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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겸요한 2014.03.29 22:35

사순 제4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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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님과 제자들이 길에서 눈먼 사람을 보게 됩니다. 그러자 제자들이 예수님께 묻습니다. "누구의 죄 때문에 저 사람은 눈먼 사람으로 태어났습니까?" (요한 9,2) 구약은 불행의 원인을 죄라고 보았기 때문에 그들의 질문은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대답은 전혀 엉뚱합니다. "하느님의 일이 저 사람에게서 드러나려고 그리 된 것이다." (9,3)

 제자들은 눈먼 사람을, 그의 불행을 죄의 관점에서 바라보았지만, 예수님은 한 인간, 그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도움을 받아야 하는 하느님의 자녀로 바라보았습니다. 하느님의 사랑 받는 자녀이기에, 그 안에서 하느님의 영광, 하느님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 기적을 본 사람들은 그를 바리사이들에게 데리고 갑니다. 하지만 바리사이들 역시, 사랑의 관점이 아닌 죄의 관점에서 그를 바라봅니다. 안식일을 지키지 않았기에, 하느님의 계명을 어겼기에 그들의 눈에 예수님은 죄인으로 비춰졌고, 그 죄인이 행한 행동이기에, 다시 보게 되었다는 사실도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사랑의 관점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면, 우선 볼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축하해 주었을 것입니다.

 유다인들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아니 자신들이 믿고 싶은 방향으로, 그가 거짓을 이야기 하고 있다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 그의 부모를 부릅니다. 하지만 그의 부모 역시, 유다인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랑의 관점을 포기합니다. 자신들의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편을 들어주지 않고, 사실을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성경은 34절에 가서야 "그를 밖으로 내쫓아 버렸다"라고 표현하지만, 사실 그는 보게 되기 전에도 죄인이라는 인식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버림 받았고, 보게 된 이후에도 죄의 관점을 고집하는 이들을 통해 다시 한 번 버림받게 됩니다. 기적을 처음 본 사람들, 바리사이들, 심지어 그의 부모까지도 그를 자기 품에 안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잘 본다'(9,44)라고 말하는 이들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요? 그들은 죄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보고 있습니다. 죄의 관점에서 그들은 모든 것을 판단하기에, 너무 쉽게 옳고 그름을 판단합니다.

 하지만 그들을 예수님께서는 눈먼 자가 되게 하려 하십니다. 그들이 사랑의 관점을 대할 때, 그들은 눈먼 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의 관점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그들이기에, 사랑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없고, 오히려 눈멀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주위의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습니까? 내 곁의 사람을 사랑 받는, 그래서 사랑 받아야 할, 한 존재로 보고 있습니까? 아니면 사람이 보이기에 앞서, 그 사람의 겉모습, 행동, 잘잘못을 먼저 보고 있습니까? 그 사람을, 그 사람 고유의 모습으로 보고 있습니까? 아니면 내 틀에 맞추어, 보고 싶은 모습만 보고 있지는 않습니까?

 분명한 것 한 가지는, 죄의 관점으로 다른 사람들을 바라볼 때, 우리는 한 명, 두 명, 우리 곁에서 그들을 내쫓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하다보면, 결국에는 내 주위에 아무도, 단 한 명도 남아있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약함을 지닌 인간입니다. 죄의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그 기준선을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죄의 관점을 선택하는 순간, 우리는 외톨이가 되는 지름길에 접어들게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시작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그 불행, 그 약함 속에서 하느님이 드러나심을 이야기 하십니다. 그리고 그것의 정점은, 최악의 불행, 극도의 약함인 그리스도의 십자가 위에서의 죽음이고, 그것을 통해 하느님의 인간을 향한 지극한 사랑이 드러났습니다.

 그렇기에 그 약함은 더 이상 불행이 아니고, 불행이 아니기에 죄의 관점으로 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 약함은 하느님의 사랑이 드러나는 통로이기에, 우리는 사랑의 관점으로만 그것을 볼 수 있습니다.

 덧붙여서, 고통 중에 있는 모든 이들, 그 약함을 견디어 내려 노력하는 이들이 하느님의 사랑 속에 있음을 알게 되는, 복된 사순 시기가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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