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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온 누리에 평화

 

매일 작은 정원을 대하면서 참으로 많은 걸 느낍니다.

 

꽃삽으로 모종을 옮길 때마다

흙 속에서 꼼틀거리는 작고 큰 지렁이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한다고 아우성입니다.

지렁이들을 마주할 때마다 감탄사가 절로나는 것은,

어찌 그 부드럽고 연약한 몸매에 거칠고 무거운 흙과 돌덩이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면서

보드랍고 맛있는 흙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지!...기적을 먼 데서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또 너무 작은나머지 먼지같이 작은 채송화 씨를 채에다 바쳐내린 보드라운 흙에다 곧 많이 뿌렸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물을 줄 때마다 파도타기를 해선지 겨우 헤집고 나온 아주 여린 싹들이 제대로 자라기가 쉽지가 않은 겁니다.

그래도 어찌어찌해서 몇 개가 성장을 하여 1Cm 정도의 크기로 자랐을 적에 간격을 두고 모종을 해주었지요.

어떤 녀석은 이제 손가락 한 마디 정도로 자라 건실한 태도로 세상을 마주하고 있어,

볼 때마다 너무 신기한 겁니다.

성경에서의 겨자씨 비유를 말씀하신 예수님이 떠오릅니다.

먼지같은 채송화 씨와 그 싹트고 자라는 모습에서도, 겨자씨 나무가 어떤건지 보지를 못해 알 수는 없지만,

다름아닌 기적을 매일 작은 채송화들이 보여주는 것이 겠지요?

 

성거산에서 지냈을 때 서너번 말벌에게 쏘인적이 있어 저에겐 '말벌'하면 무서운 놈들로 인지될 밖에요.

한번은 주방 천정에서 뱅뱅 나르는 말벌이 있었습니다.

(저는 쏘이기 전엔 무서움을 타지 않아 그냥 놔두었지요)

그런데 그것이 느닷없이 하강을 하여 결국 저의 팔목을 쏘았습니다.

퉁퉁 부어올라 병원엘 찾아갔지만 쉽게 나을 기미가 없었고, 결국 사혈 침을 맞고 부기가 가라앉았지요.

곰곰 많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왜 아무 탈 없던 그 벌이 왜 날 갑짜기 공격했을꼬?" 

 

수도원 주변엔 작고 큰 말벌 집들이 숲 속에도 있고 지붕 위에도 있고 심지어는 방을 통한 천정 속에도

곧잘 공만한 집을 짓습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지례 위협을 느끼고는 어떤 방법으로든 말벌들과 집들을

퇴치시켜버리는 거지요.

그러니 아무리 생각이 없는 말벌들이라도 인간에 대한 그들의 인지도는 자신들의 적일 수 밖에요.

주방에서 저를 냅다 공격한 말벌도 아마 그런 이유에서 일겁니다.

 

도시화의 급속 발전으로부터 어쩌면 자연이 얼마나 많은 위협을 당하고 있는지...!

자연의 법칙과 조화를 이루는 삶이기 보다는 영악한 인간의 삶은 얼마나 크나 큰 손실을 이 지구와 자연에

끼치고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사랑한다고 말하지요?

많은 사람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고 기뻐하면서도 실상 그 이면에는 문명의 발전이나 인간의 편리성 추구로

얼마나 크고도 많은 상처와 아픔을 자연에게 주어 왔는지를...!

 

땅 속 꼼틀거리느 지렁이를 보면 징그럽다고요?

손이나 팔 목에 낀 반지나 장식물을 치렁치렁 장식한 인간 자신이 더 징그러운 게 아닌가요?

자연물에서 온갖 보석을 채취하며 근사한 자가용을 타고다니며 자못 부와 아름다움을 과시하며 자못

존재의 위대함을 뿌뜻하게 여기는 사람 삶이 더 나은 걸까요, 아니면 나약하기 그지없는 자연 미물들이

형편없는 삶을 영위하는 걸까요? 

 

아,아!  끝간데 없는 사람의 욕심이여!

한 치 앞 지렁이나 채송화 앞에서조차

기적을 이야기하는 자체의 부끄러움이여!!!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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