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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오늘 주님 말씀을 들으며 내 살을 먹고 내 살을 마시는이라는 말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것은 이 말씀이 주님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지 않는 사람이 있음을

전제하는 말씀이기 때문이지요.

 

개고기는 먹어도 주님의 몸은 먹지 않고,

진로소주는 마셔도 주님의 피는 마시지 않는 사람이 있고,

이런 사람이 주님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는 사람보다 실제 더 많으니

이 당연한 말씀을 특별히 주목할 필요가 없을 듯하지만

그럼에도 제가 이 말씀에 주목을 한 이유는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과연 주님의 몸을 먹고 피를 마시는 사람인가?

 

분명 저는 매일 주님의 몸과 피를 모시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생각이 들까?

욕심이나 갈증일까요?

 

그런 면이 없지 않습니다.

첫 영성체 후 저는 50년 가까이 주님을 모셔왔고,

사제로서 더더욱 미사와 성체 없는 삶을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사실 개신교 신자들의 믿음이 그러하듯

성체 없이도 우리는 얼마든지 주님을 모실 수 있습니다.

숲에 들어가 깊이 숨을 들이키면서 우리는 주님을 모실 수 있고,

꽃을 바라보는데 그치지 않고 코로 꽃향기를 맡으며 주님을 모실 수 있고,

아침에 일어나 창문만 열어도 들리는 새소리를 들으며 주님을 모실 수 있고,

좀 더 극성을 떨어 밤길 걸으며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주님을 모실 수 있죠.

그러니 주님의 말씀을 들으며 주님을 모시는데 부족함이 있다고 할 수 없죠.

 

그럼에도 매일 성체와 성혈을 모시지 않으면 왠지 허전합니다.

감각으로 초월을 맛보고 싶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감각으로 들리는 것만 듣고 보이는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들리는 것 너머, 보이는 것 너머의 것까지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렇기는 한데 문제는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가의 문제입니다.

빵과 포도주를 보고 어떻게 주님의 살과 피를 보며

빵과 포도주를 먹고 마시며 어떻게 주님의 살과 피를 모실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토마스 아퀴나스는 성체 찬가에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보고 맛보고 만져 봐도 알길 없삽고 오직 믿음만으로 마음 든든하오니

믿나이다. 천주성자 말씀하신 모든 것을

 

성모 마리아가 가브리엘 천사를 통한 하느님의 말씀을 들었을 때

그 말씀을 믿음으로서 말씀으로 오신 주님을 모셔 들일 수 있으셨습니다.

 

그러므로 이렇습니다.

믿음으로 들을 때 우리가 들은 하느님의 말씀은

단순한 말 또는 소리가 아니라 하느님 존재가 되고,

청각은 단순한 소리의 감각기관이 아니라 존재의 수용기관이 됩니다.

 

그러나 마리아와 달리 이 말을 듣고 믿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의 말씀은 그저 의미 없는 헛소리일 뿐이고

청각은 단순한 소리의 감각기관일 뿐입니다.

어떤 때는 그 소리마저 듣지 못하는 불감증자가 됩니다.

 

그런데 말씀으로 오신 주님께서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이제 빵과 포도주로 우리에게 오시겠다고 하십니다.

, 당신의 살과 피를 주시겠다고 하십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오늘 복음의 유다인들처럼

믿지 못하거나 믿으려 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때 우리의 미각은 초월을 맛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을 찬미하지 않는 입이 주둥이인 것처럼

이때 우리의 입은 주님을 모셔 들이는 입이 아니라

그저 고기나 소주밖에 먹지 않는 아가리가 됩니다.

 

오늘 미사의 부속가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선인악인 모시지만 운명만은 서로 달라 삶과 죽음 갈라진다.

악인죽고 선인사니 함께 먹은 사람 운명 다르고도 다르도다.”

 

프란치스코도 권고에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주님의 말씀을 통하여 제대 위에서 사제의 손으로

빵과 포도주의 형상 안에 축성되는 성사를 보면서 영과 천주성에 의해

참으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지극히 거룩하신 몸과 피라는 것을

보지도 않고 믿지도 않는 모든 사람들도 단죄 받습니다.”

 

빵과 포도주가 주님의 살과 피임을 믿음으로 알아 뵙고,

성체와 성혈의 크신 사랑을 사랑으로 맛보는 우리가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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