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51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와 자비


  지난 주 금요일엔 서울 둘레길의 한 코스인 의정부 사패산 자락,

안골 입구에서부터 출발하여 산 넘어 송추계곡 초입까지로 둘레길이라기보다는 급경사 계단이 많은

2시간 반이나 걸린 완전 등산 코스였다.


  그런데 그곳 등산에서 역방향으로 내려오시면서 길을 물으시는 어느 할아버지!

알고보니 가시고자 하는 방향이 나와 똑같은 길...그렇게 만나 제대로의 길을 가르쳐드리면서 한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걷게 되었다.

  지축지축 몹씨 느리게 걸으시어 힘들어 보이셨고, 일별에도 그리 건강하신 분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외모 만으로는 자칫 잘못 판단하기가 쉽다는 걸, 그 때 다시 깨달았음에랴.


  몇 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가, 강남지역에서 한평생 일만 열정적으로 하면서 달려오던 인생길에, 갑짜기 걸음걸이에 적신호가

오셨단다.  그래서 왜 그렇게 살아왔는가 회한이 드셨고, 지극히 정상적이지 못해 쩔룩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그때부터 가까운 산부터 꾸준히 산행을 해 오셨다.

  그렇게 산과 자연을 습관적으로 벗삼게 되었고 불편하시던 다리가 차츰 나아졌고, 비록 지금도 완전치는 않아 거북이 걸음이지만 지금처럼이라도 걸을 수 있다는 게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으시단다.


         "근런데 할아버지 지금 연세가 몇이셔요?"

         "83세라오."

         "예?  그렇게 많으시다고요?  뵙기엔 훨 아래로 보이시는 데...그 연세에 만에 하나 잘못해 넘어지시면

       큰일 나실텐 데요.  더군다나 여기같이 급경사와 계단이 많은 곳은 대단히 위험하시잖아요!"

         "그런 걱정이 지례 앞섰다면 그동안 꼼짝도 못하고 방구석에만 있었을 겁니다."

 

  너무 느리신 할아버지와 계속 보조를 맞추기 어려워, "할아버지, 저 먼저 갈께요. 천천히 오셔요."하며 인사를 드리고는

희색이 만연, 편안해 보이시는 할아버지와 헤어졌다.  아마도 할아버지 걸음으로는 4시간은 족히 걸리리라.  그러나 시간에 개의치 않으시고 한발한발 내디디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참으로 흐뭇하였다.

  그렇듯 잠깐 대화와 걸으면서, 똑같은 상황에서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삶의 올바른 방식을 한 수 배웠다고나 할까.

토끼와 거북이의 우화가 생각나 마치 내가 토끼라도 된 듯하여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요 할아버지, 대부분의 노인들이 일찍부터 생에 대한 발랄함을 쉽게 접는 바람에 종로 3-4가나 탑골 공원같은 곳에서 다 살은 노인들처럼 시간을 죽이며 지내기가 일수인 반면, 한 생을 다하시는 그날까지 그렇듯 올곧은 마음의 자세와 오기라면, 그런 삶의 방식이 건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    *    *          *    *    *  

 

  또 한 편, 아마도 20년쯤 전, 제주도 한라산을 함께 등반한 제주도 할아버지가 추억의 수면 위로 그림처럼 떠오른다.


  글라라 수녀원에 몇일간 강의를 해드리면서 마지막 날 평소에 벼르고 벼르던 한라산 정상을 감행한 것이다.  그때 만났던 할아버지 역시  당시 연세가 84세로 자주 한라산을 찾으신단다.  덩치가 나보다는 조금 크신 자그마하신 체구셨지만, 한라산 정상 가까이 거뜬히 완주하시는 걸음 걸이가 젊은 나보다 훨씬 가쁜해 보이셨다.  그렇게 주거니받거니 그 할아버지와 심심찮은 동행 등산길이 즐거웠다.  점심 시간이 되어 나는 수녀원에서 준비해간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좀 나눠드렸고, 토박이 제주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싸주셨다는 고기 반찬이 아닌 지극히 소박한 나물무침 반찬 뿐이었다.  나처럼 육식은 별로시란다.                 

  어쨌던 그날 동행이 되어주신 그 할아버지의 일거수일투족이 매우 존경스러우셨음에랴!  젊은이들도 힘든 한라산 정상에로의 등반이 그렇듯 많은 연세에 비해 매우 가벼우셨으니까...  그 할아버지를 떠올리면, "曲肱而枕之(곡굉이침지)라도 樂亦在其中矣(낙역재기중의)니 不亦說乎(불역열호)아!: 나물 먹고 물 마시며 자연 속에 팔배개삼아 누우니, 이 아니 기쁠손가!"라는 명언이 더올려지면서, 가난하지만 곧곧한 옛 선비들의 안빈낙도(安貧樂道)의 기상이 사뭇 존경스러워지는 거다.    

