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에 있는 이들은 산으로 달아나고,
예루살렘에 있는 이들은 거기에서 빠져나가라.
시골에 있는 이들은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지 마라.”
요즘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는 사람이 많이 줄어들었답니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와 뉴스가 너무 재밌어서 그것을 보느라
영화 봐야 할 필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 그것은 비교적 젊은 사람들의 얘기고
나이든 사람은 뉴스 보는 것이 너무 괴롭고 싫을 겁니다.
저도 요즘 괴롭습니다.
우선 세상 돌아가는 것과 뉴스 보는 것이 싫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것이 하도 한심하여 생각만 해도 화가 나는데
뉴스를 보고나면 더 심란해지기 때문에 아예 보지 않으려는 것이지요.
그런데다가 요즘 계속되는 복음도 저를 너무 힘들고 심란하게 합니다.
매일 같이 종말이니 파멸에 대한 얘기뿐이기 때문에
복음 묵상하기가 싫고 강론 올리는 것은 더 싫고 힘듭니다.
그래서 보통 때는 강론 올리기 위해 두 시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데
어제는 무려 여섯 시간 이상을 끙끙대었는데도 잘 써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저이기 때문인지 오늘 복음도 묵상하다가
시골사람들이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지 마라.”는 말에 눈에 꽂혔습니다.
골치 아픈 도시, 그것도 제일 시끄러운 수도에서 물러나
초야에 묻혀 속 편하게 살라는 뜻인가 생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지 말라는 것의 뜻이 이런 것일까요?
세상 돌아가는 문제에서 눈을 떼라는 그런 뜻인가요?
이 말씀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산으로 달아나라는 말씀과 연결시켜봐야 합니다.
도시로 들어가지 말고 산으로 달아나라고 하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산이란 어떤 곳입니까?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산이란 늘 하느님 계신 곳이지요.
그러니까 파멸의 때가 되면 없어지고 말 세상 한 가운데로 들어가
마치 이 세상이 전부인 양 함몰되지 말라는 말씀이고,
세상에 함몰되어 있다가 세상 망할 때 같이 망하지 말라는 말씀이며
그럴 때 오히려 사람의 아들이 오실 하늘을 바라보라는 말씀이고
하늘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라는 말씀일 것입니다.
산으로 오르면 하늘이 가깝고
세상은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법이지요.
그런데 파멸의 때만 우리는 산으로 올라야 합니까?
그렇지 않지요.
우리는 언제고 산으로 올라야 합니다.
제가 자주 산을 오르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육신의 건강과 마음과 정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오르지만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 산을 오르고,
만난 다음에는 하느님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위해서 오릅니다.
그러면 요즘 같은 난리가 나도 우리는 오늘 주님 말씀처럼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