, 일으켜 주십니다.’
+평화를 빕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이 적군에게 포위된 것을 보거든,
그곳이 황폐해질 때가 가까이 왔음을 알라고 하십니다.
이때가 징벌의 날이고, 이때에 백성에게 진노가 닥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러니까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예루살렘의 최후와 세상 종말에 대해 말씀하시고 계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종말의 때에 ‘사람의 아들이’ 권능과 큰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사람들이 볼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을 거꾸로 말하면 사람의 아들이 큰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보려면,
우리는 멸망당해야 합니다.
쓰러지고 무너져야 합니다.
우리는 여러명의 사람들을 통해 이런 경우들을 볼 수 있습니다.
사도 베드로는 예수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다시 고기를 잡으러 갑니다.
그리고 아침이 될 무렵까지 고기를 잡으려하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합니다.
베드로는 어부였기 때문에 고기를 잡을 능력도 있었고, 아침까지 노력도 다 했습니다.
하지만 고기를 한 마디도 못 잡았습니다.
베드로는 아마도 이때 자신이 무너지는 체험을 했을 것 같습니다.
베드로가 온전히 무너졌을 때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그물을 오른쪽에 던지라 하십니다.
그러자 고기가 너무 많이 걸려 그물을 끌어 올릴 수가 없을 정도가 됩니다.
이렇게 베드로는 무너졌다가,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성 프란치스코는 군인이 되고 싶어 했습니다.
군인이 됨으로써 얻게 될 부귀와 영화를 꿈꿨습니다.
그러다가 페루지아 전쟁에 참여 하게 되고 그곳에서 포로로 잡혀가게 됩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도움으로 풀려나지만 집으로 돌아와 병상생활을 하게 됩니다.
성 프란치스코는 이러한 시간들 안에서 모든 것이 무너지는 체험을 했던 것 같다.
첼라노전기 1생애 1부 2장을 보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루는 밖에 나가 주위의 풍경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러나 들판의 아름다움, 포도원의 쾌적함,
그리고 그 밖의 보기에 좋은 것들도 그를 즐겁게 하지는 못하였다.
그러므로 이러한 갑작스런 자신의 변화에 그는 놀랐고,
이런것들을 사랑하는 자들을 가장 어리석다고까지 여겼다.
그리하여 그날부터 그는 자신을 하찮게 여기기 시작했고,
자신이 전에 동경하고 좋아했던 것들을 경멸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성 프란치스코는 무너졌다가,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생활하고 싶었습니다. 서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습니다.
서울에 가면 젊음이 있을 것 같고, 서울에 가면 열정이 있을 것 같고, 서울에 가면 사랑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서울로 대학을 갔습니다.
막상 서울로 와서 대학을 다니니, 제가 생각한 그런 곳은 없었습니다.
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들은 술마시고 놀기에 바빴고, 서울에는 빼곡이 채워진 빌딩들과 매연들이 가득했습니다. 이렇게 제가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무너졌을 때 하느님께서 저에게 손을 건네셨습니다.
이렇게 저는 무너졌다가,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어떻게 보면 모든 것이 무너져야 하느님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멸망을 당해야 구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욥
기에서 욥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에게서 좋은 것을 받는다면, 나쁜 것도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소?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에게서 구원을 받는다면, 멸망도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소?
하느님께서 다시 세워주실 것을 믿고 무너져 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