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4.01.20 15:04

하느님의 촌지(寸志)

조회 수 198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와 선

 

원래 ‘촌지(寸志)’라 함은,「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주는 작은 선물(돈)」의 뜻이 담겨있는 좋은 말이지만,

오늘에 와서는 뇌물의 성격에 가까운 부정적인 의미로 희석되어 쓰여지는 감이 없지 않지요.

 

그런데도 느닷없이 저의 뇌리에 '촌지'라는 단어가 떠올라,

‘기부(寄附:Donation)’의 뜻에 더 가까운...

이에 관련된 제 인생의 잊을 수 없는 촌지 이야기를 해 봅니다.

 

* * *

 

예전(1984∼85년도) 산청 성심원 나환우 마을에서 잠깐 지낼 때였습니다.

어느 방문 교우의 표현에 의하면, "바람이 좀 심하게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수사님!"-

한마디로 자그마하니 호리호리 여리여리하게 보인 젊음 수도자에게라 그런 말을 건넸던 거지요.

그 마을의 환우들 중에 머리가 하얗고 눈이 항상 토깽이처럼 빨간 할머니 한 분이 계셨는데,

어쩌다 저를 만나시면 안스러우신 표정으로 "잘 잡수셔야 하는 데...!!! 맛난 거라도 사드셔요." 하시며,

꼬깃꼬깃 주머니에서 뭘 꺼내어 주셨으니 다름아닌 1만원 짜리 지폐 한 장이었습니다.

 

또 아일랜드에서(1986년) ‘아스칼(Oscal)’ 신부님과 함께 시골 여행을 했을 때였습니다.

신부님이 계셨던 본당 마을을 들러 어느 구멍가계엘 들렀답니다.

마침 그 고장의 성지가 담긴 카드가 보여 몇 장을 골라 사려고 했더니,

카드 값을 받으시기는커녕 구멍가계 주인 할머니는 오히려 주머니에 용돈이라시며 궂이 찔러주시는 겁니다.

 

하루는 한 카푸친 형제가 아는 집에 장례가 생겨 장시간 둘이 수도원을 나섰지요.

도중에 그 형제가 잘 아는 은인 집엘 인사차 들렀습니다.

엄마와 함께 올망졸망 어린애들이 줄줄이 있어 그 모습이 꽤나 가난한 집이었건만

제게 여비에 보태라고 하시면서 적지않은 여행비를 주시는 거겠죠.

엄마와 애들의 이름은 전혀 모르지만- 하느님 치부책에 적혀있을 테니- 늘 그들의 초라한 모습과 함께

감사지정을 기도중에 잊을 수가 없는 거지요.

얼마 후 점심 때가 되어 음식점엘 들어갔습니다.

저에 대한 손님 예우로 그래도 괜찮은 메뉴로 식사를 한 후 값을 치루려고 하니까

어느 낱선 손님이 이미 계산하고 나가셨다 하니, 참으로 황당하고 고마울 데가...!

 

방학시기에 스코트랜드의 한 본당이 딸린 수도원에 한동안 거주한 적도 있었습니다.

주일 미사가 끝나 신자들이 나오면서, 게중에 어느분이 저를 찾는 겁니다.

그러면서 봉투 하나를 쥐어주겠지요. 순간 저는 언짢은 마음이 들어- "내가 뭐 거지인가?" 하는- 머뭇거리자니,

"이상하게 여기지 말아요. 기도해 달라는 예물이니까요."하며 미소를 지으시는 겁니다.

나중에 의문이 풀렸지만, 그곳 사람들은 그렇듯 봉헌하는 의미로 선교지역 나라 수도자에게

도네이션(봉헌) 예물을 그런 식으로 바친다네요.

 

어디 위의 예들 뿐이겠습니까?

제 인생 여정 중에 만나 이렇게 저렇게 유사한 도움을 준 분들을

고마움과 더불어 기도중에 결코 잊어서는 아니 되겠지요.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라지만, 저는 유독 유사한 은혜들을 많이 입어

감사와 기도를 게을리할 수가 없답니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1. No Image

    고향의 미루나무

    T 평화/ 선   전에 얼핏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만, 내 고향 '동지기'(현 동작동 현충원 자리)엘 가면 공작의 날개 형상으로 펼쳐진 지형 전체의 한가운데로 흐르는 작은 냇물이 있습니다. 현충원이 자리잡은 이후로 '현충천'이라 부르게 되었지만, 원래의 ...
    Date2014.05.13 By김맛세오 Reply0 Views1938
    Read More
  2. No Image

    하이얀 목련(木蓮)

    T 온 누리에 평화 봄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어제 오늘 거리에 비가 내리듯 이 가슴, 아니 우리 모두의 가슴마다 슬픔이 내린다. 불과 얼마 전 따스했던 봄날, 앵글에 유난히도 눈부시게 잡혔던 새하얀 목련이 바로 너희들일 줄이야!!! 여리디 여린 봄잎들...
    Date2014.04.28 By김맛세오 Reply0 Views1382
    Read More
  3. No Image

    뉘 종지기를 하랴!

