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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개하여라.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

 

우리교회의 전례는 예수님의 공현을 기리지만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공적인 드러남을 앞세우셨을까요?

절대로 그럴 리가 없지요.

주님께서 드러내시고자 하신 것은 당신이 아니라 아버지 하느님이고

당신과 함께 아버지 하느님 나라가 오셨음을 드러내시고자 하셨지요.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볼 수 있듯이

공생활을 시작하며 당신과 함께 하느님 나라가 오셨음을 선언하고,

이후의 활동도 하느님 나라를 사람들에게 드러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느님 나라가 우리에게 와 있고 드러났는데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을 믿는다는 우리는 어떻습니까?

와 있음을 믿고, 드러난 하느님 나라를 보고, 그 안에서 삽니까?

그렇게 살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어제는 성무일도 저녁기도를 하는 중에 다음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성령으로 우리를 깨끗이 씻어서 다시 나게 하시고(디모 3,5)

참 신기한 것이 이때까지 수없이 들었어도 지나쳐갔던 구절들이

어느 날 새삼스럽게 마음에 와 닿는 체험을 하게 되는 것이 성서묵상인데

어제 이 말씀도 바로 그런 것이었습니다.

 

성령으로 우리를 씻어서 다시 나게 하는 것,

이것을 다른 말로 바꾸면 <성령의 빨래>가 되겠지요?

세례자 요한은 자신의 세례와 예수님의 세례를 비교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주었지만,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으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마르1,8)

그러니까 요한의 빨래가 물빨래라면 주님의 빨래는 성령의 빨래라는 거지요.

 

이것을 다시 오늘 요한서간의 말씀에 적용을 하면 다음과 같이 되는 겁니다.

<그리스도의 적의 영>으로 찌든 때를 우리는 성령으로 빨래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적의 영을 지닌 사람은 이 세상에 속한 자들이고, 그런 까닭에

그들은 세상에 속한 것을 말하고 세상은 그들의 말을 듣습니다.”

오늘 요한의 편지는 말하는데 이제 세상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에 속한 사람이 되려면 성령으로 회개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오신 예수가 그리스도임을 성령으로 믿고,

예수님과 함께 하느님 나라가 이 세상에 와 있음도 믿으며,

하느님 나라의 시민답게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계명이란 하느님 안에 머물면서 서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회개했다면 우리는 하느님 나라의 시민답게

서로 사랑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이번 주간 우리는

이 하느님 나라의 사랑을 줄곧 듣게 될 것입니다.

 

새해 첫 주간을 지내는 우리 한 주간 내내

하느님 나라의 사랑에 젖어 살아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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