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어제 설 명절은 잘 보내셨나요?
그러니까 한 해 출발을 잘 하셨나요?
그리고 올 한 해 주님 안에서 평안하기를 비셨겠지요?
오늘 복음은 이렇게 한 해의 여정을 떠나는 우리에게 딱 마침맞습니다.
오늘 복음은 제자들이 주님과 한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는 내용입니다.
저녁이 되자 예수께서는 “호수 저쪽으로 건너가자.” 하고 말씀하십니다.
호수 이쪽에서 저쪽까지 가는 게 우리 인생이고 올해 우리의 삶입니다.
그런데 주님과 한 배를 타고 가도 올해 우리는 풍파를 만날 것입니다.
나의 앞길에 풍파가 없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주님과 함께 가면 풍파가 없을 거라고 기대해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여러 차례 말씀드렸듯이 우리는 기대하지 말고 각오해야 합니다.
우리는 올 한 해 풍파가 없을 거라고 기대해서는 안 되고,
오히려 풍파를 많이 만나고 큰 풍파도 겪을 거라고 각오해야 합니다.
우리는 무사태평無事泰平이라는 말을 씁니다.
안녕, 평안하려면 아무 일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있는 말인데
그 아무 일 없음이 좋은 일도 없는 것이 아니라
무탈無頉한 것, 곧 안 좋은 일이 없는 것을 뜻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올 한 해 하는 일마다 잘되고 안 좋은 일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태도를 가지고 있으면 참 평안이 있을 수 없습니다.
참 평안은 아무 일이 없는 평안이 아니라 주님과 함께 있는 평안입니다.
나의 배 안에는 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배 안에는 나와 비슷하게 고만고만한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배 안에는 태풍도 걱정하지 않으시는 주님이 함께 계시고,
“잠잠해져라. 조용해져라!”는 말씀 한 마디로 태풍을 잠재우실 수 있는,
그런 대단한 주님께서 함께 계십니다.
사건적인 평안이 아니라 인격적인 평안이 참 평안인 것이지요.
아기에게는 엄마가 없는 것이 제일 큰 불안인 것처럼
우리에게는 주님께서 안 계신 것이 제일 큰 불안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그들은 큰 두려움에 사로잡혀 서로 말하였다.”고 하는데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태풍이 아니라 내 안에 주님이 안 계신 것입니다.
태풍의 두려움이 아니라 주님 없는 두려움이고,
주님 없이 태풍을 이겨내야 하는 두려움입니다.
제가 아는 어느 가정은 집을 나설 때나 무슨 일을 시작할 때
식구들 간에 서로 “주님과 함께!”라는 인사 겸 격려를 하고,
미사 때도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하고 인사를 하는데
실로 이것이 우리의 인사가 되고 격려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자, 그러니 올해 <주님과 함께> 여정을 떠나시고,
오늘, <주님과 함께> 문을 나서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