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너희가 믿느냐? 그러나 너희가 나를 혼자 버려두고
저마다 제 갈 곳으로 흩어질 때가 온다.”
“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다.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계시다.”
오늘 주님의 이 말씀을 묵상하면 관련하여 떠오르는 말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석가모니가 얘기한 것으로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고,
다른 하나는 역시 초기 불교 경전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것으로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라는 말씀입니다.
석가모니가 하늘 위, 하늘 아래에 나 홀로 존귀하다고 한 말씀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겠지만 석가모니께서 자기만 혼자 존귀하거나
잘났다는 뜻으로 얘기했을 리 없기에 저는 ‘나’라는 존재는 그 존귀함이
누구에 의해 좌우되지 않고 나는 나로서 존귀하다는 뜻으로 이해합니다.
그리고 저는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라는 말씀도 무소의 외뿔처럼
절대고독 속에서 홀로 가라는 뜻으로 이해합니다.
그래서 두 말을 합쳐 저는 이렇게 주장을 합니다.
우리 인간은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存해서는 안 되고
그럴 수도 없지만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은 해야 한다.
풀어 얘기하면 하늘 위 하늘 아래에 홀로 존재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존재가 누구에게 의존해서는 안 되고 설사 의존하더라도
존귀함이 자기 아닌 누구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안 되기에
무소의 외뿔처럼 절대고독 속에 홀로 가야 하는 거지요.
나라는 존재가 나 스스로 태어나지 않았기에 다시 말해서
부모에 의해서 태어나건 하느님에 의해 태어나건 누구에 의해 태어났기에
우리의 존재는 근원적으로 의존적인 존재이지만 그렇다고
의존적依存的인 자세로 살아서는 안 되고, 나의 존귀함과 행복이 남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는 강한 자의식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자세와 이런 자의식이 없이 살아가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누가 없으면 살 수 없고,
누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며
누가 없으면 존재가 와르르 무너지겠지요.
쉬운 예로 50년 함께 살던 배우자가 먼저 죽으면 존재가 무너지는 겁니다.
사랑으로 그 죽음에 나도 함께 하는 거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존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없으면 안 되기에 그러는 거라면 안 되겠지요.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는 있어도 신앙적으로 그래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의존을 해야 한다면 하느님께 의존해야 하고 그러기에
하느님만 계시면 나는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그래서 하느님 때문에 나는 나 홀로 곧 누구 없어도 존귀하고 행복합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당신을 환호하던 군중이 적대자로 바뀌고
제자들이 다 도망가 당신 홀로 남게 될 거지만 그러나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 아버지와 함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요즘 와서 우리는 고독사를 두려워합니다.
주위에 진짜 아무도 없어서 죽은 지 몇 주 지나서야 발견되는
그런 끔찍한 고독사도 있지만 그 정도는 아니어도 외롭게 죽는 사람 많지요.
옛날만큼 노인이 존중받지 못하는 시대인데다
옛날에 비하면 너무 오래 살아서 어쩔 수 없이 외로움 가운데서
늙어가고 죽어가는 사람이 많아진 것인데 그렇기에 진정 <노인 자존감>이
필요하고 <절대고독의 자존감>이 필요한 때입니다.
노인이 되어도 그래서 내 옆에 아무도 없어도 나는 절대고독을
하느님 때문에 잘 살 수 있기에 외롭지 않은 것입니다.
절대고독이란 내 옆에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누구도 대신 살아주거나
같이 죽어줄 수 없고 결국 내가 사는 것이고 내가 죽어야 하는데
이 절대고독을 오늘 주님처럼 하느님이 계시기에 잘 사는 것입니다.
(안방을 다 내드릴지라도?)
http://www.ofmkorea.org/89373
15년 부활 제7주간 월요일
(초월적인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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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부활 제7주간 월요일
(평화가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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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부활 제7주간 월요일
(물의 세례, 불의 세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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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부활 제7주간 월요일
(참된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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