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7.02.21 17:37

나날이 좋은 날!

조회 수 124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를 빌며...


  혼자 잘 놀 줄 아는 사람은 외로울 새가 없다는 것이 나의 평소 지론.

 

  평생 결혼 생활을 하며 배우자가 곁에 있어도 결국 혼자일 수 밖에 없다는 외로움을 토로하는 부부들을 자주 보아 온다.

  25-30여명이 함께 사는 이곳 수도 공동체에서도 외로움을 많이 타는 형제가 있는 가 하면, 내 경우엔 거의 그럴 일이 없다.  어느 누군가 함께 시간을 보내면 그 또한 즐겁지만 혼자서도 별로 적적하지 않은 것이...개별적인 관심이 없어도 공동체라는 든든함이 늘 존재해 있고, 내 경우엔 어느 형제의 잔잔한 관심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아닌 독서나 모든 주변의 사물, 특히 자연의 많은 사물들에 관심을 두고 있어 외로울 새가 없다.  또한 기도를 통해 생각해드려야 할 분들이 주변에 적지않으니, 턱을 바치고 남이 나에게 관심써 주기를 바라는 그런 일이 별로 없는 것이다.


  또 까마득한 지난 날이나 오늘이나 심심할 새가 없는 내 자신임을 생각 할 때, 본디 그런 존재요...어쩌면 내 죽는 날이 최고 좋은 날일 수 밖에 없으려니, 하느님께 달아드는 그 날보다 더 좋은 날이 또 있을까 보냐 하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혹자는 징글징글한 과거지사여서 잊혀져야할 것으로 치부해버리지만, 내 경우엔 설혹 좋지않고 힘든 일이 있었을지라도 그런 것들보다 아름답고 고마운 추억들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편이다.    


  지난 토요일만 하더라도, 마땅히 해야 할 의무적인 일을 하면서 짬을 내어 언제나처럼 훌쩍 동작역(지하철로 30분 거리)으로 향했다.  흔히들 "맨날 가는 그곳에 무에 볼 게 있어 그리 자주 가느냐?" 하지만, 그곳엘 가면 우선 나무가 많고 걷기가 좋으니까.  게다가 맘 먹은대로 다양한 코스를 택하여 걸으니 지루할 새가 없다.  그리고 늘 보아 온 같은 장소, 똑같아 보이는 정경이라도 내 시각과 마음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고 자연에 대한 신선함을 느낄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우선 그곳엘 들어서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 들어온다.  예없던 4호선 '동작역사' 자리로, 흘러져 내려 온 공작봉의 산등성이가 한강에 맞닿은 끝자락에 세워졌고, 동물의 꼬리같았던 산줄기의 끝자락이 잘려져 '갯말'로 넘어가는 지하철 터널이 뚫려 있는 것이다.  그 입구쯤엔 넘어가는 신작로 언덕길이 나 있어, 겨울 이맘때면 자동차가 안다니던 시절이라 아이들의 신나는 썰매장이었다. 

  아마도 예닐곱살 때였으리라.  우리 집 뒷 산 바로 내 곁에서 갑짜기 놀래어 푸드득 나르는 꿩을 보았다.  그런데 꿩이 어디 멀리 나르는 동물인가...지척에 내려앉아 어린 내게 금방이라도 잡힐것만 같아 꿩이 앉은 자리로 쫒아갔다.  그렇게 집요하게 쫒고 쫒기길 반복, 어느덧 먼 거리인 한강 가까운 산등성이 끝자락까지 꿩을 잡으려 내달렸다.  그런데 어디 꿩이 어린아이에게 잡힐 존재인가, 결국엔 허탈함을 안고 그제서야 집에서 너무 멀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무서움이 엄습하기 시작, 아무도 보이지않는 낱선 동네로부터 집을 향해 냅다 달리기 시작하였다.  꿩을 잡으려다 그렇듯 헤프닝으로 끝났지만, 지금도 동작역 근처엘 가면, 그때의 내 자화상이 아련히 떠올라 미소짓는다.

          

  어릴적 추억이 많이 서린 현충원의 전체 지형 중원으로 흐르고 있는 개천은, 현재로선 양 가로는 축대가 잘 쌓여졌고 중간중간 원형 의자가 마련되어 쉬기에 좋은 공간으로 형성되었지만, 자연 그대로였던 예전의 모습이 떠올라 마치 재잘거리는 아이들이 금방이라도 뛰어 나올 것만 같다.  그곳에서 유일하게 우뚝 지켜보아 왔을 냇가의 한 그루 거목(미루나무)은 예나 지금이나 미소를 뛰며 반기는 양 지긋이 내려다 보고 있다.  그 나무 끝자락을 올려다보노라면, 파아란 하늘처럼 시린 눈망울에 푸른 물감이 번질 것만 같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주일인 그제 올라 본 인왕산 자락 길엔 연이은 추위에도 양지바른 곳마다 파릇파릇 풀잎이 돗아나 있고 봄꽂 가지마다에 꽃망울이 제법 크게 부풀어 올라 있으니, 하느님 손길인 이 자연의 작품곁을 어이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그 경이로운 손짓에 한참을 서성일 수 밖에...

