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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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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입맞춤 (The Kiss)(1908)
작 가 : 콘스탄틴 브랑쿠시(Constantin Brancusi: 1876- 1957)
소 재 지 :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

작가의 작품 세계와 작가의 삶과는 서로 일치되지 않는 게 보통이나 브랑쿠시는 그의 작품 세계와 삶이 판에 박은 듯 닮은 모습을 보인다는 면에서 기존의 틀을 벗어난 특별하고 예외적인 존재에 속한다.

그는 오랜 공산주의 때문에 폐쇄된 나라에 속하는 루마니아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는데, 어릴 때부터 어디에 매임을 싫어하고 새로움을 향한 자기 탈출의 기질이 강했기에, 7세에 첫 번째 가출에 이어 스무 살이 되기까지 세 번 가출 경험이 있었을 만큼 극단의 자유로움에 대한 강한 열망을 표현하며 살았다.

그는 이런 방랑생활에서 생계방편으로 익힌 염색공으로 일하면서 조국의 전통적인 예술 표현인 목공예에 심취하게 되고, 더 새로운 세계를 찾고자 하는 마음으로 독일 뮌헨으로 가서 얼마를 지내다가, 예술의 도시인 파리를 자기의 목표점으로 정하고 방랑기질을 살려 도보로 파리에 도착하게 된다.

파리가 자신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장소임을 확인한 그는 혼신의 노력을 다해 노력한 결과 프랑스 미술협회가 주최한 전시회에 입상하게 되는데 이때 그는 당시 세계적 대가로 인정받고 있던 오귀스트 로댕의 작업실에서 함께 일할 것을 권유받았으나 그는 이 대단한 행운의 기회를 다음과 같은 이유로 흔쾌히 거절했다.

“큰 나무 밑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 후 그는 자신의 순수한 독창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조형세계를 펼쳐 나갔다. 이 작품은 바로 이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며 작가를 이해할 수 있는 대표작이다.

그는 일생 동안 독신으로 살았고 그의 삶 역시 예술을 통해 진실을 표현하는 것 외에 다른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었기에 수도승과 같은 모습이었다.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긍지를 잠시도 잊지 않고 작품으로도 표현한 그였지만 죽기 얼마 전 자기에게 참신한 예술 세계를 열어준 데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프랑스로 귀화하면서, 자신이 남긴 80여점의 작품들을 아무런 대가도 요청하지 않고 파리 시립 미술관에 기증했다.


세상에는 <입맞춤>을 주제로 한 두 개의 걸작이 있는데, 이 작품과 작가와도 잠시나마 각별한 인연을 가졌던 로댕(성화해설 4 번)의 <입맞춤>이다. 로댕의 작품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관능을 매개체로 한 나체의 남녀의 격렬한 포옹이 주제인 반면 이 작품은 우리가 통념으로 생각하는 주제와는 좀 거리가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입맞춤은 로댕의 작품처럼 연인 사이의 관계에서 나눌 수 있는 관능을 전제로 한 표현으로 여기는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부분에 불과하며 더 심원하고 광범위한 뜻이 있다.
이 주제는 크리스챤 삶에서 대단히 중요한 내용을 지니고 있으며 작가는 이 작품에서 입맞춤의 근원적인 의미와 가치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명사 “입맞춤”은 신약성서에 일곱 번 나타나고 있으며, 루카 복음에 두 번이 나타나고 있다. 초대교회에서 입맞춤은 전례적 성격을 띄고 있었는데 사도 바울로는 코린트 신자들에게 작별 권고를 다음과 같이 하고 있다.

“그러면 형제 여러분, 기뻐하십시오! 서로 격려하시오. 뜻을 같이하고, 평화롭게 사시오. 그러면 사랑과 평화의 하느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계실 것입니다. 거룩한 입맞춤으로 서로 인사 하시오” ( 2고린 13, 11).

이처럼 초대교회의 모든 전례에는 오늘 미사에서의 평화의 인사처럼 키스가 반드시 포함되어 있었다. 신약에서 죄녀로 소문난 막달레나에게 보이신 주님의 다정한 태도를 비꼬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에게 주님께서는 그들의 어리석음을 다음과 같이 꾸짖으신다.

