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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레오나르도 2019.03.12 05:03

사순 1주 화요일-비에 젖어

조회 수 1408 추천 수 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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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눈은 하늘에서 내려와 그리로 돌아가지 않고,

오히려 땅을 적시어 기름지게 하고 싹이 돋아나게 하여,

씨 뿌리는 사람에게 씨앗을 주고, 먹는 이에게 양식을 준다.

이처럼 내 입에서 나가는 나의 말도 나에게 헛되이 돌아오지 않고,

반드시 내가 뜻하는 바를 이루며, 내가 내린 사명을 완수하고야 만다.”

 

오늘 이사야서를 읽으며 제목을 감성적으로 잡았습니다.

<비에 젖어>

 

그런데 감성적으로 제목을 잡은 것이기에 이 제목은 생각이나 성찰을

깊이 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나온 거라 할 수 있는데

요즘 표현대로라면 필/Feel이 저절로 그렇게 꽂힌 겁니다.

 

그러면서 고등학교 시절 감성이 풍성할 때는 비가 올 때

괜히 그리고 일부러 밖으로 나가 비를 흠뻑 맞으며 돌아다니던 것이

기억이 나며 막연하게 그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왜 그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들까를 또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때가 좋았나는 것은 지금이 좋지 않다는 얘기인데

왜 그럴까 생각을 해보니 우리가 흔히 메말랐다고 하거나

건조하다고 할 때의 상태가 지금 상태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지요. 물이 없어 메마르면 어떤 생물이건 살아있어도

근근이 생명을 유지할 뿐 생기가 없거나 살아있어도 산 것이 아니듯

우리도 사랑이 없으면 육신은 살아있어도 죽은 거나 마찬가진데

하느님께서 사랑을 속삭여도 우리의 감성과 마음이 그 속삭임,

곧 하느님 사랑의 말씀에 하나도 젖지 않으면 살아있어도 산 것이 아니지요.

 

그렇습니다.

하느님 말씀이 아무리 비처럼 내려도 사랑의 비에 젖지 않는 사람이 있고,

하느님 말씀을 아무리 들어도 그 말씀이 생기 주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며,

위로가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하느님 말씀에서 위로를 받지 못하는 사람,

격려가 필요한데 하느님 말씀이 아무런 격려가 되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사순절의 세 번째 실천인 기도에 대한 가르침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기도가 종종 이렇게 메마른 기도일 때가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도무지 듣지 않고 내 말만 하기 때문인데

우리 천주교 신자의 상당수가 기도한다고 하면서 하느님 말씀은 듣지 않고

자기 말만 싫건 쏟아놓기에 그 말씀에서 생기를 얻는데 실패하는 것입니다.

저는 매월 두 번째 주일을 조선족동포들과 선교 센터에서 미사를 드리는데

선교 센터가 목사의 성폭행으로 그 유명한 만민중앙 교회 옆에 있어서

그 옆을 지날 때마다 생각이 참으로 착잡합니다.

목사가 오랫동안 그 못된 짓을 했는데도 어찌 그 교회 신자들은

떨어져나가지 않고 그 교회를 나가고 있는지 그것 때문에 착잡했던 겁니다.

 

부정적인 이유가 분명히 있고 많이 있지만 좋게 이해해준다면

그들이 하느님 말씀을 파고들어서 하느님 말씀에서 양식을 얻고,

힘을 얻기 때문이 아닐까도 생각하면서 우리 신자들도 이들처럼

하느님 말씀을 파고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해봤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 신자들은 말씀보다 성체로부터 더 힘을 얻는 것 같은데

성체로부터 힘을 얻는 것이 참으로 좋은 것이지만

어찌 성체만 생명의 빵이고 말씀은 생명의 말씀이 되지 못하는 것일까요?

 

생명의 빵에 대해 길게 얘기하는 요한복음 6장의 끝부분에

많은 사람들이 생명의 빵에 대한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고 떠나고,

주님께서 너희는 어쩌겠냐고 하시자 베드로사도는 이렇게 얘기하지요.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는 위로와 힘을 얻으러 어디로 누구에게 갑니까?

친구나 점쟁이에게 갑니까? 하느님께 갑니까?

하느님께 간다면 하느님 말씀에서 위로와 힘을 얻는,

그런 기도를 하고 있습니까? 이런 질문을 하게 되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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