   그렇다,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라, 하느님께 감사할 매일 좋은 날이 아니겠는가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1. No Image

    만물은 함께 나누어야 할 형제 자매

    T 온 누리에 평화를 빌며...   며칠 전 정원에 있는 키 큰 은행나무 전지 작업이 있었다.  그런데 높은 가지 사이에 까치 한 쌍이 집을 짓느라 몇 날 며칠 분주히 드나들면서  반쯤은 둥지를 엮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우야노!  밖엘 다녀오는 동안 전지하...
    Date2017.03.14 By김맛세오 Reply0 Views1203
    Read More
  2. No Image

    산(山) 아이

    T 온 누리에 평화가...   꼭 11년 전에 보름 정도 막내 숙부 내외의 초청으로 미국, '롱 아일랜드'(뉴욕 바로 옆)라는 곳에 체류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반도의 지형이지만, 크기는 한국의 1/5 정도 될까...그런데 삼면이 바다이고 산(山)이 전혀 ...
    Date2017.03.06 By김맛세오 Reply0 Views1225
    Read More
  3. No Image

    풀잎 풀꽃 하나의 신비!

    T 온 누리에 평화가...   봄이 살며시 다가 와 이렇게 말을 건네는 것같다.   "맛..님, 어느덧 2017년의 봄이 오고있네요.  여기 정원엔 맨 먼저 잔디밭에 이름하여 잡초라고 하는 풀싹들이 여기저기 고개를 내밀고 있고, 재작년에 심은 작은 동백에 제...
    Date2017.02.28 By김맛세오 Reply0 Views1209
    Read More
  4. No Image

    나날이 좋은 날!

    T 평화를 빌며...   혼자 잘 놀 줄 아는 사람은 외로울 새가 없다는 것이 나의 평소 지론.     평생 결혼 생활을 하며 배우자가 곁에 있어도 결국 혼자일 수 밖에 없다는 외로움을 토로하는 부부들을 자주 보아 온다.   25-30여명이 함께 사는 이곳 수도...
    Date2017.02.21 By김맛세오 Reply0 Views1242
    Read More
  5. No Image

    고향이 서울이면서도 시골스럽게 자란 덕분에...

    T 평화와 선   뉘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 '서울'이라 하면 말씨가 느려선지, '충청도' 사람같은데요 하는 분들이 많다.  하기사 흑석동 넘어 '동작동(동재기)'이었으니, 내 어린시절엔 모든 게 시골 정황과 진배없었다.  초교 1학년 땐가, 비로소 뻐스 종점...
    Date2017.02.13 By김맛세오 Reply0 Views1251
    Read More
  6. No Image

    봄을 일깨우는 까치 소리

    T 평화와 선   4층의 내 방은, 바로 정원이 내려다 보이는 위치에 있어 건너 빌딩 사이로나마 떠오르는 태양을 볼 수가 있고 정원의 동태를 일거일동 자연스럽게 대할 수가 있다.  그런데 겨우내 잘 보이지 않던 까치가 작년에 둥지를 틀었던 높다란 은행나...
    Date2017.02.08 By김맛세오 Reply0 Views1300
    Read More
  7. No Image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내 '인생의 의미'

    T 평화와 선   2017년 설 연휴 기간, 이렇듯 하이얀 눈발이 날리는 것은 귀성객들에게는 좀 힘들겠지만 심한 가뭄 끝 해갈의 대지에 어쩌면 축복의 의미일런지도...   분당 서울대 병원을 향해 미금역에서 내려 눈을 맞으며 걷는 발걸음이 사뭇 상쾌! ...
    Date2017.01.30 By김맛세오 Reply0 Views1264
    Read More
  8. No Image

    연민이란 인간(관계)을 잘 이어주는 다리

    T 평화와 자비   지난 해, 교황님이 강조하신 '자비'의 의미가 무엇인지 곰곰 생각해 봅니다.   어느 유명한 절 앞,커다란 바위에다 새겨놓은 '자비무적(慈悲無敵)'이란 인상깊었던 글귀 역시 제 마음 속 깊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자비를 베프는 사람에게...
    Date2017.01.17 By김맛세오 Reply0 Views1434
    Read More
  9. No Image

    내 인생여정에서 만난 소중한 두 분, 작가(소설가)

    T 평화/자비   그제 참으로 귀한 책 한권을 받았습니다.   몇 년동안 소식이 적조했던 인천의 로사리아(옥경) 자매님이, '가거라! 내가 너를 보낸다'라는 제목의 메리놀회 소속 최분도 선교사 신부님에 관한 소설을 한 권 보내주신 겁니다.  그야말로 착한...
    Date2017.01.10 By김맛세오 Reply0 Views1322
    Read More
  10. No Image

    내 고향, 현충원엘 가면...!

    T 평화/자비   정동에서 현충원까지 지하철로 고작 30분 거리, 저는 틈만 나면 현충원으로 달려가 걷곤 합니다.   서울 시내의 교통망이 얼마나 편리하고 잘 조성되어 있는지!...런던, 파리나 뉴욕의 지하철만 하더라도 매우 오래 전에 건설되어, 쾌적한 ...
    Date2017.01.02 By김맛세오 Reply0 Views1317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53 Next ›
/ 53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