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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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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아에 이르러 비티니아로 가려고 하였지만,

예수님의 영께서 허락하지 않으셨다."

 

오늘 사도행전을 읽다가 비티니아로 가고자 했던 바오로가

성령께서 허락지 않으셔서 가고자 하던 곳을 포기하고

트로아스로 방향을 돌렸다는 얘기가 새삼스러웠습니다.

 

성령의 허락을 받으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고,

성령의 허락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 말씀을 읽고 보니 '그렇지, 성령의 허락을 받아야지!

그까짓 사람의 허락을 받거나 하물며 악령의 허락을 받아야지 되겠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든 생각은 '그런데 나는 어찌 이런 생각을 지금까지

한 번도 한 적이 없을까?' '어떻게 해야지 성령의 허락과 반대를

알아채고 따를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연달아 들었습니다.

 

, 그러고 보니 성령충만이나 성령의 이끄심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하고

성령께서 임하시기를 청하기도 하였지만 성령께서 허락하시고

반대하신다는 것을 느껴본 적이 없고, 그저 뭉뚱그려서 하느님이 반대하시고,

허락하신다고 느낀 적이 있을 뿐입니다.

 

저의 열등감 중의 하나가 영적인 민감성 부족입니다.

악령이든 성령이든 영적으로 무디다는 뜻입니다.

 

우리말에 신기神氣라는 말이 있고,

어떤 사람을 보고 신기가 있다고도 하는데

보통 신 또는 신의 세계와 내통을 잘하고 그래서

결국 접신을 하고 무당이 되는 사람을 보고 하는 말이지요.

 

그런데 철학자 최한기에 의하면 이 신기가 선천적으로 주어지기도 하지만

견문염습見聞染習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였으니 곧 후천적으로

우리가 습득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역시 프란치스칸으로서 이 점을 보고자 합니다.

프란치스코는 악령과 성령과 같이 외부의 영이 있기도 하지만

육의 영이나 기도와 헌신의 영처럼 우리 내부의 영도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가 육의 영을 지니게 되면 이 세상에서의 자기 성취와

사람들의 평가와 칭찬과 사랑 등을 얻으려고 들지만 우리가

기도와 헌신의 영을 끄지 않고 지니게 되면 우리의 영이이 세상에서는

갖가지 좌절과 고통을 당하고 인간들로부터는 수치와 모욕을 당하면서

천상적인 것을 얻고자 한다고 하며 다음과 같이 얘기합니다.

 

"육의 영()은 말마디만을 소유하기를 무척 원하고 애를 쓰지만, 실천을 하는 데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영의 내적인 신앙심과 성덕을 추구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겉으로 드러나는 신앙심과 성덕을 원하고 열망합니다. 주님께서 바로 이런 사람들을 두고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마태 6,2). 이와 반대로 주님의 영은 육이 혹독한 단련과 모욕을 당하기를 원하며, 천한 것으로 여겨지고 멸시받고 수치당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겸손과 인내, 그리고 순수하고 단순하며 참된, 영의 평화를 얻도록 힘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항상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신성한 두려움과 신성한 지혜와 신성한 사랑을 얻기를 갈망합니다."

 

그러니까 제가 성령의 허락과 반대에 무딘 것은 기도와 헌신의 영을 지니기보다

육의 영을 지니고 있거나 그런 것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기도와 헌신의 영이 제 안에서 활발하게 활동치 않기 때문일 겁니다.

 

아무튼 성령의 허락이라는 말을 안 이상 저도 성령의 허락을 받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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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20.05.16 05:54:17
    신부님의 말씀을 같은 전례시기에는 어떻게 묵상하고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20.05.16 05:53:32
    19년 부활 제5주간 토요일
    (재속인인지, 세속인인지.)
    http://www.ofmkorea.org/220901

    18년 부활 제5주간 토요일
    (세속世俗과 재속在俗)
    http://www.ofmkorea.org/121786

    17년 부활 제5주간 토요일
    (세상에서 뽑힌 우리)
    http://www.ofmkorea.org/103903

    16년 부활 제5주간 토요일
    (사랑 때문에 나는 오늘 무엇을 할 것인가?)
    http://www.ofmkorea.org/89149

    15년 부활 제5주간 토요일
    (나는 어떤 사람일까?)
    http://www.ofmkorea.org/77940

    13년 부활 제5주간 토요일
    (양다라 걸치기)
    http://www.ofmkorea.org/53272

    11년 부활 제5주간 토요일
    (지금, 여기에 충실한 부활의 삶)
    http://www.ofmkorea.org/5104

    10년 부활 제5주간 토요일
    (우리는 뽑힌 사람.)
    http://www.ofmkorea.org/3982

    08년 부활 제5주간 토요일
    (뽑힌 자의 행복)
    http://www.ofmkorea.org/1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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