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피조물은 시작과 끝이 있는 것처럼
세상도 마지막이 있습니다.
그 마지막이 있다는 것을
사람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것이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그것이 언제일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을 알리는 신호들이 있을 것이지만,
그 신호가 있은 후에 곧바로 세상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신호들이 마지막을 눈치 채는데
그리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을 모른다는 그 불안함 때문에
때로는 삶에 충실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한 것인데,
어차피 끝나버릴 것인데
공은 들여서 무엇하나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신앙을 가지고 있는 우리에게
삶의 마지막은 끝이 아닙니다.
하느님과 함께 하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보고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시작입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있어서 이 세상의 끝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끝을 준비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준비는 막연함에서 오는 두려움을
이겨낼 힘을 우리에게 줍니다.
우리는 매년의 전례 안에서
한 해가 마무리되고 또 다른 한 해가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어찌 보면 우리의 삶도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그렇게 자연스럽게
넘어간다는 것을 몸에 익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을 위해서 중요한 것은
오늘 하루, 지금 이 시간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시간 시간, 하루 하루를 충실히 살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의 끝에 와 있고,
그렇게 우리는 자연스럽게 하느님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하루도 주님께 나아가는
복된 하루 되시기를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