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가나의 혼인 잔치 (1562)
작가 :파울로 베로네세 (Paolo Veronese: 1528- 1588)
크기 : 켐버스 유채: 666cm X 990cm
소재지 : 프랑스 빠리 루브르 미술관
풍요로운 처지가 이어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안락에 눈뜨게 되면서 어떤 창조적인 것이나 고귀한 정신적인 가치의 추구 보다는 현실적 쾌락에 몰두하면서 서서이 멸망을 향해 달리게 되는 것이 인간 역사의 기본 페턴인데, 베네치아 공화국의 역사는 이런 면에서 좀 특이한 면이 있다.
갯펄 위의 도시라는 취약성을 극복하여 해상무역에 몰두하면서 엄청난 부를 축적한 베네치아는 성속(聖俗)의 양면으로 극단의 길을 치달았다.
속된 면에서는 바람둥이의 대명사인 카사노바의 이야기와 사순절을 준비하는 카니발이 더 없이 타락한 형태로 치닫는가 하면
종교적인 면에서 유럽 어느 국가 못지 않는 신앙의 모범을 보이기도 해서 근세에는 요한 23세와 요한 바오로 1세라는 두 분의 대덕 교황을 배출할 만큼 종교의 힘 역시 괄목한 처지였는데, 이 작품은 바로 베네치아의 이런 특성을 한폭의 그림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작가는 로미오와 쥴리엩으로 유명한 베네치아의 이웃 도시인 베로나 출신으로 풍요로움의 극치를 누리던 베네치아 귀족들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제작함으로서 교양 있는 사람들의 여유로움과 조화를 이루는 작품을 제작했다.
이 작품은 베네치아에 있는 산 마조레(San Maggiore) 수도원 식당을 위해 제작된 것이며 종교화이면서도 향연의 주제이기에 더 없이 화려하고 웅장한 규모의 예외적인 것이다.
이 작품은 요한복음 2장1- 12절에 나타나는 예수님이 첫 번으로 행하셨던 “가나의 혼인잔치"에 대한 내용이다.
가나의 혼인 잔치는 예수께서 당신의 천주성을 드러내신 첫 번 기적 사건인데, 이 작품은 화려함과 장려함이 너무 대단해서 종교화로서는 좀 어색한 감이 있으나 이것은 당시 경제적으로 풍요했던 처지를 반영하고 있다.
작품 배경이 가나의 시골 분위기 보다는 어떤 왕족이나 세력있는 귀족의 저택처럼 화려하게 표현되어 있다
중간 좌석을 예수님과 성모님이 차지하고 계시면서 이 작품의 종교성을 지키고 있다.
비록 혼인 잔치이고 성모자는 초대 손님 자격이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신랑 신부가 아님을 강조함으로서 화려한 분위기에서 희석되기 쉬운 종교적 분위기를 키우고 있다.
성모자의 모습은 너무도 단순하여 주위의 화려함과 대조를 이루고 있으며 물을 술로 변화시킴으로서 세상에 구세주로서의 자신을 드러내신 경건성을 일깨우고 있다.
이 작품에는 130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하나같이 화려한 복장들이며 여기에서 당시 사치의 극치를 달리던 베네치아의 페션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혼인 잔치이면서도 주빈석을 성모자에게 양보하고 신랑 신부를 옆자리에 배치함으로서 작품의 종교적 성격을 다시 강조하고 있다.
신랑에게 권하기 위해 들고온 포도주를 흑인 노예가 권하고 있다.
이 술은 주님께서 물을 변화시켜 만든 술이라 그 맛이 더 없이 향기롭고 좋을 것이다.
이 술은 혼인한 이 신랑의 격상된 행복을 상징하고 있다.
그전까지 신랑 신부의 삶은 물이었다면 하느님앞에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함으로서 시작된 이들 부부의 삶은 좋은 포도주처럼 맛갈진 것임의 상징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 하느님의 아들이 된 크리스챤의 행복, 신앙의 기쁨은 바로 축제의 기쁨처럼 다른 것과 비길 수 없는 것임을 전하고 있다.
