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 깨어있는 종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시중을 들 것이다.”
오늘 복음이 어제 아침 성무일도 찬미가의 감동을 다시 불러 일으켰습니다.
“눈부신 빛살들로 끝이 없으신 참 태양 주님이여 어서 오소서
우리의 마음속이 밝아지도록 성령의 밝은 빛을 쏟아주소서
주님이 우리양식 되어주시고 믿음이 우리음료 되게 하시며
성령을 우리 맘에 부어주시어 성령에 우리취해 기뻐하리라”
주님께서 성령을 우리에게 부어주시면 우리는 성령에 취하게 될 것입니다.
단 우리가 그 성령을 취할 경우에만.
우리가 성령을 취하지 않으면, 다시 말해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리가 성령에는 취하지 못하고
잠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약에 취하게 될 겁니다.
<취하다>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습니다.
“(술이나 약 등의) 기운에 의해 정신이 몽롱해지고 움직일 수 없음”
그런데 다른 뜻도 있습니다.
“(어떤 대상에) 마음이 쏠리고 열중하여 넋을 빼앗김”
또 다른 뜻도 있습니다.
“(여자를) 맞아들임 또는 받아들임”
그러니까 우리는 무엇을 받아들이고 맞아들이느냐에 따라
정신이 몽롱해지고 움직일 수 없는 나쁜 상태에 빠질 수도 있고
마음이 한 곳에 쏠려 열중하는 좋은 상태에 도달할 수도 있습니다.
술이나 잠이나 약을 취하면 그것에 취해
정신(Spirit)은 물론 우리의 모든 기능이 마비될 것이고,
가을의 향기나 성령과 같이 좋은 것을 취하면 그것에 취해
다른 안 좋은 것은 잊어버리고 오직 그것에 열중하게 될 것입니다.
성 프란치스코는 주의 기도 풀이에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를 풀이하며
“우리의 모든 지향을 당신께 두고, 모든 것에서 당신의 영예를 찾음으로써
‘정신을 다하여’ 당신을 사랑하게 하시고,
우리의 모든 기력과 영혼과 육신의 감각을
당신 사랑의 봉사를 위해서만 바치고 다른 데에 허비하지 않음으로써
‘우리의 모든 힘을 다하여’ 당신을 사랑하게 하소서.”라고 기도합니다.
여기서 저는 ‘영육의 감각을 다른 데 허비하지 않음’과
‘우리의 모든 지향을 주님께 둠’이 바로 오늘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그 깨어있는 종의 올바른 자세와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주님의 충실한 종이라면 모든 지향을 주님께 두는 것과
영혼의 감각을 허비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심지어 육신의 감각까지 다른 데에 허비치 않고 주님께 깨어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 깨어있음은 주인을 위한 것이기보다는
바로 종 자신을 위해서라고 이어지는 말씀은 얘기해줍니다.
깨어 맞이한 주인님이 종을 위해 상을 차려주고 시중까지 드시니 말입니다.
이는 하인을 막 부려먹는 주인과 종의 관계라기보다
차라리 인자한 엄마와 자녀의 관계입니다.
자녀는 시장에 가신 엄마를 늦게까지 기다립니다.
시간이 늦어지자 자녀는 더 집중하여 기다립니다.
울타리를 타고 오는 엄마의 발소리까지 들립니다.
늦게 오신 어머니는 서둘러 밥상을 차리시고
시장에서 사온 맛난 것들을 상에 올리십니다.
잠 안 자고 깨어 기다린 보람이 아이에게 있습니다.
사랑으로 깨어있는 행복한 밤입니다.
그 삶은 얼마나 기쁘고, 행복할까요?! 감사합니다. 늘 좋은 묵상 글을 나누어주셔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