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를 불러 모아
모든 마귀를 쫓아내고 질병을 고치는 힘과 권한을 주셨다.
그리고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병자들을 고쳐 주라고 보내시며,
그들에게 이르셨다. ‘길을 떠날 때에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라.’”
오늘 주님께서 복음 선포를 위해 제자들을 파견하시며
마귀와 질병에 대한 힘과 권한은 주시는데
그러나 다른 것은 아무 것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러니까 지녀야 할 것은 주님께서 주시는 힘과 권한이고,
그 외 다른 것은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말라시는 겁니다.
부연 설명을 하면 인간의 일을 하는 데는 다른 것이 필요한지 모르나
하느님의 일에는 주님께서 주시는 힘과 권한만 있으면 된다는 겁니다.
우리에게는 진정 이런 믿음이 필요합니다.
이런 믿음이 있어야지만 아무 것도 가지지 않고
하느님의 일을 착수할 수 있고 완수까지 할 수 있습니다.
뒤집어 얘기하면 이런 믿음이 없을 때
우리는 하느님의 일을 할 생각도 없고
하려고 해도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며
엄두를 낸다 해도 완수치 못할 겁니다.
제가 평양에 종합 복지관을 세우기로 하고
이를 위한 자선 음악회를 계획하였을 때입니다.
하필이면 그때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여 분위가 좋지 않았고,
그래서 음악회 표가 잘 나가지 않았습니다.
이 지경이 되니 저는 온 신경이 표 파는데 쏠려 있었고,
그래서 사람을 만나면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표를 사줄 사람일까 아닐까 이렇게만 보이는 거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혼자 경당에서 묵상을 하는데 이런 제가 보이면서
소스라치게 놀라 이러다가 제가 망치게 되겠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날로 이 일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이라면
아무리 상황이 안 좋고 어려워도 하느님께서 이루어주실 거고,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내가 애를 써도 안 될 거라고 마음을 비웠습니다.
그랬더니 그날 오후 어떤 자매님이 자신의 결혼패물을 익명으로 보내셨고,
마음을 비운 저에게 하느님께서 확신을 주시는 표라는 믿음으로
담담하게 음악회를 추진할 결과 9천만 원이라는 수익금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 후 4년 여 북한과 어렵게 밀고 당기기를 하다가 마침내
저희가 평양에 상주하며 종합복지관을 운영하기로 최종 타결이 되었지요.
그때 너무 기쁜 나머지 즉시 경당으로 가 하느님께 감사기도를 드리는데
기도를 드리다가 다시 저는 깨닫게 되었습니다.
종합복지관을 짓게 된 것을 가지고 왜 내가 주님께 감사를 드리는가?
종합복지관이 내 것이 아니고 하느님의 것이라면
내가 주님께 감사드릴 게 아니라 주님께서 내게 감사해야 할 것이 아닌가?
당신의 일을 내가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하였으니 말입니다.
생각해봅니다.
제일 나쁜 것은 나의 일을 나의 힘으로 이루려는 것입니다.
조금 나은 것은 하느님의 일을 나의 힘으로 하려는 것이고,
제일 좋은 것은 하느님의 일을 하느님의 힘으로 하는 거지요.
나는 요즘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하느님의 일을 하느님의 힘으로 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