”내가 당신 집에 들어섰을 때 당신은 나에게 발 씻을 물도 주지 않았지만 이 여자는 눈물로 내 발을 적시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닦아 주었습니다. 당신은 나에게 입맞춤을 하지 않았지만 이 여자는 내가 들어 왔을 때 줄곧 내 발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루카 15, 20)


성서에서는 두 번 하느님이 인간에게 생명을 주시기 위해 입맞춤을 하셨다는 내용이 나타나고 있는데, 하느님이 인간을 창조하실 때 와, 십자가의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새 생명을 주실 때 이다.

“그때에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의 생명체가 되었다.”(창세기 2, 7)

“예수님께서 다시 그들에게 이르셨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이렇게 이르시고 나서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으며 말씀하셨다. 성령을 받아라.” (요한 20, 21- 22)

이처럼 입맞춤은 초대교회에 있어 성령을 전달하는 것을 상징했기에 미사 중“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의 응답은 참석자들 간에 키스를 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키스는 관능을 바탕으로 한 남 녀간에 이루어 질 수 있는 애정표현만이 아니라 크리스챤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 “하느님과 내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명령의 가장 힘있고 직접적인 표현이 될 수 있기에, 입맞춤은 크리스챤 영성의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사실상 한 개의 돌덩어리에 남녀가 껴안고 있는 형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남녀의 구분은 복부 부분의 굴곡으로 표현되는 것 외에 남녀의 구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 치의 틈도 없이 껴안은 자세의 연인들은 서로 눈을 부릅뜨고 있다. 사랑의 체험은 맹목으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이 연인은 맹목의 상태에 안주하기에는 서로의 가슴이 너무 뜨겁기에 상대를 더 깊이 알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확신과, 사랑은 서로를 알수록 더 풍요로워지는 것임을 알기에 눈을 부릅뜨고 상대를 응시하고 있다.

또한 두 연인은 네모난 돌덩어리의 안정된 형상으로 더 없이 밀착되어 떨어질 수 없는 상태에서도 서로를 힘껏 부둥켜안고 있는데, 여자를 껴안고 있는 남자의 두 손은 혼신의 노력을 다해 연인의 몸 전체를 자기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듯 완벽한 접촉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작가는 바로 두 연인의 완벽한 접촉의 표현에서 크리스챤 영성의 중요 부분을 표현하고 있는데, 사랑의 궁극적인 형태는 접촉으로 나타나야 하고 입맞춤은 바로 접촉의 가장 완벽한 표현임을 작가는 제시하고 있다.

미국의 개신교 신학자 레너드 스윗(Leonard Sweet)은 그의 저서 “영성과 감성을 하나로 묶는 미래 교회”라는 저서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의 중요 특성을 “접촉문화”로 표현했는데, 이것은 과거 사변일변도의 신학에서 등한시했던 중요한 부분의 정확한 지적이다.

입맞춤은 접촉문화의 최고 표현이며, 교회는 이것을 통해 남자와 여자, 가난한 자와 부자, 깨끗한 사람과 불결한 사람, 의인과 죄인을 하나로 묶어 하느님의 아들이 되고자 하는 강력한 상징을 포함하고 있으며 작가는 이것을 표현하고자 했다.


로댕의 작품에서 입맞춤은 이 작품과 전혀 다른 한 부분을 표현하고 있다. 강렬한 관능적 에너지의 감미로움에 대한 예찬이며, 로댕은 이 작품을 통해 하느님의 선물인 에로스의 긍정적이며 강렬한 흡인력을 한껏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관능의 감미로움은 항상 한시적인 것이기에 달콤하고 짜릿한 환상 뒤에 씁쓸한 허탈감으로 이어지며 여기에 집착하는 인간들은 언젠가 관능의 달콤함이나 강렬함과는 거리가 먼 씁쓸함과 허망감에 빠지게 마련이나, 많은 인간들은 이것을 최고의 갈망으로 여겨 언젠가 자유로워야 할 이 감미로움에 일생을 묶어 그리움과 애타는 갈망으로 살아가고 있다.

