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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는 동물과 식물 축복식을 합니다.

제가 동식물 축복식을 한다고 하면 대부분 처음 듣는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예외 없이 흥미를 보이면서 그것이 무어냐고 묻기도 합니다.

 

사실 집 축복도 하고, 차 축복, 심지어 기계도 축복하면서

정작 동물이나 식물은 축복을 하지 않아 왔습니다.

그만큼 동물과 식물은 축복의 대상이 아니라

이용과 소유의 대상으로만 생각한 것이지요.

 

그러나 오늘 우리가 읽은 창세기를 보면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복을 빌어주신 것과 똑같은 복을 빌어주시고,

성 프란치스코도 하느님이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을 축복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축복한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그것은 행복을 빌어준다는 뜻이지요.

동물도 식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행복해야 한다는 겁니다.

인간은 행복해야 하지만 동식물은 불행해도 된다는 생각이 아닌 것입니다.

 

그러니 동물과 식물을 학대하거나 무관심하지 않겠다고 함은 물론이고,

그들과 우리에게 같은 생명을 주신 하느님 아버지께

한 형제와 자매로서 나아가겠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동물과 식물을 축복하는 사람은 그들을 인격적 대상으로 여기고,

그들을 형제와 자매로 받아들입니다.

 

저는 얼마 전서부터 제 방에 화분의 꽃을 키웁니다.

돌아가신 저의 어머니가 잘 키우시던 스팟필름이라는 식물인데요,

저의 어머니는 아파트에서 젊은 엄마들이 버린 스팟필름 화분을 가져다가

되살려 아름답고 튼튼하게 만드신 다음 다른 이에게 분양하곤 하셨습니다.

 

한 번은 그중에서 가장 멋지게 살려내신 스팟필름을 수도원에 주셨는데

겨울이 되니 그것이 시들시들 죽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겨울이 되면 조금 따듯한 곳에 두어야 하고

물도 적게 주고 찬물은 주지 말아야 하는데

그것을 담당하던 분이 그것을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추운 곳에 그대로 두었을 뿐 아니라 시들시들하니까

물을 덜 줘서 그런 줄 알고 찬물을 너무 많이 줘 감기가 들었던 것입니다.

 

어머니께 여쭈어 그 이유를 알게 된 저는 그 화분을 제 방에 가져다가 놓고

어머니를 생각하며 그것을 살리기 위해 온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그때 저는 그 스팟필름이 어머니라고 생각하며 물을 주고 사랑을 줬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그 꽃은 스팟필름이 아니고 심 마르티나, 저의 어머니였고

다른 꽃들도 제 방에 갖다 놓고 제가 기도해 줄 사람들의 이름을 붙이고,

그들의 이름을 부르며 물을 주고, 물을 주며 그 사람들을 위해 기도했지요.

 

창세기 2장을 보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들을

아담으로 하여금 그 이름을 일일이 붙이게 하십니다.

그것은 할아버지가 손자의 이름을 붙여주듯

동물과 식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렇게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는 동물과 식물을

나의 인격적 관계의 대상, 가족, 형제자매로 받아들임으로써

이 피조물을 통해서 하느님께로 나아가고 인간 이웃들에게로 나아갑니다.

 

프란치스코는 피조물을 통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은총을 관상하고,

피조물을 통해 하느님을 찬미하고,

피조물을 사다리 삼아 하느님께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피조물을 사랑하는 그 사랑으로 이웃을 사랑하였습니다.

개는 사랑하면서 사람에게는 무관심한 사람은 없어야 하고, 또 없겠지요.

 

우리는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모든 생명을 통해서 그리고 모든 생명과 함께 하느님께로 가고자

오늘 이 자리에 모여 특별한 축복식을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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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홈페이지 김레오나르도김찬선 2014.10.04 03:37:10
    모든 프란치스칸들에게 축하드리며, 이 축일 같이 기뻐합니다.
    오늘 이곳 대축일의 주례는 이곳 대전 교구 교구장이신 유 나자로 주교님이 주례하십니다.
    그래서 오늘 말씀 나누기는 어제 동식물 축복식 때 제가 했던 강론을 조금 손질하여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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