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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가 온 누리에

오늘 <성목요일 만찬 미사>는 입장 본당으로 갔다.
몇 달전 읍내로 이사온 모세 형제네와 함께...

이 아이들을 볼 때마다 참으로 특이하다는 생각-
모세는 초등 3년, 여호수아는 유치원생.
오늘 미사 중 두 애들은 피곤했던지 골아 떨어졌는데,
둘째 아이, 여호수아의 장괘한 채 기도 자세를 보면서
그 천진한 모습에 천사가 따로 없었다.

처음 애들과 만난 몇달 전 일-
정오 무렵 엄마와 함께 산으로 올라 왔고,
마침 미사와 낮기도에 자연스레 초대되었는데,
어른들도 처음이면 따라하기 힘든 성무일도를
또랑또랑한 음성으로, 성가 역시 힘차게 잘 따라 불러
보통 아이들 수준을 넘었다.

한 번은 공차기를 하다가 공이 수풀 속으로 굴러 들어갔다.
때마침 외출에서 돌아 온 내가- "모세야, 잘 지냈니?"하고 물으니
덤불 속에서 공을 줍다 말고 90도 각도로 구푸리며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는 거였다.
그뿐이랴, 뉘 시키지도 않았건만
드나갈 때마다 경당으로 들어가 역시 90도 각도로 예수님께 조배를
올리는 모습이 그 또래 아이들 치고는 남달랐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마침 한 형제가 점심을 하고는 설겆이를 하지 않고
그냥 올라가 버렸다.
두 형제가 뛰어 놀다 목이 말랐던지
주방으로 내려갔다가, 어지러이 널려있는 그릇이 눈에 띄어
설겆이를 깨끗이 해 놓아 흔적없이 정리해 놓은게 아닌가.
시켜도 잘 하지않는 요즘의 버르장머리 없는 애들과는 근본이 달랐다.
참, 어린 아이들의 의견치고는 놀랄 정도의 수준이었고,
"형제, 꼬마들에게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구먼!"라고
그 형제에게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

성거읍으로 이사 온 이유도,
건강이 좋지 않은 아이들이 공기 좋은 곳에서 뛰어 놀기를 바라는
"맹모삼천지교"같은 젊은 부모의 깊은 사려에서였단다.
난 그 애들을 대하면서,
신사임당의 글에 등장하는 아이들처럼
옛 유교 전통 가문에서 교육을 잘 받은...그런 느낌을 받는다.

암튼 커가면서
더욱 사랑받는 예수님의 자녀로 밝고 건강하게 자라주길 기도한다.
범사스럽지 않은 이 아이들과의 만남에 감사드리면서...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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