오늘도 파리 로댕 박물관에 있는 작품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넋을 잃고 잠시나마 관능 세계의 감미로움에 빠지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인터넷에 떠오르는 비아그라 광고는 바로 로댕적 입맞춤의 끈끈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인간들에게 던지는 낚시꾼의 미끼와 같다면, 이 작품은 같은 주제를 크리스챤의 궁극적 이상인 접촉을 통한 사랑의 완성으로 초대하고 있다.

로댕의 작품에 나타나고 있는 연인들처럼 온몸의 솜털까지 다 동원해서 관능의 극치에 도달한 신체의 열반 상태가 아니라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것은 입맞춤의 궁극적인 목표는 접촉을 통한 상대방의 수용이다.

그러기에 키스는 입술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접촉을 통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주는 완벽한 사랑의 표현이기에 이것은 번드레한 말이나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없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섬김으로 표현됨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작가는 입맞춤의 성서적 의미를 이 작품을 통해 설명하고 있으며 복음에서 강조하는 하느님의 인간에 대한 사랑, 이것을 접촉을 통해 실천하는 인간의 사랑의 밝고 긍적적인 면을 이 작품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작가는 경외심을 갖고 돌을 다루었으며, 현대적인 기교 보다는 원시적이고 그가 태어난 루마니아의 토속성에 깊은 매력을 느끼며, 단순화하고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순수하고 진실한 것은 단순함으로 표현되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을 명확히 표현하며 작품 활동을 했다.

로댕의 작품은 대리석의 특징인 매끈한 차가움을 풍기는 데 비해, 작가는 석회석이 주는 투박한 온기를 표현하면서 입맞춤의 인간적 교감을 실감있게 제시하고 있다.

예수의 일생에서 그분은 접촉을 통해 병자들을 치유하시고, 인간적인 삶의 기쁨과 희망을 표현하셨듯이 접촉은 사랑과 구원 확인의 기본적인 표현이 되었는데,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크리스챤 접촉문화에 대한 건전한 기억을 일깨우고 있다.

키스는 인류 전체가 공감대를 느끼는 문화 현상이 아니며, 우리와 같은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생소한 것이나, 이것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접촉문화는 모든 인류의 공동 유산이며 크리스챤들의 영성 표현에 중요한 것이다.

돌아온 탕자를 껴안고 반가움을 키스로 표현하는 아버지처럼 (루카 15, 20)처럼 하느님도 우리에 대한 사랑을 입맞춤으로 표현하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을 때, 우리의 신앙이 미끈한 말이나 생각에 머무는 것이라 해도 순수하면서도 열정에 찬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승화될 수 있을 것이며, 이런 면에서 이 작품은 우리 신앙 표현에 아쉬운 면의 돌파구를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시작해서 공간(Space), 새 (Bird), 공간 속의 새(Bird in the space), 와 같은 인간 삶의 근원적인 의미성을 설명할 수 있는 주제를, 조각 그 자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처리해서 극도로 절제된 기하학 형태와 정교한 끝손질을 특징으로 하는 추상조각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고도로 발달된 현대 문화는 손을 대지 않고 처리하는 것을 더 고급스러운 태도로 등장시키면서, 무접촉 (Touch -free)의 편리성을 부추기고 있는데, 이런 무접촉에 이어지는 것은 서로에 대한 무관심이나 단절이기에, 크리스챤 역시 접촉을 통해 실현할 수 있는 사랑의 계명과 무접촉으로 시작되는 무관심과 관계단절이라는 현대적인 유혹과의 관계에서 균형을 잃고 방황하는 현실에서 이 작품은 크리스챤 삶은 바로 인간과 사물과의 접촉으로 시작되어야 함을 일깨우기에 어떤 의미의 강한 예언성을 띄고 있다.

하버드 대학의 한 정신과 의사는 우리가 현대에서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열두 가지의 관계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는데, 조상, 직계가족, 친구, 공동체, 직장, 심미의 세계, 전통, 자연, 애완동물, 사상과 정보, 자기가 몸담고 있는 사회그룹, 자신과의 관계라고 했다.

그러나 이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하느님과의 관계인데 이 작품은 인간 최고의 관계성인 하느님께로 나아가기 위한 첫 계단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는 면에서 대단히 예언적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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