    T 평화가 온 누리에...   얼마 전, 사순시기를 깃점으로 각자가 맡고있는 직책에 작은 변동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1년여 '종지기'라는 직분을 저희들 수호자(* 원장: 이 명칭이 자못 권위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서)가 형제가 맡아 왔었지요. 아마도 지금까...
    Date2014.04.01 By김맛세오 Reply2 Views2103
    Read More
  4. No Image

    내 인생의 네 잎 클로바

    T 평화/ 선   예기치 않게 얻어진 것을 일컬어 '행운'이라고들 하지요. 그러나 알고보면 그 행운의 밑바탕엔 하느님 안배하심이 깔려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세월을 거슬러 1985년 5월의 까마득한 기억을 되살려 봅니다. 저는 그 때 이태리, 아씨...
    Date2014.03.23 By김맛세오 Reply0 Views2445
    Read More
  5. No Image

    봄은 봄이로고!

     T 평화가 온 누리에   앞 건물, 교육회관에 증축 및 리모델링 공사가 마무리되어 가는 중이라 가히 어지럽기 짝이 없는 요즘의 주변이랍니다. 가뜩이나 한겨울을 나느라 황량해진 정원에 폐기물 자재들이 쌓이고 널려있어 볼 때마다 심란해지는 마음을 ...
    Date2014.03.10 By김맛세오 Reply0 Views1967
    Read More
  6. No Image

    내 고향, 구(舊)교우촌

    T 평화와 선     「기도를 굶으면 밥을 굶겨라」는 마르가리타 지기님의 글을 대하면서 늘 잊혀지지 않던 옛 고향의 정황이 그림처럼 그려집니다.    가끔 그 동네가 자리했던 (현 현충원 자리) 공작봉 오른 쪽 날개에 해당하는 곳엘 가보면 마치 새벽 ...
    Date2014.02.24 By김맛세오 Reply2 Views2229
    Read More
  7. No Image

    첫 순례(예루살렘)에서 생긴 일

    T 온 누리에 평화   공부하던 도중 1986년도 여름방학이었습니다. 상주 학생들은 거개가 다 경험을 쌓기 위하여 다른 지방이나 나라로 파견되는 게 관례였죠. 외국인인 저는 혼자 수도원에 남아 있을 수가 없어 예루살렘으로 순례를 가기로 맘 먹었답니...
    Date2014.02.17 By김맛세오 Reply1 Views2393
    Read More
  8. No Image

    기적이 아닌 기적 이야기

    T 평화와 선   제목부터가 웬 묘한 뉴앙스를 풍긴다구요? "기적이면 기적인 게지, 아닌 기적은 또 뭐람."...!?   그러게요! 그러니까 꼭 9년 전 뜨거운 한여름이었네요. '안식년'을 지내던 그 해에, 롱아일랜드에 이민가서 사시는 막네 숙모(부)님...
    Date2014.02.11 By김맛세오 Reply0 Views2371
    Read More
  9. No Image

    미루나무 위, 맴돌던 '솔개'를 떠올리며...

    T 온 누리에 평화   얼마 전 현충원에 갔다가 7,80십년 고령의 미루나무 위 창공을 배회하던 늠늠하고 평화로운 '솔개'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제 어릴적에도 솔개는 그렇게 같은 모습으로 고향 산하를 누볐지요. 닭이나 병아리를 채어가기 ...
    Date2014.01.23 By김맛세오 Reply0 Views2082
    Read More
  10. No Image

    하느님의 촌지(寸志)

    T 평화와 선   원래 ‘촌지(寸志)’라 함은,「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주는 작은 선물(돈)」의 뜻이 담겨있는 좋은 말이지만, 오늘에 와서는 뇌물의 성격에 가까운 부정적인 의미로 희석되어 쓰여지는 감이 없지 않지요.   그런데도 느닷없이 저의 뇌리...
    Date2014.01.20 By김맛세오 Reply0 Views1981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53 Next ›
/ 53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