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제가 천사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할 때 자주 하는 생각이
천사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실 때부터 천사로 창조하셨을까,
아니면 우리 인간이 천사가 될 수도 있는 것일까? 입니다.
왜, 천사 같은 사람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교리적으로 얘기하면 천사와 관련해서는 존재한다는 것만 믿을 교리일 뿐,
다른 많은 주장들은 그야말로 주장들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천사는 일반적으로 하늘의 사신이라는 말 그대로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서 전달자의 역할을 하는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먼저 이런 생각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이런 역할자인 천사라는 존재를 애초부터 따로 창조하셨다고.
그런데 이때 따라 나오는 질문이 있지요.
그렇다면 악령이나 더러운 영들도 하느님께서 애초에 따로 창조하셨는지?
우리는 하느님의 크신 뜻을 다 알 수 없다는 겸손의 차원에서
물론 이런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하느님께서는 욥기에서 볼 수 있는 거처럼
악역을 담당할 존재를 만드실 수도 있고,
토비트기의 라파엘처럼 선역을 담당할 존재도 만드실 수도 있는데
이때의 악령이나 더러운 영은 영원한 하느님의 적대자가 아니라
그야말로 하느님의 다른 하수인으로 악역을 수행하는 존재입니다.
제가 옛날 청원장으로 처음 갈 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악역을 담당하러 왔습니다.
그러나 저는 담담하게 이 악역을 담당하겠습니다.”
제가 정말 악해서가 아니라 사랑의 악역을 담당하겠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로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뜻대로
이러저러한 피조물들과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을 만드셨는데
자유의지를 가지고 인간은 타락하여 악마와 같은 존재가 되기도 하고
자유의지를 가지고 하느님 뜻을 수행하는 천사가 되기도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어떤 존재도 애초부터 악령으로 창조되어 끝까지 악령이고
애초부터 천사로 창조되어 끝까지 천사인 존재가 없고,
점점 더 천사가 될 수도 있고 점점 더 악마가 될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도 죽고 난 뒤 영적으로 다시 태어나 천사가 될 수도 있고,
이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에도 선한 의지로 천사의 역할을 한다면
천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저는 믿고 싶습니다.
이런 상상도 할 수 있지요.
살아갈수록 천사의 얼굴로 바뀌어가는 사람과
살아갈수록 악마의 얼굴로 바뀌어가는 사람을.
그리고 천사 같은 늙은이와 악마 같은 늙은이도.
오늘 저는 정말 겸손하게 “이것이다!”라고 주장하지 않겠습니다.
천사와 악마에 대해서는 정말 아직 모르겠습니다.
다만 늙어갈수록 천사처럼 하느님과 사람 사이를 오가며
사람에게는 하느님의 사랑과 하느님의 뜻을 전하고,
하느님께는 사람들의 애달픔을 전하는 자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