또한 신랑 신부의 화려한 복장 역시 혼인 성사의 축복을 표현하고 있다.
화려하고 풍성하게 차려진 잔치상은 혼인의 기쁨과 함께 천상 잔치의 풍요로움을 암시하고 있다
성모자의 바로 아래 자리에 4명의 악사들의 좌정해서 경쾌한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베네치아 음악 역시 실내악이 대종을 이루면서 경쾌하고 우아함을 특징으로 하고 있으며 등장하는 악사들은 화려한 연회에 걸맞게 복장 역시 더 없이 화려하다.
그런데 작가는 대담하게도 이 4명의 악사들을 당시 유럽 전체를 통털어 대단한 명성을 누렸던 베네치아의 대표적 화가들을 모델로 했다
왼편 흰옷을 입고 무릎위에 비올라를 들고 있는 것은 화가 자신이고 그 옆은 야고보 바사노 (Jacopo Basano) 틴토레토(Tintoretto: 성화해설 63번 ) 그리고 티치아노(Tiziano: 성화해설 20번 )를 등장시킴으로서 베네치아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자신들의 위상을 은근히 과시하고 있다.
또한 당시 사람들에게 너무도 알려진 인물들을 등장시킴으로서 예수님의 기적을 자기들의 삶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도 하게 되었다.
그들 중앙 의자 위에는 검은 색깔의 물시계가 있는데 이것은 성서의 다음 내용을 상기시키고 있다.
성모님이 술이 떨어져 당황해 하는 혼주를 위해 당신 아들 예수님에게 기적을 요청하셨을 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요한 12: 4)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일깨우고 있다.
성모님의 요청으로 예수님이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킨 것을 과방지기들이 손님들에게 보내기 위해 작은 항아리로 옮겨 붓고 있다.
물이 포도주로 변한 것은 구약의 율법이 신약의 사랑으로 변한 것의 상징임과 동시 예수님의 최후만찬을 연상시키기에 축제의 성격 속에서도 이 기적의 진정한 의미를 강조하는 경건함이 돋보이고 있다.
등장 인물들의 복장이 더 없이 화려한 것은 비록 혼인 잔치이긴 해도 범상한 것이 아닌 이 연회의 천상적 성격을 더 드러내고 있다.
연극 무대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건물들이 축제의 분위기를 더하고 있는데, 예수님의 윗부분에 두 사람의 요리사들이 잔치 음식에 쓰기 위한 고기를 자르고 있는데, 이것은 예수님이 인간 구원을 위해 당하셔야 할 예수님의 수난을 미리 예견하여 상징하는 것이다.
성서에서 혼인은 남녀 사랑의 인간적 결합만이 아니라 하늘나라에서 이루어질 하느님과 인간의 만남이란 영성적 차원을 드러내고 있다.
구약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 정녕 총각이 처녀와 혼인하듯 너를 지으신 분께서 너와 혼인하듯 ,
신랑이 신부로 말미암아 기뻐하듯 너의 하느님께서 너로 말미암아 기뻐하시리라 "(이사야 62: 5-6)
위의 내용처럼 이작품은 더 없이 호화로운 지상 혼인의 흥겨움속에서도 미래 하늘나라에서 이루어질 하느님과 우리 사이의 천상 잔치를 암시하고 있다.
화려하고 대담한 표현을 즐겨 했던 작가의 기호는 당시 더 없이 안정을 누리던 베네치아 유력 인사들에게 큰 호평을 받으면서 많은 작품을 남길 수 있었다.
이 작품은 그가 남긴 많은 종교화 가운데서도 당시 베네치아가 지녔던 두 개의 성격, 즉 성속의 조화를 통해 신앙의 내용을 표현했다는 면에서 탁월함을 인정받는 작품이다.
삶을 살아야 합니다
꼭 그렇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