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
오늘 주님께서는 불법을 일삼으면서도 주님의 이름으로
예언을 하고, 마귀를 쫓아내고, 기적을 행하는 사람들은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거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옛날에 저는 커다란 의문이 있었습니다.
불법을 일삼으면서 주님의 이름으로 예언을 할 수 있고,
마귀를 쫓아내고 기적을 행할 수 있는 것인지.
제가 가끔 그러하듯 불의하면서도 자기는 정의롭다고 착각하여
주님의 이름으로 예언을 할 수는 있다고 저는 생각하지만
불법을 저지르는 자가 어떻게 주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고
기적을 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악령추방과 기적을 할 힘은 하느님에게서만 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 선교교육 때 저의 강의를 듣고서 한 분이 질문을 하였습니다.
당신이 아는 독일 자매가 무병巫病이라는 것에 걸려
한국에 와서 큰 무당에게 ‘신 내림’을 받고 독일에 돌아가
많은 사람들의 병을 치유해주는 좋은 일을 하고 있는데
천주교 신자이기에 본당신부에게 가서 이 일을 계속해도 되냐고 물으니
좋은 일이니 계속 하라고 했다는 것이었고,
신부가 그렇게 얘기해도 되는 거냐고 저에게 물으신 것이었습니다.
저는 지금 이렇게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악인과 악행을 통해서도 선을 이루시고 선행을 하십니다.
그러니 선의를 가지고 뭣을 하는 사람은 더더욱 선행의 도구이고,
무당일지라도 하느님 선행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욥기를 보면 하느님께서는 사탄을 당신 계획의 도구로 쓰십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역사를 보면 이스라엘의 회개를 위해
주변 나라들의 침략을 허용하십니다.
오늘 독서에서 바빌론의 침공을 허용하신 것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오늘 독서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네부카드네자르는 주님의 집에 있는
모든 보물과...모든 주민과 대신과 용사들과..대장장이들을 끌고 갔다.”
그리고 어제 저녁 성무일도 시편 139편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하느님 당신께는 어두움 그것도 어둡지 않아
밤 또한 낮과 같이 밝으리이다.”
그리고 복음(마르 9,38-39)을 보면 주님을 따르지 않는 사람이
주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고 요한이 그걸 막으려고 하자
주님께서 그것을 막지 말라고 하시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러므로 주님을 따르지 않으면서 더 나아가 불법을 저지르면서도
주님의 이름으로 악령추방이나 기적을 얼마든지 행할 수 있습니다.
사랑 때문이 아니라 자기 이익 때문에 불의한 사람이 기적을 행하고,
그것도 주님의 이름으로 기적을 행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그들은 그들의 기적과 상관없이 그들의 불의 때문에 심판받을 겁니다.
그리고 주님을 따르지 않고 그리고 주님께 힘입지 않고도
좋은 일을 할 수 있고 그것도 사랑으로 할 수 있는데
그들의 사랑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니 칭찬 받을 만 하지만
주님을 따르지 않음은 그들의 불행이요 칭찬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러니 우리는 자신에게 속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입으로 ‘주님, 주님!’ 하면서 얼마든지 불법을 저지르고
주님을 따르지 않으면서 주님의 이름으로 무엇을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자신마저 속이는 거짓 자기를 두려워하며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