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을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오늘은 전교주일,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해 미사를 봉헌하는 날로서
선교지와 선교지에서 일하는 선교사를 위해 기도하는 날이며,
우리의 선교 사명에 대해서도 묵상하는 날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지금 여러 가지 책임을 맡고 있는데
저희 수도회의 선교-복음화 국장으로서 해외선교도 겸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곳에서 선교사를 파견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요청들을 앞에 놓고 갈등을 하고 고민을 하게 됩니다.
보낼 수 있는 선교사는 많지 않은데
와 달라는 곳과 가야할 곳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둘 중의 한 곳을 선택하는 것만의 문제라면
당연히 가야할 곳을 선택해야 하고, 그러면 되는 것이지요.
문제는 오라는 곳은 가면 환영을 받고 그래서 선교의 보람도 있지만
가야할 곳은 오라지도 않는데 가려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선교의 보람이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위험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인간적으로는 선교의 보람이 눈에 보이는 곳에
저희 형제들을 보내는 것이 형제들에게도 덜 미안아고
대내외적으로 선교를 잘하고 있는 것처럼 성과를 보여줄 수 있기에
그런 곳으로 보내고 싶은 마음이 아니 들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런 마음은 유혹이라고 생각하고 애써 물리칩니다.
오라는 곳이 가지 말아야 할 곳이기에 유혹인 것은 결코 아니지요.
그곳도 가야 할 곳이지만 문제는 성과를 내고 싶은 것이 유혹이고,
그것 때문에 가야 할 곳은 보내지 않고픈 마음이 유혹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야 할 곳이란 어디이고,
오라지도 않을 뿐 아니라 위험하기도 한 곳은 어디입니까?
이렇게 열려있는 인터넷 공간에서 얘기해도 되는지만
그곳은 바로 북한이고, 중국이고, 러시아이지요.
이런 곳에 가는 것은 참으로 욕심 때문이 아닙니다.
욕심 때문이 아니라 사명 때문이고,
사명 때문이 아니라 사랑 때문이며,
복음이 없는 곳이 복음이 있어야 할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교세확장적인 의미에서의 전교가 아니라
모든 민족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주님의 가르침인 복음,
바로 이 복음을 전하는 것으로서의 전교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복음을 전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명 때문에 억지로 가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되고,
사랑 때문에 그리고 행복 때문에 가는 것이어야 하겠지요.
복음 때문에 행복한 사람만이 사실은 해외선교든 국내선교든 할 수 있고,
또 그런 사람이 선교를 해야 합니다.
복음 때문에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복음이 우러나오지 않을 뿐 아니라
환영받지 못하고, 보람도 없고, 위험하기도 한 곳에서 불행해질 것이고
그래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돌아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전교주일, 우리는 우리가 이런 선교사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아울러 선교지를 위한 우리의 물적인 지원과 함께
선교사들이 복음의 행복 안에서 꿋꿋이 선교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