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오늘은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축일의 이름부터 잘 알아야 합니다.
성 베드로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으니 베드로 성인에 대한 축일 같지만
시몬 베드로 성인의 축일은 6월 29일 따로 있으니 개인의 축일이 아니라
사도좌에 대한 축일이며 그러나 첫 번째 사도좌에 앉은 분이
베드로 사도기에 베드로 사도가 왜 어떻게 사도좌에 처음 앉게 되었는지,
그것에 대해서는 오늘 복음을 통해서 볼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사도좌가 중요한 것이지 누가 앉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사도좌란 이 사람이 앉을 수도 있고
저 사람이 앉을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사도좌가 어떤 자리인지 그것을 보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사도좌는 우선 이 세상의 권좌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왕좌는 자기 나라를 다스릴 임금의 자리요 권력의 자리지만
사도좌는 주님의 교회를 다스릴 청지기의 자리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사도좌 축일을 지내면서 우리는 우리 가톨릭교회뿐 아니라
모든 주님의 교회와 공동체를 다스릴 청지기좌의 의미를 봐야 합니다.
오늘 마태오복음 외에도 복음을 보면 청지기는 주인이 집을 비우고
어디를 갔을 때 주인 대신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역할은 주인의 종들을 통솔하고 집안일을 대신 관리하는 거고요.
그러므로 청지기좌에 앉을 사람에게 먼저 필요한 것은 <대신의식>입니다.
그러나 이 대신의식이 주님의 큰 신하라는 뜻의 대신大臣의식도 되겠지만
주님을 대신한다는 의미의 그 대신代身 의식입니다.
교회는 주님의 교회라는 것이고 그러니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이며,
주인의식을 가져야겠지만 내 거라는 뜻에서가 아니라
주인을 늘 의식하고, 주인님이라면 뭘 바라실지 의식하는 겁니다.
오늘 주님께서도 분명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겠다.”고 하셨잖아요?
당신이 세우시고 당신의 교회를 세우시겠다고 확고히 하신 겁니다.
일부 학자들이 주님께서는 당신 교회를 세우실 마음도 없었고
오로지 아버지 하느님의 나라를 세우려 하셨으며 그래서
당신 교회를 세우시지 않고 사도들이 주님의 교회를 세운 거라고 하지만
오늘 마태오복음에서는 분명 주님께서 당신 교회를 세우시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권좌는 힘 있는 사람이 자기 힘으로 차지하지만
사도좌와 청지기좌는 주인이 그 자리에 앉히는 것이고
그러기에 이 자리에 적합한 사람은 힘 있는 사람이 아니며
이 자리에 필요한 것도 능력이 아니라 사랑입니다.
베드로 사도도 처음에는 사도좌를 권좌라 생각했고
그 권좌를 다른 제자들과 경쟁하여 차지할 마음이 있었습니다.
예루살렘 입성을 앞두고 야고보와 요한 형제가 어머니를 앞세워
자리 청탁을 하자 다른 제자들이 불쾌해했다고 복음에 나오는데
베드로 사도도 그 불쾌해한 사도들 중 하나였을 것이고,
그래서 오늘 복음과 같은 내용을 어제 마르코복음에서 봤듯이
주님이 그리스도이심을 베드로가 고백한 후 주님께서 수난을 예고하시자
안 된다고 반박도 하고 사탄 소리를 들은 것도 다 이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랬기에 주님께서 돌아가셨다가 부활하신 후 이 세상을 떠나시며
베드로 사도에게 당신 교회, 곧 양들을 맡기시며 사랑을 확인하시는데
그런데 당신 양들을 사랑하느냐 묻지 않고 당신을 사랑하느냐 물으십니다.
물론 양들을 사랑해야 하지만
주님을 사랑하기에 주님의 양들도 사랑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주님 교회의 작은 반석들이고 청지기인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이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