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다.
그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그것을 다시 숨겨 두고서는
기뻐하며 돌아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
연중 제 17 주일의 주제는 지혜입니다.
독서는 솔로몬을 예로 지혜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고,
복음은 밭에 숨겨진 보물의 얘기를 가지고 지혜에 대해 얘기합니다.
그러므로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혜란 보물을 발견하고 소유하는 능력이다.’
지혜로운 사람이란 우선 보물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고,
다음은 보물이란 어떤 것인지를 아는 사람이며,
그 다음은 그것을 어떻게 차지할지 방법을 아는 사람입니다.
그렇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이란 아는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알아야 할 것을 알아야지 잡동사니 지식을 많이 아는 것은
지혜롭게 아는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공동체를 보면 백과사전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꼭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불리는 사람이 꼭 좋은 뜻으로 불리는 것은 아닙니다.
아는 것은 많은데 그렇게 살지 못한다는 뜻도 있고,
아는 것은 많은데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을 많이 알고
정작 중요한 것이 뭔지 모른다는 뜻도 있으며,
아무튼 어느 정도 비아냥거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혜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누구나 알고 있는 것,
그런 것 말고 진짜 귀하고 꼭 필요한 것, 보물이 뭔지를 아는 겁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보물입니까?
돈이나 명예나 권력이나 지위가 아니라는 것은
나이 먹은 웬만한 사람이련 누구나 다 아는 것입니다.
나이 먹어 지혜롭다는 사람이 흔히 발견하는 것은 건강입니다.
그때까지 건강이 그렇게 중요한지 모르고 혹사한 것에 비하면
이것을 아는 것도 지혜로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지혜는 하위의 지혜, 낮은 지혜이기에
높은 지혜의 모범을 오늘 독서의 솔로몬이 보여줍니다.
솔로몬은 여느 사람들과 달리 하느님 마음에 드는 보물을 청해 받습니다.
“그러니 당신 종에게 듣는 마음을 주시어,
당신 백성을 통치하고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사실 건강보다 더 소중한 보물이 듣는 마음이고,
지혜 중의 지혜는 무엇이 더 중요한지 분별하는 능력이지요.
이 말이 제게는 건강보다 사랑이 더 귀하다는 말로 바꿔 들리고,
건강을 얻기보다 사람을 얻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말로 들리며
육신의 건강보다는 마음의 건강이 더 중요하다는 말로 들립니다.
나의 건강을 챙기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이기적이지만
들으려는 마음은 남을 받아들이려는 자세이니 사랑이지요.
사실 자기밖에 모르는 얄밉고도 불쌍한 사람을 보면
자기 건강을 잘 챙기고 몸에 좋은 것은 잘 챙기지만
도통 남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고 그래서 당연히
남의 처지는 이해하지 못하고 관계는 완전히 틀어져있습니다.
그런데 복음에서 주님은 보물 중의 보물을 하느님 나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재물을 얻는 것보다는 건강을 얻는 것이,
건강을 얻는 것보다는 사람을 얻는 것이,
사람을 얻는 것보다는 하느님을 얻는 것이
더 완전한 보물찾기라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하느님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것을 다 팔아야 하고,
팔되 억지로 팔아서는 안 되고 기꺼이 팔 수 있어야 합니다.
기꺼이 팔 수 있는 마음이 사실은 지혜이고, 지혜의 마음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