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8일, 한양욱 루카 수사님의 영명 축일 겸 구순 미사가 장성 프란치스코의 집 3층 세미나실에서 있었습니다. 미사는 관구 봉사자와 김찬선 레오나르도 형제 그리고 공동체 형제들이 함께 봉헌하였으며, 관구 봉사자께서는 루카 수사님께 형제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과 함께 형제들을 위한 기도를 부탁하셨습니다. 미사 후 수사님의 말씀을 듣는 시간을 가졌는데, 수사님의 “한 말씀”을 요약 정리한 내용을 형제님들과 함께 나눕니다.
가장 우선 형제들 한 분 한 분을 소중한 형제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형제가 무엇을 하던, 무슨 말을 하던, 자기 마음에 들지 않던, 그 형제도 수도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불러주신 그 은덕을 잊지 마십시오. 어떤 형제가 바르지 못한 일을 하더라도 하느님께서 주신 형제임을 잊지 말고,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기까지 죄인들을 위해 용서를 청했던 예수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수도회에 해를 끼치더라도 몰라서 그런 것이니 작은 형제로 겸손하게 우리 각자의 작은 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둘째로 단순해야 합니다. 기도는 단순성의 회복입니다. 어떠한 깨달음이 아닙니다. 성 프란치스코는 단순한 형제가 되라고 하셨습니다. 단순해지지 않으면 묵상도, 기도도 할 수 없습니다. 단순해지게되면 가장 아름다운 집중력이 생깁니다. 이 집중력으로 깨닫게 되고, 깨닫게 되면 결심이 서게 됩니다. 이렇게되면 아버지와의 대화인 기도에 기쁨이 넘치게 됩니다.
셋째로 매일 성체 조배를 해야 합니다. 바쁠수록, 어려울수록 성체 조배를 통해 주님과 대화해야 합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조배를 게을리하며 소임에 매달리게 되면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 아니라 그저 “내”가 하는 일이 됩니다. 조배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렇게 성체 앞에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돌아보아야 죄를 짓지 않게 됩니다.
넷째로 하루에 두 번 정도의 침묵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침묵은 그저 입을 다무는 것이 아니라 “무상”이요 “무념”이며 “무아지경”입니다. 침묵은 생각의 죄를 피하는 방법입니다. 자신에게 집중하지 말고 자신을 버려야 합니다. 이것이 “무아”이며 “공(空)”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비단 이러한 깨달음은 하느님이신 예수님 뿐만 아니라 큰 깨달음의 스승인 붓다와 공자도 같은 가르침을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깨달음은 성령으로부터 옵니다. 성령으로 일깨워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가 없게 됩니다.
우리는 우리의 성소를 깨닫지 않으면 안됩니다. 지난 세월을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물으면 음악 감상을 했다, 사진 촬영을 해 왔다고 수도 생활이 아니라 취미 생활을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의 성소인 수도 생활입니다. 저는 무엇을 하겠다고 수도원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몸과 마음을 깨끗이 닦으려했고, 병든 몸과 마음을 하느님께서 돌보아주시어 가장 낮은 자리에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수도생활 50여년 동안 불행한 형제들과 성령을 거스르는 형제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그 형제들이 수도복을 입고 함께 살아 주셨기에 그 형제들을 통해 제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 형제들은 제 자신을 돌아보는 데에 꼭 필요한 부분들을 살피라고 하느님께서 보여주신 것입니다.
우리는 복음을 살아가야 합니다. 복음을 읽을 수만 있어도 행복합니다. 복음을 멀리한다면 아무리 고귀한 학문을 한다해도 불행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복음 말씀을 우리가 읽고 묵상하며 살아가며 복음을 전해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