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 요셉의 죽음 (1712)
작가 : 쥬세페 마리아 크리피Giuseppe Maria Crespi (1665 – 1747),
크기 : 캠퍼스 유채 : 234.5 X 187cm
소재지 : 러시아 페테르부르크 에레미타쥬 미술관
교회의 성인들 중 성 요셉만큼 진가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성인은 드물다. 이는 성모님의 동정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인데,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의 탄생은 인간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 성령의 역사임을 강조해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 요셉에게는 예수님을 키운 양부(養父)라는 이상한 존칭이 붙으면서 성가족의 상본에서도 마리아는 아리따운 여성으로 나타나는 반면 성 요셉은 늙은이의 무능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면서 미안했던지 성 요셉의 이 박대 받는 모습이 바로 성 요셉의 겸손을 표현하는 것이란 황당한 말장난으로 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성모님의 동정성이 일방적으로 강조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요셉 성인은 성가족 상본을 그릴 때 외에는 적절히 설 자리가 없는 인물로 밀려 나게 되었다.
그러나 중세 그리스도의 인성이 강조되면서 자연스럽게 성 요셉 공경이 시작되었고 특히 프란치스코 수도자들에 의해 성 요셉 공경이 교회 안에서 시작되었으며,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 같은 분은 특별히 성 요셉 신심을 강조하기도 했다.
성 요셉은 성서에서 예수님의 유년 시절을 끝으로 등장하지 않으나 성 요셉을 그리워하는 신자들에 의해 여러 전승이 생겼다.
작가는 이태리 볼로냐의 명망 있는 집안에서 태어나, 좋은 환경에서 작가로서의 소양을 키워 종교적인 주제의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아버지 요셉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멀리 선교하시던 아들 예수님이 오셔서 아버지 요셉에게 마지막 병자 성사를 집전하신다. 요셉 성인은 그리스도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이전 이미 세상을 떠나신 분이시나, 요셉 성인에 대한 그리움이 예수께서 아버지 요셉의 임종을 지켰다는 이런 민간전승을 교회 안에 도입하게 되었다.
예수님의 이 모습은 크리스챤 삶에서 볼 수 있는 효성스런 아들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예수님은 더 없이 경건한 모습으로 아버지 요셉에게 마지막 강복을 베풀고 계신다. 이 장면은 그동안 예수님의 양부라는 표현으로 교회의 관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성 요셉을 신자 가정으로 모셔 들이면서 공경의 대상으로 올리고 있다.
우리는 예수님을 “마리아의 아들 예수”라는 칭호로 자주 대했으나 “요셉의 아들 예수”라는 칭호는 그리 흔하지 않았는데, 이 장면은 예수님이 요셉의 아들임을 보여주시면서 더 없이 따뜻한 인간 요셉의 아들 예수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가슴을 드러내고 누워계신 요셉 성인은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들이 지켜보는 가운에 임종을 하는 행복한 노인의 모습이다.
그의 건장한 가슴은 성가정을 꾸리기 위해 목수의 일을 하면서 노동으로 영글어진 인생의 자랑스러운 이력을 드러내고, 그의 얼굴은 아들 예수를 키우기 위해 고생했던 그분의 일생을 드러내고 있다.
하느님의 선물인 노동으로 자식을 키운 장한 아버지의 모습이다.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의 반동으로 교회가 시작한 반종교 개혁 운동에서 성 요셉 공경을 격상되면서 성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성 요셉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침상에서 임종을 기다리며 누운 노인 성 요셉의 모습은 천상의 행복에 차 있다. 사랑하던 아내 마리아와 무엇보다 선교를 다니노라 보기 힘들던 아들 예수가 지키고 있으니, 더 없이 행복해서 루카 복음에 나오는 시메온 노인의 기도를 바치는 기분이다.
“주님 말씀하신 대로 이제는 주의 종을 평안히 떠나가게 하소서.
만민 앞에 마련하신 주의 구원을 이제 제 눈으로 보았나이다.“ (루카 2: 29- 30)
성 요셉의 아내였던 성모님을 위시해서 주위에서 절친하게 지냈던 여인들이 성 요셉의 임종을 지키고 있다.
교회는 성모님의 동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성모님에게 성 요셉의 아내라는 표현보다는 성 요셉을 마리아의 배필이라는 오묘한 용어를 사용해서 성모님의 동정성이 성 요셉의 아내라는 표현으로 손상되지 않도록 기묘한 노력을 했으나, 이 자리에 성모님은 일생을 함께 했던 남편 성 요셉의 마지막을 지키기 위한 아내의 모습으로 다른 여인들은 이 부부들과 좋은 인연을 지녔던 친지들로서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임종을 지키기 위해 성 요셉의 주변에 모여있다.
작가는 빛을 특별히 처리함으로서 이들을 친구의 죽음 앞에 하나로 묶고 있다. 옆으로 비치는 빛은 인물들을 따라 흘러가다가, 성 요셉의 머리에 손을 대고 있는 마지막 인물을 통해 성 요셉에게 전달되고 있다.
빛으로 연결된 이들은 그동안 서로 안에 있었던 깊은 우정의 연결고리를 통해 조촐한 몇 사람이 지키는 임종의 자리를 더없이 푸근한 분위기로 유도하고 있다.
작가는 볼로냐의 상류 가정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예술가로서의 자질을 인정받아 좋은 스승으로부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작가의 특징은 유복한 가정 탓으로 자유로운 성격 탓으로 돈이나 어떤 정치적 세력에 대해 초연하면서 자신의 상상력을 한껏 발휘하는 자유로운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다.
중세기 많은 화가들은 주문자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 고심해야 했고 , 심지어 주문자의 가족들을 그림의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기 까지 했으나 작가는 이런 면에서 전혀 초연한 자세로 자기 소신을 다했기에 더 없이 자유롭게 성 요셉을 우리에게 부각시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