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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디아는 요한에게 앙심을 품고 그를 죽이려고 하였다.”

 

세례자 요한의 수난 기념일입니다.

이 얘기를 단순하게 보면 세례자의 죽음은 너무도 허망하고 어이없으며

그 이유가 한낱 요망한 계집의 앙심 때문에 죽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겁니까?

허망한 죽음이고, 한낱 계집의 앙심 때문에 죽은 것입니까?

그런 것이라면 이 축일을 굳이 지낼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헤로디아 때문에 죽었다면 헤로디아만 없었다면

세례자 요한은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헤로디아가 없었어도 다른 누구에 의해 죽었을 거고,

다른 누구란 헤로디아처럼 하느님 의를 거스르는 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례자 요한이 죽지 않으려고 했다면

불의를 보고도 아무 소리 하지 않았을 텐데

세례자 요한은 아무 소리 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래서 죽은 겁니다.

 

그러니 세례자 요한의 죽음은 세례자 요한이 선택한 죽음이고,

하느님 정의에 대한 사랑이 선택한 죽음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 축일을 지냄은 우리도 이런 세례자 요한처럼

의로움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증언 하는 사람이 되자는 거지요.

그래서 오늘 본기도도 이렇게 기도합니다.

 

하느님, 진리와 정의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 그를 본받아,

저희도 끝까지 하느님의 진리를 믿고 증언하게 하소서.”

 

며칠 전 저는 두 분과 각기 다른 자리에서 얘기를 나눴는데

한 분은 조혈모 세포를 받아 이식수술을 한 50대 암환자이고

다른 한 분은 작은 수술을 한 70대 노인입니다.

 

50대 좀 젊은 분은 당신이 살아난다면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살 것이고,

제가 하는 일이 하느님 영광을 위한 일이라면 저와 같이 일하겠다고 하여

그래서 건강해지면 같이 하느님 영광을 위해 일하자고 저도 격려하셨습니다.

 

70대 좀 더 나이 드신 분은 작은 수술이지만 자기가 마냥 건강하지 않음을

이 수술을 하면서 처음으로 실감하게 되었음을 얘기하시면서

당신의 죽음이 병들어 죽는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하시었습니다.

 

그런데 병들어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건강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이분이 오래 전부터 바라온 바로서 의미 있는 죽음을 죽겠다는 뜻입니다.

앞서 50대 젊은 분이 말씀하신 것과 비슷한 뜻으로서

건강이나 신경 쓰면서 여생을 전전긍긍하며 살지 않고

하느님이 원하시는 사랑을 위해 살겠다는 뜻인 겁니다.

 

저도 나이를 먹어가는 사람으로서 이 분들의 얘기에 자극을 받았는데

이렇게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좋은 일 하다가 죽는 것이

그저 건강이나 신경 쓰다 죽는 것보다 훨씬 의미 있는 것은 사실이지요.

 

그러나 오늘 세례자 요한의 죽음을 보면 자극을 넘어 도전을 받습니다.

나도 세례자 요한처럼 죽울 수 있을까?

같은 사랑 때문에 죽는 것이라도 자선사업을 하다가 죽는 것과

불의와 싸우다가 세례자 요한처럼 죽는 것은 다르지 않습니까?

 

사랑이 사랑으로 보답 받는 사랑은 우리가 그래도 도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랑이 박해와 미움으로 돌아온다면 우리는 그런 사랑에

도전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것도 젊을 때가 아닌 노년에.

 

아무튼 그래서 큰 도전을 받는 오늘 축일이고,

어차피 죽는 것인데 세례자 요한만큼은 의미 있게 죽지 못해도

사랑을 위해 살다가 죽기로는 다시 한 번 다짐케 되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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