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유속의 아기 예수님은 바다 한 가운데 홀로 외로움 가운데 누워계신다. 이 구유에 홀로 계신 아기 예수는 세월호에서 희생자들이 겪었던 개인적 실존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하고 있지만, 아기 예수의 순수함과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두려움이 극복되기를 희망하게 한다.
아기 예수는 장막을 사이에 두고 부모와 단절된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 단절은 실존적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이는 단원고 희생자들의 부모들이 목숨을 잃은 자녀를 직접 볼 수 없었던 참담하고 안탁까워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상에서의 부모들의 처참한 심정이 현실상황의 뒤에 위치하여 실루엣으로 보여지는 반면에 하늘나라가 전면에 드러남으로써 아픈 현실이 하느님 나라를 앞설 수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 장막은 성탄 팔부축제의 마지막 날인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에 치워짐으로써 아기 예수와 부모의 만남이 결정적으로 이루어진다.
푸른 천으로 표현된 바다 속에서 자그마한 불빛들이 희미하게 비추고 있다. 이는 세월호 희생자들의 영혼을 표현하고 있는데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본다면 이 영혼들의 불빛을 알아 볼 수 없을 만큼 희미하기 때문에 우리의 관심과 기억을 더욱 요구하고 있다. 물위에서는 노란 희망의 배들이 그들을 구조하기 위하여 동분서주하고 있다. 배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예수의 제자들이며, 그들의 사명대로 사람(생명)을 낚는 어부의 역할을 하고 있다. 물은 죽음을 의미하지만 또한 생명을 의미하기 때문에 죽음에서 생명으로 나아가는 역동적인 과정을 일괄적으로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