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의 크리스마스
사월은 슬펐다
오월은 억울하여
유월은 통곡하고
칠월엔 말라버린 눈물이 소금이 되었다.
인간의 탐욕이 저지른 참사
무능과 무책임 앞에 가려진 진실
수없이 찾았건만 돌아온 건 무량한 허망
천명의 음성을 피해 달아나는 양심 앞에
사명의 목소리는 준엄하다.
묻어두기엔 너무나 그릇이 작다
팽창하는 원전의 핵폭발처럼
더 이상 담을 수 없어
결국엔 소름끼치는 노심의 용해
사람의 힘으로는 덮을 수 없는 재앙이 되었다.
여기 저기 들리는 건 죽음의 소식
죽이는 힘 앞에 놓인 연약한 생명들
광기어린 전쟁 앞에 속수무책으로 죽어간 영혼들
인류가 자멸과 공멸의 수순을 밟아가고 있나!
이 땅에 평화와 기쁜 소식은 없는가?
불볕에 타는 초록들은 가을을 준비하는 과정인가!
침묵하기엔 가슴이 터진다.
팔월의 크리스마스
인류를 구원할 구세주의 탄생을 기도한다.
정배가 되고 형제가 되고 어머니가 되어
그분을 지금 여기에 낳아 줄 사람
통합과 육화의 도구가 되어 줄 사람을 주시기를...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이다.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이다.
어둡고 덥고 습기에 찬 여름의 한 복판에서
헌신과 관용을 통해 꽃을 피우고
흡족한 눈물과 오랜 소망을 통해 마침내 터트리는 꽃망울이 되어라
자신의 놀이가 혼자만을 위한 놀이가 아닌
누군가를 살리는 놀이가 되도록,
생명을 주는 놀이가 되도록,
그 놀이에 전념하여라.
거기에 또 다른 성탄,
팔월의 크리스마스가 생겨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