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
너희는 왜 올바른 일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느냐?”
지난 월요일, 여러분에게도 보시기를 권해드렸던
<자백>이란 영화를 저도 형제들과 같이 봤습니다.
형제들은 사람들이 많이 와서 봤다고 하는데
저는 요즘 극장을 거의 간 적이 없었기 때문인지
왜 사람들이 이렇게 조금 보러 왔냐고, 특히 그곳이
모 대학 앞이라 대학생들이 이런 영화를 안 보고
시시한 다른 영화만 본다고 한탄을 하였고, 더 나아가서
옛날 대학생들은 사회정의를 위해 목숨까지 바쳤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 시대가 이렇게 돌아가는데도
분노할 줄도 모른다고 한탄에 개탄까지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저보다 스무 살 정도는 젊은 형제가 저보고
요즘 시대를 잘 몰라서 그러시는 거라고 얘기를 하였고
비슷한 나이의 다른 형제는 사회정의를 위해 시위하던 사람들이
지금 어른이 되어 똑같이 나쁜 짓을 하고 있다고 오히려 반박을 했습니다.
이에 저는 권력을 잡은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나쁜 짓을 하지만
권력자들의 불의에 대항하는 젊은이들이 전과 달라진 것인데
이것이 이 시대의 문제라는 것을 젊은이들이 모르고 있다고 재반박했지요.
그러니까 저와 형제들은 오늘 주님의 말씀처럼 각기
시대를 풀이할 줄 모름에 대해서 얘기를 한 것인데 저는 이렇게 봅니다.
이 시대는 개인주의 시대라서 개인이 중시되고,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걸 너무도 싫어합니다.
그래서 개인과 개인의 자유가 존중된다면
이것은 사랑이고 그러기에 좋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개인이 자기만 알고 남은 외면하고
남의 자유는 존중치 않고 자기 자유만 주장한다면
이것은 사랑이 아닐뿐더러 비인간화와 공동체의 파괴만 가져올 것입니다.
개인이 이러하다면 개인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어쩌면 개인을 지배하는 오늘날의 신자유주의 체제는 더 무시무시합니다.
신자유주의는 자유를 앞세워 개인이 서로 무한 경쟁하게 하고,
그럼으로써 더불어 살아가는 개인이 아니라 고립을 살게 하며
권력과 기업에 의해 착취당하는 소모품에 불과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사람을 가르고 경쟁하게 하여
개인이 자유롭게 경제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자유롭게 이윤추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개인은 권력 앞에 힘이 없고
서로 경쟁하는 개인은 권력 앞에 더더욱 힘이 없습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남보다 더 잘 보여야 하고
잘 보이기 위해서는 자기 권리를 포기해야만 하지요.
그러기에 경쟁에서 자기만 가까스로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잘 살기 위해서는 뭉쳐야하는데 기업과 권력은 뭉치는 것을 싫어하여
(기업은 노조를 싫어하고, 권력은 시민들의 연대와 군중집회를 싫어하지요.)
어떻게 해서든 사람들이 뭉치지 못하게 깨려들지요.
그런데 지금 이 시대는 개인주의화 되어 이에 의해 무력하게 당하기만 하고
젊은이들도 철저히 혼자이기에 분노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없습니다.
그래서 분노할 줄 모르는 젊은이들을 볼 때 제가 화가 나다가도
분노할 수 없는 젊은이들이 가엾고 너무 불쌍합니다.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한다면 이 젊은이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는지....
그래서 저의 마음도 오늘 주님의 그 안타까운 마음이 되어 기도합니다.
우리 모두, 특히 젊은이들이 시대를 풀이할 수 있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