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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자들은 어둔 밤에 예수님 없이 갈릴래아 호수를 건넙니다.

게다가 거친 바람과 큰 풍랑으로 고생을 합니다.

그런 제자들에게 예수님이 물위를 걸어오시는데 제자들은 두려워합니다.

 

그런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묻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다가오시는 것을 보고 제자들은

반가워하기는커녕 두려워하는데 왜 두려워하는 걸까요?

다른 복음을 보면 유령인 줄 알고 두려워했다고 하는데

예수님을 보고 제자들은 어찌 유령이라 생각했을까요?

 

아마 낮에 예수님을 보고,

그리고 잔잔한 물 위를 예수님께서 걸어오시는 것을 봤으면

빵의 엄청난 기적을 일으키신 예수님께서 또 다른 기적을 일으키신다고,

놀라워하기는 하겠지만 서커스 묘기를 감탄하며 보듯이 봤을 것입니다.

 

그런데 밤에 예수님을 보고,

풍랑 때문에 죽을 뻔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 제자들이 호수를 건너는 것은 우리의 인생길에 대한 비유지요.

우리 인생길은 호수 이편에서 저편으로 건너가는 것에 비길 수 있는데

우리 인생길에도 이러저러한 풍랑이 없을 수 없고,

일생 적어도 한 번은 배가 완전히 뒤집어질 정도의 풍랑을 만나게 되지요.

 

이럴 때 하느님은 우리의 구원자로 다가오시지만

우리는 그분을 유령으로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이 일을 해도 실패하고, 저 일을 해도 실패를 하면

이제 어떤 일을 하기가 두려울 것이고,

이 사람에게 치이고, 저 사람에게 치이는 사람은

자기를 도와줄 사람을 만나도 두려워하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까 예수님이 나타나서 두려운 것이 아니라

이미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기에 예수님도 두려운 것입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 이것이 두려움의 현상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보듯이 예수님께서 처음부터 함께 계셨으면

아무리 밤이고, 아무리 큰 풍랑을 만났어도

두려워하지 않았을 것이고 유령을 만났다고 생각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도 어떤 때 예수님 없이 우리끼리 길을 떠나곤 합니다.

그리고 제자들처럼 온갖 시련과 실패를 예수님 없이 당합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손을 내밀지만 도와주는 사람은 없고

모두 나를 거꾸러트리려고 하는 사람뿐입니다.

 

그래서 모두가 두렵고,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한 번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되면

무엇을 만나도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 두려움 현상인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볼 수 있듯이

이 두려움이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을 만나게 하는 것입니다.

왜냐면 두려움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그때 우리 인간은 구원자를 최고로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고,

두려움이신 하느님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구원자이시며 두려움이십니다.

하느님이 우리의 두려움이 아니시면

우리는 하느님을 구원자로 만나는데 실패할 것입니다.

 

지혜서는 내내 지혜의 시초는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거라고 하지요.

하느님을 옳게 두려워하는 것이 하느님을 옳게 만나는 길입니다.

이것을 묵상하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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