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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나누기
김명겸요한 2014.10.26 04:49

연중 제30주일

조회 수 886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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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복음 말씀은 너무나 유명한 사랑의 계명입니다. 가장 큰 계명이 무엇이냐는 율법 교사의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큰 계명이며, 둘째는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 형제자매님들은 하느님을 사랑하시는지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하기 쉽지 않다는 말을 사람들은 많이 합니다. 그렇다면 이웃을 사랑하시는지요?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다르지 않다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이웃 사랑도 쉽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고 알고는 있지만, 실제 삶에 있어서는 이웃의 잘못이나 이웃의 허물이 눈에 먼저 들어오고, 그것으로 인해 사랑보다는 미움이 우리 마음에 더 쉽게 자리 잡게 됨을 자주 봅니다.

  그렇다면 형제자매님들은 자신은 사랑하시는지요?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둘째 계명은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이웃을 얼마나 사랑하는가의 기준은 나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가 입니다. 즉 내가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하지 않으면서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은 어쩌면 보여주기 위한 사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셨을 때는, 사람들 각자가 자신을 잘 사랑하기 때문에, 도가 지나쳐서 이기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자신만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만큼의 사랑을 이웃에게 쏟는다면, 모두가 서로를 사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의 모습에서, 우리 각자가 우리 자신을 잘 사랑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즉시 그렇다고 답을 주지 못하는 것을 자주 발견합니다. 만약 나 자신을 잘 사랑하고 있다고 장담하신다면, 자신을 어떻게 사랑하고 계시는지 묻고 싶습니다.

 

 우리 어머니들은 이웃 사랑을 보통 가족 사랑으로 실천하고 계십니다. 가족을 위해서 자신의 시간, 자신의 노력, 심지어는 자신의 몸까지도 희생하십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가서는 육체적 힘이 빠지고, 가족을 사랑할 힘도 빠집니다. 그러면 그때부터는 커다란 아쉬움, 커다란 실망이 찾아옵니다. 내가 가족들을 위해서 얼마나 희생을 했는데,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고작 이것뿐인가? 예수님의 말씀을 따른다고 이웃은 사랑했지만, 정작 나 자신은 사랑하지 못했습니다.

  수도원에 들어오면서 많은 형제들이 이웃을 위해서 살아가겠다고 이야기 합니다. 더 많은 사랑을 하기 위해서 이 길을 선택했다고 이야기 합니다. 저 역시 처음에 수도원에 들어올 때는 그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수도원에서 살면서 느낀 것은, 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다른 형제들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수도자로서 열심히 살겠다고 어려운 일을 자청해서 하지만, 저 자신에 대한 사랑이 함께 하지 않을 때, 그 힘듦을 통해서 때로는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하고, 그렇게 되면 그 화를 다른 형제들에게 드러내게 됩니다. 나는 다른 형제들을 사랑하기 위해서 그 힘든 일을 자청해서 한 것인데, 결과는 다른 형제들에게 화를 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인가요?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 더 이상 희생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요?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 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인가요? 피곤한 몸을 위해 잠을 많이 자고, 즐기기 위해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인가요? 화려한 옷을 걸치고, 근사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는 것인가요? 물론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더 좋은 방법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 방법은 자신의 약점을 사랑하는 방법입니다. 사람들은 약점을 극복의 대상이라고 생각하고, 노력을 통해서 없애려하지만, 없애기 쉽지 않고, 아니 어떤 부분은 노력으로 절대 없어지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없애려 노력하기보다, 그 약점을 사랑하면서 친해지는 것이 더 쉽고 빠를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우리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어떤 것을 잘 하던 못 하던, 키가 크던 작던, 얼굴이 잘 생겼던 못 생겼던, 그러한 조건은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데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하느님의 피조물이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받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인간"이라는 단어 속에 인간의 "약함"도 포함이 된다면, 우리의 약함 때문에도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사랑 받고 있음을 느낄 때, 우리는 우리의 약점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이웃을 그들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을 통해서 우리는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느님의 사랑을 알아채는 것입니다. 자신의 약함을 거부하거나 미워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나의 약함 안에서 움직이시는 하느님을 찾으십시오. 육체적 약함 속에서도 오늘 하루를 살아가고, 정신적 약함 속에서도 기쁨을 느끼고, 좋음을 느끼는 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십시오. 그 안에 하느님께서 함께 하시고, 그 안에 하느님의 사랑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계시고, 그렇게 우리를 사랑하고 계시고, 그 사랑으로 우리는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고, 이웃을 사랑할 수 있고, 하느님께 그 사랑을 다시 돌려 드릴 수 있습니다.

  사랑이 우리 안에 머물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는 죽음의 순간에 육체 형제에게 용서를 청합니다. 자신의 육체 형제를 사랑하지 못했음에 대해 용서를 청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형제자매님들, 하느님께 받는 그 사랑만큼, 나 자신도 사랑할 수 있는 하루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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