  

  나 역시 멀지않은 훗날에 나이가 많아져도 두 할아버지의 젊은이 못지않은 기상을 결코 잃지 않으리라 다짐해 본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1. No Image

    등산길에 만난 젊은 할아버지

    T 평화와 자비   지난 주 금요일엔 서울 둘레길의 한 코스인 의정부 사패산 자락, 안골 입구에서부터 출발하여 산 넘어 송추계곡 초입까지로 둘레길이라기보다는 급경사 계단이 많은 2시간 반이나 걸린 완전 등산 코스였다.   그런데 그곳 등산에서 역...
    Date2016.05.30 By김맛세오 Reply0 Views1518
    Read More
  2. No Image

    작은 기쁨들

    T 평화와 자비   요즘의 내 일상사는 어떤고?     얼마 전, 연피정으로 한 주간 섬진강변을 걸었었고, 제주도로 3일간 성지순례를 다녀온 일이며 해미성지로 순례를 갔다 온 일...등과 함께 소소한 집안 일로 때로는 바쁘게 혹은 정원을 가꾸는 일로 여념...
    Date2016.05.24 By김맛세오 Reply0 Views1523
    Read More
  3. No Image

    강 따라 걸으면서...(2)

    T 평화와 자비 비가 오는 창 밖을 물끄럼히 내다보노라니 떨어지는 낙숫물처럼 상큼하게 떠오르는 가까운 추억들...  며칠 전 저희 5명의 형제들이 걸었던 섬진강변 벗꽃길들이 화사하게 피어오릅니다. 화무십일홍(花舞十日紅)이라지만, 제 가슴에 핀 그...
    Date2016.05.03 By김맛세오 Reply0 Views1479
    Read More
  4. No Image

    섬진강과 함께 한 도보피정...(1)

    T 평화와 자비   첫 날은 5명의 형제들이 섬진강 발원지라는 마이산 근처, '대미샘'이란 곳에 도착하였다.   깊은 산 속 숲 아래   맑고 달디 단 샘물이 있어, 이름하여 '대미샘'이란다.   감사와 겸허의 맘으로 깊숙히 들이킨 몇 모금의 생명수!   ...
    Date2016.04.25 By김맛세오 Reply0 Views1510
    Read More
  5. No Image

    당당한 시니어 인생

    T 평화와 자비   "형제님, 상암 올림픽 경기장으로 썰매타러 안가실래요?"   "어허, 맛세오 형제, 아직도 애들이네...난, 그런 곳에 안가!"   작년 겨울에 있었던, 어느 선배 형제님과의 전화 통화 내용이다.  아마도 그리 대답하신 것은, 나이가 몇인...
    Date2016.03.22 By김맛세오 Reply0 Views1546
    Read More
  6. No Image

    까치 이야기

    T 평화와 자비   '까치'하면 농가 과수에 많은 피해를 주어, 그 이미지가 좋지 않습니다만, 오래 전 저희 정원에 더럽기 짝이없는 길고양이들을 다른 곳으로 몰아 낸 정원의 잊을 수 없는 소사(小史)가 있어, 제 개인적으로는 고마움과 함께 매우 친숙한 ...
    Date2016.03.14 By김맛세오 Reply0 Views1607
    Read More
  7. No Image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

    T 평화와 자비   사순시기도 어느덧 중반을 지나고 있습니다.   2월의 끝자락인 어제, 함박눈이 내려 소복히 쌓였지요.  아쉽게도 금방 녹아버렸지만...!   그런 눈이 내릴 때면, 으례히 어린시절 어느 해인가 성탄 무렵에 엄청 눈이 많이 내려, 온 누...
    Date2016.02.29 By김맛세오 Reply1 Views1563
    Read More
  8. No Image

    죄송해요, 엄마...!!!

    T 평화와 자비   어제 강화의 글라라 수녀원에서 장마리안나 수녀님의 종신 서원식이 있었습니다. 바로 전날인 그제, 사회를 봐달라는 급작스런 전갈이 와 관구장님과 다른 두 형제들과 함께 참석했지요.  아마도 수십년 혼인 사회를 해 온 까닭에, 사회를...
    Date2016.02.23 By김맛세오 Reply0 Views1525
    Read More
  9. No Image

    이왕이면 좋은 습관을 들여야...^^

    T 평화와 자비   2월의 첫 날!  시끌벅절하던 연말 연시가 지나 2016년 금년도 벌써 한 달이 지났네요.   찬바람을 이기려 외출시엔 두터운 잠바에다 벙어리 장갑을...그러나 행려자들이나 가난한 독거 노인들에겐 얼마나 견디기 어려운 겨울인가요.  하지...
    Date2016.02.01 By김맛세오 Reply0 Views1450
    Read More
  10. No Image

    좋은 사람은 가슴에 담아 두기만 해도 좋은 법

     T 은총과 자비와 평화가 모든 이들에게...   자못 고단한 삶을 두고 곧잘 아래와 같은 표현들을 하게 됩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세월', 멀고도 먼 험난한 '세상', 어렵고도 어려운 '부부 사랑이나  가족관계,인간관계', 끝이 안보이는 '역경',..."...
    Date2016.01.26 By김맛세오 Reply0 Views1807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 53 Next ›
/ 53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