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오늘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가서 좀 쉬라고 하십니다.
복음 선포를 위해 파견되었다가 돌아왔으니 그것만으로도 무척 피곤할 텐데
사람들이 계속 몰려와서 쉴 수 없었고 음식도 먹을 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쉼이란 일과 떼어 생각할 수 없겠지요.
일을 쉬는 것이라고 간단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
일을 하지 않는 것과 쉬는 것을 나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일을 안 하는 것에는 쉬는 것만 있는 게 아닙니다.
노는 것도 일을 안 하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노는 것도 쉬는 것의 하나인지 모르지만
일을 안 하는 것이 쉬는 것의 적극적인 목적인데 비해
노는 것은 일을 안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노는 것 그 자체가 적극적인 목적입니다.
그러니까 일하는 사람이 쉬기도 하는 것이지
아예 아무런 일도 안 하는 사람은 쉬는 게 아니라 노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 없이 빈둥빈둥 놀기만 한다거나 놀고먹기만 한다는 말이 있지요.
그리고 일을 하면서 쉬는 날을 이용하여 놀 경우에도 잘 놀아야 합니다.
잘못 놀면 놀고 나서 피곤하고 일하는 것보다도 더 피곤할 수도 있지요.
왜냐면 노는 것은 일을 하지 않지만 다른 것을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임을 하며 놀고, 운동을 하며 놀고, 춤추며 노는 경우처럼
일 대신 다른 것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건설적이지 않거나 지나치면 노는 게 오히려 해롭습니다.
이에 비해 쉬는 것은 매우 생산적이고, 생산적인 목적으로 쉬는 겁니다.
일을 하면서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쉬는 것이고,
새로운 힘을 얻기 위해 쉬는 것입니다.
피로를 풀고 새로운 힘을 얻어서 더 힘차게 창조 사업을 하자는 거지요.
그러므로 우리는 일만 아는 사람,
다시 말해서 일 중독자가 되지 말고 쉴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쉴 줄 알뿐 아니라 이왕이면 더 창조적으로 쉴 줄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하루 종일 잠만 자면서 쉴 수도 있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면서 쉴 수도 있으며,
적당한 운동을 하면서 쉴 수도 있고,
친교를 나누며 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신앙인에게는 어떤 쉼이 가장 창조적이겠습니까?
말할 것도 없이 하느님 안에서 쉬는 것,
하느님과 사랑의 친교를 나누며 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피정이 바로 그것이지요.
기도가 바로 그것이지요.
하느님 안에서 쉬는 것이 기도이고,
하느님과 사랑의 친교를 나누는 것이 피정입니다.
그런데 우리 가운데는 기도를 하면서
하느님 안에서 쉬지 않고 기도-중노동을 하고,
피정을 하면서 하느님과의 사랑의 친교는 없이
빡빡한 강의와 프로그램만 하는 사람도 있지요.
오늘 제자들에게 쉬라고 하신 주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이런 것을 바라지 않으실 겁니다.
참으로 잘 쉬라고 하실 것입니다.
이번 주말, 주님 안에서 잘 쉬는 주말이 되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