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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사이는 꼿꼿이 서서 혼잣말로 이렇게 기도하였다.

저 세리와도 같지 않으니,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세리는 멀찍이 서서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가슴을 치며 말하였다. ‘,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오늘 바리사이가 하느님께 기도하였고 그것도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고

하는데 그것이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자랑의 기도를 한 것이고 감사를 드렸다고 하니 정말로

감사를 드린 것이 아니라 우월적 행복감을 토로한 것일 뿐일 겁니다.

 

바리사이는 무조건 안 좋은 족속이라는 선입관이 우리에게 있고, 그래서

그는 기도를 안 드렸거나 드렸어도 잘못된 기도를 드렸다고 생각하기 쉽고,

그래! 자랑을 하려거든 사람에게 하지 어디 자랑할 데가 없어서

하느님께 자랑을 하냐고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에게 자랑하기보다 하느님께 자랑하는 것이 낫다.

아예 하느님을 찾지 않는 교만한 인간보다

하느님께 나아가 자랑이라도 하는 인간이 낫다.

 

여기에는 저의 기도관이랄까 기도 신학이 기저에 깔려있는데

저는 기도가 어떤 식으로든 하느님과의 만남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만나든 하느님과 만나면 그것이 기도라는 얘기이고,

전혀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며

그 만남에 잘못이 있을지라도 기도가 아닌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자랑하는 기도도 기도이긴 하지만

거기에 중대한 잘못이 있고 그래서 잘못된 기도입니다.

 

이런 기도의 잘못 또는 부족은 일방성과 수용성의 결여입니다.

하느님이 해주신 것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자랑하고,

하느님 말씀을 들음은 없고 자기 얘기만 자랑조로 늘어놓으며,

나 혼자도 잘하기에 하느님의 은총이나 자비는 필요치도 않고,

그래서 청하지 않고 하느님께서 주셔도 받지 않으며

그래서 하느님께서 주시고 싶어도 주실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이런 관계에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오가는 사랑이 없습니다.

이는 잘 나가는 동창들끼리 얼마나 잘 사는지 서로 뻐기기 위해 만나기에

모이기는 자주 하지만 우정이 하나도 없는 동창회와 같습니다.

 

뻐기기 위해 만났으니 뻐길 것이 없으면 동창회에서 빠지고,

그런 자신이 비참하여 자살로 삶을 마감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어도 슬퍼해주는 동창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에 미해 뻐길 것이 하나도 없는 세리에게는

뻐길 것이 없기에 진실한 만남이 가능하게 됩니다.

그에게는 명품도 없고 화려한 옷도 없으며 그래서

벌거숭이 같지만 가리는 것이 없기에 진실한 만남이 가능한 것입니다.

 

지금도 그런 전통이 일본에 남아있는지 모르지만 전에 제 조카가

아이를 낳았을 때 찾아가니 갓난애를 목욕탕에서 안겨주며

이렇게 하는 것이 일본의 전통이라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맨살로 아이를 안으니 참으로 그 아이와 저 사이에

아무런 걸치적거리거나 가리는 것이 없는 만남이 이루어지고

아주 묘한 친밀감과 애정이 생기는 것이었습니다.

 

엄마와 아이 간에 그리고 사랑하는 남녀 간에

진실로 서로 사랑하면 맨몸과 맨살로 만나는 것처럼

가난하고 겸손한 이는 하느님과 이렇게 만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나의 죄를 다 보셨습니다.

앉으나 서나 나를 보시고 오장육부까지 샅샅이 나를 꿰뚫어보시는

하느님 앞에서 나는 감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 하느님께 나아갈 수밖에 없는데 하느님은 그런 나를

그대로 안아주시고 사랑해주실 것을 믿고 하느님 앞에 나아가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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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19.10.27 07:57:39
    신부님의 말씀을 같은 전례시기에는 어떻게 묵상하고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19.10.27 07:57:04
    18년 연중 제30주일
    (알량한 행복 때문에 죽 써서 개 주지 말 것.)
    http://www.ofmkorea.org/160741

    17년 연중 제30주일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 아니, 하느님의 무자비한 자비!)
    http://www.ofmkorea.org/112976

    15년 연중 제30주일
    (자비를 구하는 사람은 누구?)
    http://www.ofmkorea.org/83722

    14년 연중 제30주일
    (나를 사랑해야 하느님도 이웃도 사랑한다.)
    http://www.ofmkorea.org/71487

    13년 연중 제30주일
    (기도, 하느님 앞에 겸손하게 있는 것.)
    http://www.ofmkorea.org/57260

    12년 연중 제30주일
    (진정한 용기)
    http://www.ofmkorea.org/42748

    11년 연중 제30주일
    (우리가 사랑에 실패하는 이유)
    http://www.ofmkorea.org/5331

    10년 연중 제30주일
    (햇빛에 젖은 빨래 말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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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년 연중 제30주일
    (자비를 베푸소서!)
    http://www.ofmkorea.org/3240

    08년 연중 제30주일
    (타의 모범이 되는 사랑은?)
    http://www.ofmkorea.org/1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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